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와 재개발 펀글 09-10 13:13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렸다. 역사상 최악이었다. 물가불안도 심각해졌다. 대책이 시급했다. 정책당국은 종합토지세 제도를 실시하고 개발이익 환수제까지 도입하였으나 부동산 투기는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정부는 계속하여 점점 더 강력한 억제정책을 도입하는 등 몸부림쳤다. 시간이 지나자 수요의 공동화 현상이 나타났고(수요가 과거로 이동했기 때문), 부동산 투기는 차츰 잦아들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건설업체 도산이 증가하고 경기는 빠르게 냉각되기 시작했고, 그 여파로 일반 기업들의 경영난까지 심화되어 도산하는 업체가 속출했다. 이런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중소기업 경영안정과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법을 도입했다. 경기부진은 점점 더 심화되기만 했고, 결국 정부는 건설경기를 살려내야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고 판단하여, 대대적인 신도시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공급을 증가시켜 주택난과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겠다는 것이 그 명분이었지만, 사실은 경기부양이 목적이었다. 그런데 신도시에 대대적으로 건설한 아파트가 공급 과잉을 일으켰다. 미분양 사태가 나타났고, 신도시 조성사업에 나섰던 토지개발공사와 공공주택 건설에 나섰던 주택공사는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했다. 민간 건설업체는 두 말할 나위가 없었다. 분양 활성화를 위해 각종 혜택이 주어져야 했다. 재정을 투입하여 건설한 회사가 아파트의 난방을 책임졌으며, 서울에서 신도시를 연결하는 고속도로가 추가로 건설되었고, 다른 도로망도 대대적으로 정비되었다. 그밖에 분양을 촉진하기 위해 전철노선을 새로 계획하는 등 천문학적인 재정지원이 쏟아 부어졌다. 아울러, 떴다방도 눈감아줬고, 미등기 전매도 눈감아줬다. 아니, 정부가 앞장서서 투기를 부추겼다. 그러자 난방비가 전국에서 가장 싸고 주거여건도 양호하다는 소문이 돌면서 분양이 활기를 띄었다. 정부는 추가로 경제 활성화 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신도시에서 불기 시작한 부동산 투기는 전국으로 번질 조짐을 보였다. 그 바람에 물가불안까지 심각해졌다. 석유가격 상승까지 겹쳤다. 정부가 당초 기대한 바와 같이 성장률은 상승했으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무려 8.5%에 이르렀고, 국제수지도 적자로 전환되어 점점 더 악화되기만 했다. 그러자 정책당국은 물가안정 및 국제수지개선 대책을 발표하고, 공공주택 착공을 연기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듬해에도 물가는 더욱 불안해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무려 9.3%를 기록했고, 국제수지 적자의 규모는 더욱 커져만 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제조업 경쟁력 강화대책을 마련하여 발표해야 했고, 그래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1년 뒤에 경제안정 및 산업경쟁력 제고대책을 추가로 발표해야 했다. 곧 이어 부동산 투기억제 종합대책을 발표하였고, 그 바람에 경기가 빠르게 후퇴하자 불과 석 달 만에 부동산 투기억제대책을 완화하는 대책을 발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건설경기는 최악의 침체국면으로 들어섰고, 경기후퇴도 본격화하였다. 이상은 최근에 벌어졌거나 장차 이명박 정권에서 벌어질 일이 결코 아니다. 20년 전인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 사이의 노태우 정권에서 벌어졌던 일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부실기업을 인수한 것 같다’라고 규정한 것처럼 우리 경제를 총체적인 부도의 위기에 빠뜨렸던 노태우 정권에서 벌어진 일인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이 그 전철을 그대로 밟으려 하고 있으니, 어찌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있겠는가! 이명박 정권은 수도권 10개와 충청권 2개 등 신도시 12개를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다. 총 사업비는 109조4천억 원에 이르고, 토지 보상비만 58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건설경기를 부양하여 건설업체들이 겪고 있는 경영난을 해소시켜줌으로써 성장률도 끌어올리겠다는 심산인 셈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9월 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의 필요성을 다시 역설하였다. 공급확대를 통해 집값의 안정을 기하고, 무주택자를 위한 주거복지정책도 함께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공급 과잉이 주택 값의 하락을 더욱 부추기지 않을까? 주택 값이 떨어지면 수요는 미래로 더 이동하는 것이 아닐까? 신도시는 물론이고 도심 재개발로 지은 아파트까지 미분양 사태를 맞아야 하지 않을까? 그럼 노태우 정권에서처럼 부동산 투기를 다시 부추겨야 하지 않을까? 이 경우에는 토지보상비로 풀릴 58조원이 부동산 투기를 더욱 극성스럽게 하지 않을까? 국가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생산적 부문, 즉 성장력과 경쟁력을 키울 분야에 투자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성장력과 경쟁력과는 거의 무관한 분야에 소중한 국가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려 하고 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성장력과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지속가능한 성장률은 더 낮아지고, 이에 따라 국제수지는 더욱 악화될 것이며, 환율은 빠르게 상승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물가불안은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다. 물가불안은 성장력과 경쟁력을 더욱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일으킬 것이다. 이것이 과연 경제를 살리겠다고 집권한 이명박 정권이 해야 할 일일까?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왜 이미 실패했던 정책을 반복하려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