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실현성(함께 꾸는 꿈은 반드시 실현 된다) 펀글 09-09 09:15
참고사항 - 아래 글은 외부기고를 위해 작성한 것입니다. 그러나 9월8일 환율이 하루에 36원이나 떨어짐으로써, 9월 금융위기설이 세상의 관심권 밖으로 벗어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결국 실리지 못하여 여기에 올리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썼던 내용을 종합한 것이지만, 한번쯤 다시 읽어봐도 좋을 것입니다. 특히 경제를 읽는 판단력을 키우는 데에 다소 도움을 줄 것입니다. . 최근 우리 경제에는 ‘9월 금융 위기설’이 난무했다.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과 채권을 매각하고 철수하면, 국내의 돈은 마르고 외환보유고는 고갈되고 말 것이라는 것이 그 위기설의 대체적인 내용이다. 특히,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단기외채가 외환보유고의 86%에 달하는데(8월말 기준), 외국자본이 일시에 이것을 회수해가면 외환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밖에, 외국인이 보유 중인 국내 채권(약 8.7조원)의 만기가 9월에 집중되어 있고, 외환보유고 중 미국 모기지 보증업체(패니메와 프레디맥)에 투자한 500억 달러가 회수불능이며, 가용외환보유고는 250억 달러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등 금융위기설은 점점 더 확산되기만 했다. 심지어, 9월1일자 타임즈 인터넷 판은, ‘국제통화기금(IMF)은 신흥시장 국가의 경우 9개월간의 수입을 감당할 만한 외환을 보유할 것으로 권고하고 있고, 이에 따른 한국의 적정 외환보유고는 3200억 달러가 되어야 하지만, 외환보유고는 2470억 달러에 불과하다.’고 보도하여 금융시장은 물론이고 민초들까지 공포에 떨게 했다. 그 바람에 금리와 환율이 급상승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금융 위기설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하던 8월7일에는 콜금리가 5.24%를 기록하여 하루 사이에 0.22% 포인트 상승하여 무려 4.4%나 상승했다. 금융위기가 진짜로 벌어지고 있을 때에나 일어날 법한 일이 벌어졌으며, 기업은 물론이고 서민들까지 추가적인 이자부담에 시달려야 했다. 그 바통을 이어받아 8월8일에는 환율이 하루 사이에 20원 이상 오른 1,027.9원을 기록하여 1.1%나 상승했다. 그 후 금리는 한국은행의 강력한 통제 덕분에 비교적 안정적이었으나, 환율은 좀처럼 안정되지 못하고 뜀박질을 거듭했다. 결국 9월 1일에는 1,110원 선을 돌파했고, 9월 3일에는 거의 1,150원 선에 이르렀다. 불과 한 달 사이에 130원 이상 오름으로써 무려 13%가 상승하였던 것이다. 외환위기가 눈앞에 닥친 것 같은 일이 우리 경제에서 실제로 벌어진 셈이다. 그 파장은 실로 엄청났다. 민간기업의 외채와 국내은행의 해외차입금은 각각 1천억 달러가 넘으므로 2백억 달러 이상을 더 갚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특히 유선스(수입대금을 몇 개월 후에 지불하는 연불제도)를 관습적으로 활용하던 수입업체는 환율에서만 10% 이상의 손실을 봐해야 했다. 외환시장의 타격은 더 컸다. 달러선물을 매각한 투자자는 투자원금을 모두 날린 것은 물론이고, 투자원금의 몇 배를 추가로 불입해야 했으며, 이것마저 거의 모두 날려야 했다. 참고로, 환율이 약 40원 상승하면 선물을 매도한 투자자는 투자원금을 모두 잃는다. 물론 달러선물을 매입한 투자자는 그만큼 거액을 벌 수 있었으나, 불행하게도 그들은 거의 모두 외국계 금융기관이었다. 외환시장의 국내 거래자들은 공황상태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9월 금융위기설이 진짜로 사실일까?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국내 외환보유액 얼마나 쓸 수 있나’라는 보고서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경상거래와 자본거래를 모두 포함하는 보수적인 기준으로는 외환보유액이 적정 수준에 비해 568억 달러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 사실일까? 단기외채와 외국인의 국내 투자자금이 한꺼번에 해외로 빠져나가면 진짜로 외환보유고가 고갈되고 외환위기가 다시 찾아오는 것일까? 그러나 이것은 터무니없는 발상이다. 외환보유고가 2천4백억 달러로서 세계6위인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겪어야 한다면, 외환보유고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적은 나라들은 왜 외환위기를 겪지 않는 것일까? 스페인의 외환보유고는 우리나라의 1/10 수준인 2백억 달러에 불과하고, 영국은 6백억 달러에 미치지 못하며, 이탈리아는 8백억 달러, 프랑스는 1천억 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만약 타임즈가 지적한 바처럼, 외환보유고가 9개월 수입액을 넘어야 한다면, 스페인은 적정 수준의 1/8, 영국은 1/6, 이탈리아는 1/5, 프랑스는 1/4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중 어느 나라도 외환위기설에 시달렸다는 소식은 없다. 참고로, IMF가 권장하는 적정 외환보유고는 9개월 수입액이 아니라 3개월 수입액이다. 스페인은 이 수준에조차 미치지 못하지만, 외환위기의 징조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스페인은 유로화를 사용하기 때문에 외환위기가 나타나지 않을까? 아니다. 외환위기가 닥치면 유로화 역시 해외로 이탈하여, 스페인은 심각한 통화부족 사태에 직면해야 한다. 그런데 어찌하여 외환보유고가 세계6위인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겪어야 한다는 것일까? 외환위기설을 제기하는 경제전문가들은 기초적인 상식조차 외면했을 따름이다. 예를 들어서 만약 단기외채가 심각하다면, 해외 단기채권도 함께 고려해야 했으며(이 둘은 서로 비슷한 규모이다), 단기외채는 그 절반 가까이(45%)가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기관이 본점에서 들여온 돈으로서 우리나라가 갚아야 할 의무가 없다는 사실도 감안해야 했다. 무엇보다, 외국인이 국내에 투자한 돈을 한꺼번에 인출해 갈 것을 걱정하는 것은 난센스이다. 