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검사인지, 특별 변호사인지 정체가 아리송 옮김 04-13 22:23
특별 검사인지, 특별 변호사인지 정체가 아리송 수조원대에 이르는 비자금의 실체를 밝혀내는 것이 삼성 특검 수사의 승부처다. 특검에서 삼성의 분식회계를 확인한다면 이건희 회장은 구속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특검은 분식회계가 없다는 삼성의 주장을 두둔하기 바빴다. 로비 관련 수사는 거의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시사in[31호] 2008년 04월 14일 (월) 09:10:25 주진우 기자 ace@sisain.co.kr ⓒ시사IN 안희태 특검에 대비해 삼성은 문제가 될 만한 증거는 모조리 없앴다. 지난 3월 삼성화재 한 사무실에서 급히 서류를 치우는 장면이 <시사IN> 카메라에 잡혔다. 삼성 특검 수사의 핵심은 경영권 승계 문제다. 그러나 승부는 비자금 수사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수조원대에 이르는 비자금의 출처를 밝혀내는 것이 특검 수사의 분수령이다. 기업은 대개 비용을 과대 계상하거나 매출을 누락한 뒤 장부를 조작하는 분식 회계를 통해 비자금을 만든다. 특검에서 삼성의 분식 회계를 확인한다면 이건희 회장의 구속은 피할 수 없다. 삼성은 분식 회계에 관해서는 필사적으로 벽을 쌓았다. 삼성 전략기획실 고위 관계자는 “삼성에서 절대로 분식 회계만은 없었다. 김용철이 모르고 하는 소리다”라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의 구속만은 막는다는 작전이다. 삼성 측은 드러난 수조원대 비자금이 고 이병철 회장에게 상속받은 이건희 회장 개인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차명 계좌로 관리해왔는데 주식 투자로 불어나 규모가 커졌다는 논리다.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은 이학수 부회장 등 회사 임원이 총대를 메고 넘어가고 있다. 문제를 탈세로 바꿔 특가법상 횡령 혐의에서 벗어나겠다는 셈법이다. 이는 2003년 대선자금 수사 때 삼성이 써먹은 수법이다. 400억원대의 대선자금이 이건희 회장 개인 돈이라는 한마디에 검찰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으로부터 정기적으로 불법 뇌물을 받았다고 지목한 검찰 고위 간부 5명. 왼쪽부터 김성호 국정원장,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이종백 전 국가청렴위원장, 임채진 검찰총장, 이귀남 대구고검장(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특검이 이들 5명을 불기소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4월4일 민주노총은 이들을 뇌물수수 혐의로 특검에 고발했다. 특검 출범 전, 삼성 비자금 사건을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감찰본부 박한철 본부장은 “차명 의심 계좌를 추적한 결과 비자금 규모가 상당 부분 밝혀졌으며, 어디에 쓰였는지 확인된 부분도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박 본부장은 “김용철 변호사의 말이 상당 부분 맞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특검은 ‘김 변호사의 말이 상당 부분 틀리다’는 쪽으로 선회했다. 특검, “삼성이 맞고 김용철이 틀리다” 특검이 오히려 삼성의 논리를 두둔한다는 인상마저 준다. 특검팀은 전·현직 임직원 명의로 개설된 삼성증권 계좌 1300여 개를 찾아냈다. 또 삼성생명 주식 중 16.2%가 임원 명의의 차명 주식임을 밝혀냈다. 꼭 삼성이 실토한 ‘가이드라인’만큼이다. 특검은 ‘선대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이 회장 개인 재산’이라는 삼성 측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이다. 차명 재산이 오래전에 만들어진 일이어서 이 회장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말이 특검에서 나온다. 특검은 피의자와 참고인의 진술을 철저히 검증하기 위한 특검의 노력은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특검은 삼성 전·현직 임직원의 금융 계좌를 조사하지 않아 비자금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특검팀은 차명 계좌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삼성을 거쳐간 전·현직 임원 3090명에 대한 포괄 영장을 발부받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영장을 집행했는지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 현재 특검이 찾아낸 차명 주식 1300여 개는 모두 증권 계좌다. 증권 계좌 이외에는 아예 손을 대지 않았다. 삼성이 만든 김용철 변호사 명의의 차명 계좌는 모두 7개. 예금으로만 52억원이 있었다. 김 변호사는 “삼성이 비자금으로 관리하는 재산은 주식·현금·부동산 등 여러 형태로 나뉘어 있다”라고 말했다. 