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 독식과 FRB 펀글 03-26 00:15
중국증시 불안감 중국증시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우리 증시는 1,700 선을 기대하고 있다. 종합지수 일봉상 쌍바닥을 그리는 모습이어서 일단 1740 포인트까지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그러나 미국 증시는 아직도 불안함 속에 상승국면이기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오늘 외국인 순매수가 5천억원 이상이었던 것도 대주에 대한 끼워넣기일 가능성도 있다. 중국증시는 비유통주가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기사와 긴축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약세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주가는 수급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약세 기조가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한화증권에서 분석한 비유통주 해제물량 추정치를 눈여겨 봐야 할 것 같다. 승자 독식 사회 JP 모간이 베어스턴스를 주당 2 달러에 인수하려다가 10 달러로 올렸다. 그래도 횡재나 마찬가지다. 주당 10달러면 인수가격이 11.8억 달러. 베어스턴스 건물 가치만 15억 달러에 이르기 때문에 선심 쓰는 척하고 다섯 배를 올려줘도 떡을 치고도 남는 장사다. 최근 JP는 비자카드를 공개하면서 179억 달러를 조달에 성공했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 IPO 다. 역시 남의 위기는 나에게 기회일 수 있다는 것을 JP가 보여준 셈이다. 베어스턴스 정상화에 투입되는 300 억 달러는 FRB에서 보증까지 해줬다. 이를 옆에서 지켜본 투자자들이 하는 말, "JP가 대로변에서 강도짓을 했다" 강한 자가 더욱 강해지는 세상임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준 것. FRB는 누구를 위한 구원투수인가? 벌써 신문기사에 "전세계 은행 시스템 위기가 과장되었다", 라는 기사가 등장했다. 금새 시장이 붕괴될 것 처럼 과장광고를 하던 기자들, 참으로 대단한 카멜레온 들이다. 단숨에 금리를 3% 포인트 인하하고도 이 정도 낙폭에서 주가 하락을 저지하지 못한다면 것도 좀 이상하다. 이러한 금리 바겐세일에서 가장 득을 보는 쪽은 금융회사들이다. 모기지 채권이 똥값이 되면서 부실이 날로 확산되면서 날만새면 부실 고해성사를 해야 하는 금융기관들이 아니었던가? 이제 FRB는 어떤 부실채권을 갖고와서 할인을 해달라고 해도 거부하지 않겠다고 작심했다. 똥값이 되어 거래 자체가 형성되지도 않던 모기지 채권을 FRB가 할인해준다니 사실상 금융기관 부도는 일단락 되었다고 봐야 한다. 설사 부도가 나더라도 JP모간이 베어스턴스를 인수할 때처럼 FRB가 보증을 서주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안된다. FRB가 취한 일련의 사태를 뒤집어 보면 미국이 얼마나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줄줄이 도산이 진행되고 난 뒤에 아무리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어도 때는 늦으리. 그래서 지금 월가에는 버냉키 찬가가 높이 울려 퍼진다. 그린스펀이 울고 갈 정도로 과단성 있는 조치를 취한 버냉키는 진정 미국경제의 구원투수인가? 그럼 이렇게 물어야 한다, "누구를 위한 구원투수인가?" FRB가 서브프라임 사태로 금융기관에 지원한 돈의 규모는 2,500 억달러 정도 된다. 그럼 고통받는 일반 서민들에게 지금까지 지원한 돈은? 0 달러다. 세금 환금으로 1,700 억달러 이상 돌려주겠다고 하지만 그 돈이 서민들 손에 쥐어질 시간은 6월이 넘어야 한다. 그리고 부부가 동시에 환급받을 경우 고작 1,600 달러다. 이 돈도 자신들이 낸 세금에서 돌려 받는 것이다. 자신들의 흥청망청 투기행위로 부도 위기에 내몰려 구제금융을 받는 금융기관과는 차원이 다르다. 모럴 헤저드에 대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FRB는 탐욕스런 월가의 자본가들을 위해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돈이 풀렸다, 다시 흥청거리자? 가구당 1,600 달러를 환급받은 서민들, 그들이 한 푼도 남김없이 돈을 다 써버린다 해도 1,700 억달러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이중 절반 정도만 소비한다고 과거 사례를 든다. 이정도 가지고 경기가 살아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미국 주택 가압류 문제에 관련된 오늘 신문 기사를 읽어보면 지금 신용불안 공포는 아직도 현재진행형 임을 알 수 있다. 2월 말 현재 미국 전역에서 22만 3651건이 주택 가압류에 앞서 모기지 상환 연체 관련 통지를 받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8%가 늘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최근 전했다. 