달러 약세와 엔화 강세 배경(하상주) 펀글 03-12 10:04
작년 7월부터 엔화가 달러에 비해서 강세로 가고 있다. 지금은 1달러에 101엔 정도인데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보통의 경우 엔화의 가치가 올라가면 일본 중앙은행이 개입하여 엔의 가치를 낮추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엔의 값이 조금 더 간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일반적으로 엔은 달러에 비해서 약세를 유지하려고 했다. 그래야 수출을 많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은 중국 위안 보고는 값을 올리라고 하면서 일본 엔에게는 그런 요구를 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일본 엔의 약세는 상대적으로 미국 달러의 강세다. 미국은 국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통화량을 늘리면서도 달러의 가치가 지나치게 낮아지는 것을 피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엔이 약세를 유지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미국 달러와 일본 엔의 이런 관계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파운드와 미국 달러와의 관계를 생각하게 만든다. 전쟁이 끝난 후 유럽은 경제를 회복하고 싶어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융시장이 안정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유럽 각국은 전쟁으로 중단했던 금본위제로 다시 돌아가려고 했다. 이때 영국은 파운드를 좀 강세로 유지해서 세계 통화로서의 지위를 끝까지 지키고 싶어했다. 한편 미국은 유럽의 경제가 회복되면 미국이 수출을 늘릴 수 있으므로 유럽의 빠른 경제 회복을 원했고, 그래서 영국의 금본위제 복귀를 지원했다. 그 구체적인 수단으로 달러를 약세로 유지했다. 미국의 달러 약세는 바로 미국의 통화량 증가를 의미한다. 이는 1920년대의 호황, 나아가서 거품을 만들어냈고, 결국은 1929년 주가 폭락 후 대공황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달러 강세를 유지하기 위한 그 동안의 엔 약세는 왜 일본의 경기 회복을 돕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이는 일본 엔이 일본 안에서 투자되는 것이 아니라 달러로 바뀌어 전 세계로 나가 버리기 때문이다. 이 흐름이 계속되려면 달러 표시 자산의 가격이 계속 올라가야 한다. 만약 달러 표시 자산의 가격이 내려가면 지금까지 해외로 나가던 일본의 자본이 투자를 망설이거나 또는 일본 국내로 돌아오게 된다. 그 동안 해외에 나가 있던 일본 자금이 국내로 돌아오는 것이 일본으로서는 좋은 일만은 아니다. 엔의 가치가 올라가면 일본의 수출에 나쁜 영향을 받는다. 이것은 일본의 주가가 자금의 국내 귀환에도 불구하고 올라가지 못하는 한 요인이기도 하다. 이상의 설명, 특히 환율과 관련된 설명은 그냥 일어난 현상을 해석하는 정도일 뿐이다. 환율의 방향을 미리 짐작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일본이 엔의 강세로 수출이 줄어드는 일이 일어난다면 일본 중앙은행/정부는 더 이상 엔의 강세를 그냥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