비자금과 관련한 증거를 특검이 애써 무시한 흔적마저 보인다. 강부찬씨는 삼성SDI 미주 법인에서 비자금을 만드는 일을 했다고 <시사IN>에 폭로(제11호·2007년 11월28일자)했다. 강씨는 “삼성물산의 런던·타이베이·뉴욕 지점 등이 계약서와 장부를 조작해 3000억원대의 비자금을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삼성SDI에서 해외 자재를 구매하면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경위를 확인하는 문서를 공개했다. 그러나 특검은 강씨를 조사하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김 변호사는 “삼성SDI의 장비 구매 계약과 관련한 특검 수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현재 강씨는 미국 샌디에이고에 가족과 머물고 있다. 미국으로 출국하기 직전 강씨는 기자에게 “삼성에서 돈을 준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식당 종업원으로 있는 아내와 자녀 학비 때문에 삼성의 돈을 거부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삼성 재직 당시 김 변호사가 직접 관여했다고 고백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비자금 조성 및 분식 회계에 관한 특검 수사도 진전이 없다. 김 변호사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 배가 없는데도 건조 중인 배가 수십 척 떠 있는 것처럼 분식 회계를 했다고 주장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자본 잠식을 메우기 위해 1조원 이상의 분식 회계를 한 상태에서 연간 비자금을 50억원 조성했다는 것이다. 매년 적자가 계속되는데도 할당이 줄어들지 않자 삼성엔지니어링 관리 담당 경영지원실장 김능수 상무와 구조본 재무팀 관재담당 박재중 상무 사이에 언쟁이 있었다고 김 변호사가 진술했다. 하지만 특검은 이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 특검 수사 초반, 삼성화재에서 보험금 미지급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제보가 날아들었다. 이에 대해 특검은 꼭 제보만큼만 수사했다. 보험설계사 관리 비용 등을 과다 계상하여 비자금을 만들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예 수사하지도 않았다. 이 비자금이 전략기획실의 지시로 조성됐다는 물증을 특검팀이 확보한다면 이 회장에게는 횡령과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특검은 삼성화재의 비자금 조성은 임직원 개인 비리라는 삼성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시사IN 한향란 특검은 삼성의 돈 로비를 받았다는 이용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오른쪽)은 수사도 하지 않았다. 비자금 수사는 특검이 성과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큰 분야였다. 비자금이 수조원대 나왔고, 김 변호사가 비자금 조성 경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했기 때문이다. 강부찬씨 등 비자금 조성을 담당한 제보자도 나왔다. 그러나 특검은 제대로 된 압수수색 한 번 없이 무기력하게 비자금 수사를 마치려 한다. 이에 대해 김용철 변호사는 “비자금의 출처를 숨기기 위해 삼성이 ‘현금을 선호하는 것은 본능이다’라고 말하자, 특검이 ‘맞다’고 맞장구를 치고 있다”라고 개탄했다. 특검, 로비 수사는 하는 둥 마는 둥 삼성의 로비 수사는 특검이 출범한 주요한 이유였다. 검찰은 삼성 관련 사건에 대해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다. 김 변호사가 임채진 검찰총장을 삼성의 ‘장학생 검사’로 지목하면서 검찰은 삼성 수사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특검이 출범했지만 비자금 사용처 가운데 삼성의 로비 부분에 대한 조사는 걸음을 떼지 않은 채 끝났다. 특검은 로비 혐의에 대해 사실상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물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물증이 많은 로비 사건도 드물다. 우선 뇌물을 준 사람의 진술이 확실하다. 김용철 변호사는 임채진 검찰총장, 이귀남 전 중수부장, 이종백 전 국가청렴위원장, 김성호 국정원장,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 등을 삼성으로부터 정기적인 뇌물을 받는 ‘떡값 검사’로 지목했다. 그리고 검사들과 삼성의 담당 관리 임원 사이의 구체적 연관 관계도 밝혔다. 특히 김성호 국정원장에 대해서 김 변호사는 정기적으로 돈을 직접 주었다고 고백했다. 처벌받을 각오도 되어 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김 원장이 자신에게 “학수형에게 술값을 받아오라”고 지시하기도 했다고 한다. 