이해하기 쉽게 비유를 들어보자. 은행은 들어온 예금의 대부분을 대출이나 투자에 돌린다. 시재금은 기껏해야 2~3%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고 은행이 곧 무너질 것처럼 떠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만약 예금주들이 예금을 갑자기 찾아가면 은행은 도산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2007년 은행의 예금은 593조원이었고 대출은804조원이었지만, 은행이 망할 것이라고 떠드는 금융전문가는 어디에도 없다. 은행 등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기준은 자기자본비율이지 다른 무엇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자기자본비율이 8%를 넘는 금융기관은 건전한 것으로 평가한다. 간단하게 말해서, 외환위기가 벌어질 가능성은 전혀 없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은 외환위기의 망령에 떨어야 했고, 그 바람에 국내 경기는 더욱 부진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어쩌다가 이런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을까? ‘9월 달러 유동성 위기설’을 제기하는 자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다. 그 하나는 환율이 상승해야 이익을 보는 부류이다. 그런 부류로는 수출기업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지만, 2001년 1,326원에서 2007년 10월 907원까지 떨어질 때에도 지금처럼 목소리를 높이지는 않았다. 따라서 수출기업이 주도적으로 '달러 유동성 위기설'을 제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에 따른 환율상승을 조용하게 즐기기는 했겠지만 말이다. 다음으로, 외환선물에 투자한 부류를 꼽을 수 있다. 그 대부분은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금융기관들이다. 이들은 1996년부터 1997년 사이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환율방어에 나섰을 때에 엄청난 이익을 챙겼다. 환율이 1995년 말 775원에서 1997년 말 1,415원으로 상승했으니, 이들이 얼마나 큰 이익을 봤을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환율방어에 무려 3백억 달러 이상을 투입했었고, 그 대부분은 고스란히 이들 수중에 들어갔다. 2000년부터 2001년 사이에 정부가 달러를 인상시키던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수출을 증가시켜 경제를 살린다는 미명 아래 정부는 2006년 8월말 1,109원이던 환율을 2001년 말 1,326원까지 끌어올렸고, 이 정책이 그들에게 엄청난 이익을 안겨줬다. 당시에 국고채권과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이 50조원 이상(약 5백억 달러) 증가했는데, 그 대부분의 이익을 다국적 금융기관이 챙겨갔다. 2003년 말부터 2006년 사이에 정부가 달러하락을 방어하던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2003년 말 1,198원이던 환율이 2006년 9월에 945원까지 떨어지던 때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환율 방어에 나섰으니, 그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거래 손실만 20조원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될 정도이다. 이것도 대부분 다국적 금융기관 몫이었다. 더욱 한심한 일은, 정책당국이 이런 다국적 금융기관의 컨설팅을 받기도 했었다는 사실이다. 다국적 금융기관들은 그 맛을 잊지 못했을 것이 빤하다. 마침 이명박 정권이 새로 들어서자 결정적인 기회가 또 찾아왔다. 이명박 정권은 경제성장에 목을 맬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수출을 촉진해야 하며,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달러를 인상시킬 것이 빤했던 것이다. 때마침 2008년 초부터 국제수지도 적자로 돌아섰다. 그래서 그들은 이번에도 외환시장에서 엄청난 선물투자를 함으로써 또 한 번 큰 이익을 기대했다. 그런데 하반기에 들어서자마자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물가가 불안해졌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환율을 올릴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시장도 갑자기 환율이 오르기 어려운 상황으로 바뀌었다. 6월의 국제수지(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이에 따라 다국적 금융기관들은 엄청난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들로서는 ‘9월 달러 유동성 위기설’을 제기하여 불안감이라도 조성해야 그 손실을 줄이거나 면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 빤하다. 끝으로 꼽을 수 있는 부류는, 다국적 금융기관들의 위와 같은 장난에 놀아나는 일부 경제전문가 그룹이다. 그러나 이들은 ‘유동성 위기’ 혹은 금융위기나 외환위기가 어떻게 벌어지는지조차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금융위기나 외환위기가 다시 터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데, 설마 이런 짓을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니, 애국심이 너무 커서 그런 걱정을 하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애국심도 과다하면 부족함만 못하다. 더욱이, 이들은 과다한 외환보유고가 엄청난 국가적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는 사실은 상상조차 못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과다한 외환보유고 때문에 국고채 이자로 6조원을 그리고 통안증권 이자로 5조원을 매년 지불하고 있다. 