미국 557가구 가운데 1가구꼴이다. "<타임>은 “한때 꿈꾸던 그림 같은 2층집이 악몽이 됐다”고 묘사했다. 주택 242채 가운데 1채꼴로 가압류 절차가 진행 중인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흔한 풍경이다. 이 지역에는 주택을 가압류당하고 노숙자가 된 이들을 위해 최근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노숙자 보호시설이 문을 열었다. 가압류를 피하려는 서민들은 고리채에 내몰리고 있다. 뉴욕주에 사는 자넷 허드슨은 한 달 1천달러(약 99만7천원)의 모기지 상환을 위해 900달러를 빌렸다. ‘울며 겨자 먹기’로 2주 단위로 금리가 최고 800%에 이르는 ‘초단기 고금리 소액대출’(pay day loan)을 이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자와 수수료만 한 달에 800 달러에 이르렀다. 그는 “원금 상환은 손도 못 댔다”며 “대출업자한테서 ‘감옥에 보내 버리겠다’ ‘모든 것을 빼앗아 버리겠다’는 협박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네바다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주택이 가압류 절차에 들어간 캘리포니아주에서는 200 만명이 고리채를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하이오주에서만 1,650곳의 고리대금업체가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겨레 신문 3.25. 김순배 기자) 이 현장르뽀 기사가 진실이라면 우리 나라 사채업자들이 뉴욕주 사채업자에게 고리대금 자랑을 하면 귀싸대기 맞기 십상이다. 우리 나라 악질 사채업자라도 연 49% 금리제한을 받기 때문에 뉴욕주 사채업자들 금리 800% 앞에서 쪽을 쓰지 못하는 것. 이 것은 무엇을 의미하느냐? FRB가 아무리 금리를 인하하고 돈을 마구마구 풀어도 금융회사 부도를 막을 수 있을 지언정 서민들이 깡통 차고 거리로 나서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은행에서 돈이 많다고 해도 이젠 예전처럼 신용상태를 보지 않고 무분별하게 대출해주지 않는다. 미국 정부가 나서서 기존 대출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정을 통해 모기지 대출 이자를 유예한다든지 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당장 노숙자 보호센터 부터 지어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경제를 떠받히는 소비가 느는 것을 기대한가? 밴댕이 새우젓 담는 소리다. 금리인하로 부도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고, 풍성해진 자금 수위로 인해 낙폭이 컷던 금융주 위주로 반등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경제 부진이라는 실적이 가시화될 것이 눈에 선하다. 마이너스 실질금리를 감수하고 국제자본이 미국 월가에 계속 머물것이라고 생각하면 육갑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지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조심스러운 상승을 이어가지만 밑천이 바닥나는데는 시간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버냉키를 윽박질러 돈을 뜯어낸 강도같은 월가의 자본가들이야 엄청난 연봉에 호화주택에서 안락한 삶을 살겠지만 나머지 90% 서민들은 집세를 빌리러 동분서주해야 한다. 집값이 미친듯이 뛰지 않는 이상 미국의 불안은 지속될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투자 전략 당장 일봉상 60일 이평선이 1700 포인트에 걸려있다. 이 선을 돌파하면 쌍바닥을 확인해줄 1,740 포인트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이것 마저 넘어서면 1,800 선이 강력한 저항선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주가지수는 1,600 - 1,800 박스권에서 등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이해하면 된다. 어느 수준에서 다시 아래로 처박을지 모르겠지만 강력한 이중바닥을 형성한 듯이 보이는 1,600 포인트라면 리스크가 적고 1,800에 가까울수록 조정 확률이 높다고 보면 될 성 싶다. 이렇게 시장을 예측한다면, 솔직히 먹을 게 별로 없는 시장이라고 보면 정확하다. 자주 인용하는 증시 속담이지만 실천하기는 가장 어려운 것이 " 쉬는 것도 투자다" 라는 말. 