김 원장이 검찰에 있을 때 삼성으로부터 주상복합 아파트를 특혜 분양받아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다는 의혹도 폭로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임채진 검찰총장 등 다른 로비 대상자와는 달리 김 변호사가 ‘직접 증거’가 되기 때문에 국정원장의 소환은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성호 국정원장은 서면조사를 받는 데 그쳤다. 특검의 수사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검의 한 관계자는 “진술만 가지고 중요한 사람을 어떻게 함부로 부르나”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수사를 안 하려고 작심했는데 어떻게 하겠는가. 구속되기로 마음먹고 한 이야기인데 내가 구속되지도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로비의 직접 증거는 김용철 특검에 출두한 이건희 회장은 정·관계 로비 지시 혐의에 대해서 “그런 적 없다”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과거 삼성에서 추미애 의원에게 돈을 건네려다 추 의원이 거절하자, 이 회장이 다른 대책을 강구하라는 문건이 나왔다. 김 변호사가 공개한 <회장 지시사항> 문건을 보면 이 회장은 지난 2003년 12월12일 ‘호텔 할인권을 발행해서 돈 안 받는 사람(추미애 등)에게 주면 부담 없지 않을까? 금융관계, 변호사, 검사, 판사, 국회의원 등 현금을 주기는 곤란하지만, 주면 효과가 있는 사람들에게 적용하면 좋을 것임’이라고 지시했다. 삼성 측은 “이 문건은 이 회장의 지시사항을 모아 정리한 것이지만 ‘한번 검토해보라’는 수준의 발언이다”라고 변명했다. 하지만 특검은 매우 중요한 참고인인 추미애 의원을 서면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로비 정황 증거를 특검이 무시한 것은 이뿐만 아니다. 과거 X파일 사건은 삼성 로비의 중요한 증거다. X파일 사건에서 이학수 삼성 부회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등이 검찰 고위 간부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내용은 김 변호사가 진술한 내용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조사도 없었다. 또 삼성으로부터 돈 로비를 받았다는 이용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고백과 돈다발 사진도 묵살됐다. 특검은 불법 로비의 구체적인 물증을 제시한 이 전 비서관을 소환하지 않았다. 돈을 전달한 이경훈 전 삼성 법무팀 소속 변호사에 대한 소환 요청도 하지 않았다. 이래저래 삼성 특검은 ‘떡값 검사 봐주기 특검’이라는 오명은 벗을 수 없을 것 같다. 불법 로비 수사를 보면 삼성 특별 검사인지, 삼성의 특별 변호사인지 헷갈리는 대목이 적지 않다. 이건희 회장 차명재산 합산땐…세계 부자 605위→ 50위권 ‘껑충’ 경향신문 기사전송 2008-04-13 19:05 | 최종수정 2008-04-13 19:05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수조원대 은닉 재산이 속속 드러남에 따라 세계 억만장자 순위가 재조정될 판이다. 차명보유로 의심받는 재산을 모두 합산할 경우 이 회장은 세계 50위권 갑부로 껑충 뛸 수도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의 ‘2008년 억만장자 명단(The World’s Billionaires 2008)’에 따르면 이 회장 재산은 20억달러(약 2조원)다. 전 세계 10억달러 이상 갑부 1125명 가운데 605위. 동률로는 이명희 신세계 회장 등 47명이 있다. 하지만 특검 수사결과를 반영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우선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 등 전·현직 삼성 임원 11명 명의의 삼성생명 주식 324만4800주가 이 회장 것으로 새롭게 밝혀졌다. 이를 포브스 억만장자 작성 기준일인 지난 2월11일 당시 가치(1달러 945원·삼성생명 주식 1주당 74만원)로 환산하면 25억3875만달러이며 이 회장 재산은 45억달러로 늘어난다. 이는 일본 산토리그룹 노부타다 회장과 같은 세계 227위급이다. 삼성 측이 특검팀에 제출한 삼성증권 등 차명계좌 700개(약 2조원)를 반영하면 이 회장 재산은 21억달러 이상 더 늘어 세계 140위가 된다. 동률로는 이스라엘의 해운재벌 새미 오퍼 등이 있다. 이뿐 아니다. 2006년 삼성생명공익재단에 기부된 고 이종기씨의 삼성생명 주식 9만3600주(7억달러)를 합하면 이 회장은 중국 최고 부동산재벌 양휘얀과 같은 125위가 된다. 또 특검팀이 당초 파악한 1300개 차명계좌 중 삼성이 제출한 700개 제외분을 약 3조원(32억달러)으로 환산할 경우에는 나이키 창립자인 미국의 필립 나이트(104억달러)를 제치고 73위까지 오른다. 한편 1998년 에버랜드가 삼성 임원들로부터 사들인 삼성생명 주식 344만주(27억달러)도 이 회장 차명주식으로 지목된다. 이것까지 더하면 이 회장은 독일 BMW사 대주주인 주잔네 클라텐(132억달러)을 1억달러 차이로 제치고 세계 55위 갑부가 된다. 〈 장관순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