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의 시사터치 32호 코스모스펀드 04-26 00:17
‘에버랜드’가 ‘애벌렌드’가 된 사연 조준웅 특검은 ‘에버랜드’를 ‘애벌렌드’로 발음했다. 이재용이라는 삼성그룹 후계자, 즉 ‘애벌레’가 회장이라는 ‘성충’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할 회사로 봐서였을까? [32호] 2008년 04월 21일 (월) 11:06:33 고재열 기자 scoop@sisain.co.kr 잘못 들었을 수 있지만, 분명 ‘애벌렌드’로 들렸다. 삼성 특검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조준웅 특검은 ‘에버랜드’를 ‘애벌렌드’라고 발음했다. 그리고 그 이후의 모든 발표 내용이 다르게 들렸다. ‘애벌렌드’, 정말 절묘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삼성그룹은 에버랜드라는 지주회사격 회사를 통해 순환출자 방식으로 지배된다.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전무는 바로 이 에버랜드의 대주주다. 이재용이라는 그룹 후계자 ‘애벌레’가 회장이라는 ‘성충’이 되기 위해 소유하는 회사이니, 에버랜드는 ‘애벌렌드’라는 말이 절묘하게 들어맞는다고 할 수 있다. 삼성 특검은 이 전무가 성충이 되기 위해 거쳤던 ‘번데기’ 시절, 즉 e-삼성을 경영했을 때 문제가 된 서울통신기술 사건에 대해서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 근거 중의 하나는 ‘검찰이 공소시효가 지나서 불기소 처분을 했다’는 것이었다. 이 부분은 ‘삼성 특검은 검찰 수사를 동어반복하기 위해서 존재한다’로 들렸다. 삼성 특검은 “이건희 회장의 차명 재산을 관리하던 전략기획실 재무 라인 임원들이 양도소득세 1128억원을 포탈한 사실을 확인하였다”라고 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삼성 특검은 “법이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하지만 기계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범행이 중죄에 해당한다고 반드시 구속 재판을 해야 할 이유는 없다”라면서 이건희 회장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부분은 ‘법은 삼성 임원에게는 평등하게 적용되지 않으며 이들은 중죄에 해당해도 반드시 구속 재판을 해야 할 이유는 없다’로 들렸다. 삼성 특검은 또 다른 이유로 “피의자들이 대기업 그룹의 회장 또는 최고 경영자 등 중추적인 핵심 임원으로서 신병을 구속하면 기업 경영에 엄청난 공백과 차질을 빚게 돼, 경쟁이 극심한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장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라는 점을 들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나 김승현 한화그룹 회장은 이 부분을 다르게 들을 것 같다. 그들은 “당신은 대기업 그룹의 회장 또는 최고경영자 등 중추적인 핵심 임원이나, 신병을 구속해도 기업 경영에 별다른 공백과 차질을 빚지 않을 것이고,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장도 별로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구속 기소했다”라고 해석할 것 같다. 삼성 특검은 비자금을 통한 정·관계 로비 시도에 대해 “의혹은 있으나 흔적이 없다”라며 면죄부를 주었다. 비자금을 주고받은, 또는 받을 사람은 이 부분을 달리 들을 것 같다. ‘비자금을 주고받을 때는 흔적을 남기지 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