증시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 쉬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잘 안다. 아니 쉴 수가 없다. 내 돈이 날라 갔는데 쉬다니? 미국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고 주가가 올라가고 있는데 쉬다니? 미친놈 아냐? 그래 열심히 치고 박고 하자, 놀면 뭐하냐, 하면서 내지르자! 그래서 우리는 투자의 신이 이끄는대로 매매를 멈출 수 없는 운명 앞에서 부복하고야 만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나 딸랑 거리는 쪽박을 들고 돌아보고 뒤돌아보며 시세판을 떠나지 못하는 보헤미안이 되어 증시 주변을 배회하는 삶을 이어가는 것이다. 팔자 소관 이야기가 나왔으니, 동서양에 팔자가 억수로 센 두 사람의 삶을 들여다 보자. <사기>의 편찬자 쓰마치엔 (사마천). 그는 흉노족 전투에서 포로로 잡힌 이릉이라는 장수를 변호하다가 한무제의 진노를 산다. 태사령이라는 벼슬이 박탈당하고 왕은 그에게 두 가지 형벌 중 하나를 택하라고 명한다. 죽음을 택하든지 궁형을 받든지. 궁형은 남자의 성기를 잘라내는 형별로 차라리 죽는 것보다 더 치욕스런 일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여편네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 "살아도 못살아~~", 라는 말이 절로 튀어 나온다. 허구헌날 무슨 낙이 있어야 살지~~ 허나 쓰마치엔은 죽음보다 더 치욕스런 궁형을 택한다. 그는 잘려나간 자지 뿌리를 부여잡고, 치욕 속에서 세상의 이치를 묻는다. 과연 하늘의 도 (천도)는 있는 것인가? 왜 착한 사람은 가난하고 죄를 받는 반면 흉악한 짓을 저지르는 간신배들은 떵떵거리며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는가? 그렇다면 하늘의 도는 없는 것인가? 그는 평생 하늘의 도를 화두 삼아 역사를 냉정하게 기술해 간다. 그의 필체는 후세에 춘추필법으로 숭앙 받았으며, 필생의 대작 <사기>는 지금까지 씌여진 모든 역사서 중에 가장 빛나는 별이 되어 천공에 걸리게 된다. 보에티우스는 로마공화정의 잘나가던 정치가였다. 그러나 빛나는 영광의 날들은 뒷꽁무니에 처절한 패배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는 정적의 모함을 받고 사형에 처할 위기에 직면한다. 그는 감옥에 홀로 앉아 자신의 억울함을 한탄하며 세상을 원망한다. 이 때 철학의 여신이 그를 찾아온다. 철학의 여신은 그의 불행에 대한 호소를 듣는다. 그리고 여신은 그에게 말한다. "만물의 목표는 善이다, 그리고 행복은 최고의 선이다. 그런데 그 행복은 신에게서만 찾을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신적인 것이 선한 것이다. 신이 최고선이며 완전한 행복"이라고 철학의 여신은 말한다. 그러나 세상엔 사악한 자가 출세하고 돈을 버는 반면 착한 사람이 가난하고 불행한 경우가 많지 않은가? 그리고 왜 악은 응징되지 않는가? 망가진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보에티우스에게 철학의 여신은 말한다, 사악한 자가 처벌 받지않게 될 때 훨씬 더 불행하다고... 왜???? 그는 구원 받지 못하고 영원히 짐승의 시간을 살기 때문이다. 그는 철학의 여신과 대화를 통해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서 죽음을 맞아야 하는 자신의 신세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리고 남은 삶의 시간동안 <철학의 위안>이라는 불후의 명저를 세상에 내놓고 죽음이라는 운명 앞에서 겸허하게 무릎을 꿇는다. “ 이 거대한 우주는 하나님의 선한 세계이며, 저 아래 지구 한모퉁이에 자기를 유배시킨 왕과 간신들이 있음을 보게 된다. 보에티우스는 자신이 유배자가 아니라 이 거대하고 선한 하나님의 세계에서 쫒겨난 그들이 바로 유배자임을 깨닫고 고요한 평화에 이른다.” 보에티우스의 결론은 바로 이것이다. “ 그러므로 악덕을 멀리하고 덕을 키워라. 너의 정신을 올바른 종류의 희망에 까지 들어올리고 높은 곳을 향해 겸손하게 기도를 올려라. 만일 네가 너 자신에 대해 정직해지기를 원한다면, 너에게 커다란 필연성, 즉, 선해져야 한다는 커다란 필연성이 부과되어 있으니, 그 까닭은 너는 만물을 보고 계시는 한 심판관의 시선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운명이 있다. 쓰마치엔과 보에티우스는 자신에게 다가온 사악한 운명 앞에서 좌절하지 않았다. 그들은 불행 속에서 웃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른 사람들이다. 운명에 대한 사랑을 아모르 파티,라고 하던가? 운명애가 없이는 이 세상에 존재할 가치가 없는 법이다. 주식하는 사람 팔자도 이 두 사람 못지 않게 억센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내일 이라는 희망의 표지를 보며 몸을 추스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