이런 돈이라면 경부고속도로와 서해안 고속도로를 매년 하나씩 건설할 수 있다. 더 근원적인 문제를 하나 더 따져보자. 국제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는 것은 무조건 좋은 일이고, 적자를 기록하는 것은 무조건 나쁜 일일까? 최소한 경제성장에 있어서는 국제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는가 아니면 적자를 기록하는가는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장기간 경제번영을 누리는 나라들 중에는 국제수지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나라들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제수지가 대규모 흑자를 기록한 나라 중에서는 비교적 장기간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낮았고 실업률은 상대적으로 높았던 나라들도 있기 때문이다. 국제수지 적자규모가 큰 나라들을 순서대로 꼽자면 미국, 스페인, 영국, 프랑스 등이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2006년 8,115억 달러와 2007년 7,386억 달러를 기록했다. 스페인도 국제수지 적자가 2006년 1천억 달러를 넘겼고, 영국은 775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프랑스는 277억 달러를 기록했다. 한편, 국제수지 흑자규모가 큰 나라들로는 중국, 일본, 독일, 사우디 등을 차례로 꼽을 수 있다. 중국은 2006년에 2,500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고, 일본은 1,705억 달러를, 독일은 1,507억 달러, 사우디는 2005년에 871억 달러 등을 기록했다. 그런데 경제성장률은 미국이 일본에 비해서 1990년대 이래 더 높았다. 스페인과 영국도 마찬가지로서 독일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사우디는 석유수출에 따른 엄청난 수입에도 불구하고 성장률이 3~4%에 불과했다. 중국만 유일하게 대규모 국제수지 흑자를 기록하면서 성장률도 높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국제수지가 흑자라면 해외에서 더 많은 소득을 벌어서 국내수요를 진작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말이다. 당연히 국제수지에는 다른 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 내막을 잠시 살펴보자. 국제수지 흑자는 통화가치 상승을 부르고 이것은 국제경쟁력 약화를 의미한다. 만약 국제경쟁력이 약화되면 부진한 경기나마 유지해주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던 수출마저 감소할 것이 빤하다. 그래서 국제수지 흑자를 해외투자로 돌리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국내 소득의 해외이전을 의미했고, 결국 국내 경기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말았다. 그런데 국내 경제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국내 경제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국제수지는 무조건 흑자여야 바람직하고 해외채권은 많을수록 좋다고 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발상은 일본경제의 장기 부진을 지속시키는 결정적인 원인 중 하나였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경제전문가들은 세상을 비관적으로만 보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세상은 어두운 면이 있으면 반드시 밝은 면도 있다. 따라서 어두운 면을 봤다면 밝은 면도 함께 들여다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비판적인 시각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염세주의적 고정관념에서 출발한 것이라면 아주 심각한 문제이다. 염세주의적 고정관념은 모든 현상을 비관적으로만 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은 고장 난 시계와 다름없다. 멈춰버린 시계는 하루에 두 번은 어느 시계보다 정확하듯이, 어쩌다 한번쯤은 그런 시각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질 수도 있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그래서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균형감각을 잃은 시각은 독으로 작용할 따름이다. 물론 최근 우리나라 외환사정과 금융시장의 상황이 나빠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외환위기가 닥쳤다고 재단하는 것은 마치 체온이 36.5도에서 36.6도로 오른 것을 두고 죽을병에 걸렸다고 호들갑을 떠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체온이 37도에 이르러도 가벼운 증상이거나 건강한 경우가 많은데 말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경제란 모름지기 자기실현성이 매우 높다는 데에 있다. 경제에서는 모든 사람이 그렇게 되리라고 믿으면 그렇게 되는 것이다. 만약 망할 것이라는 말이 진짜로 망하게 했다면, 망하게 된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일방적인 비관주의를 경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명박 정권의 책임도 막중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위기설을 처음 제기한 것은 이명박 정권 자신이기 때문이다. 촛불 집회가 한창이던 지난 6월 갑자기 경제위기설을 제기하면서 이제는 경제를 살리는 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했던 것이다. 이것이 결국은 경제를 지금처럼 더 어렵게 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말았다. 반성하고 또 반성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