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아들로 태어나
누구의 아버지로 살다
그는 떠났습니다.
이 생에서 꼭 예순 여섯해를 살다가...

그가 이 생에서 머물던 자그마한 단칸방에는
그가 가기 전 켜놓은 TV만이 웅웅거리며 울고 있었고
베란다 화분에 심어 놓은 홍콩야자나무 한그루만이
덩그마니 집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한여름이었고...
어제 그제 찌는듯한 더위에
홀로이 외롭게 녹아 내리던 그...

울긋불긋 아름다운 꽃상여가 아닌
사체 검시반의 들 것에 실려
짐짝처럼...그렇게 실려 나갔습니다.

생전에 가족들의 웃음소리를 들었을진 몰라도
가는 길엔 가족들의 울음소리마저
들을 수 없습니다.
그의 가는 길엔 여름 햇살만이 강렬합니다.

들 것에 실려 떠나는 그...
표정은 편안합니다.
이젠 미소지으며 이야기 하는 것 같습니다.

[난 편히 돌아간단다..원래 있던 그 곳으로...
한동안의 세상 나들이 마치고
나 이제 돌아갈 뿐이란다.]

이 순간 다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가...이세상 소풍길에서 겪었던...
나빴던 기억은 모두 잊고서
아름다왔던 기억만을 안고 가시길 바랄 뿐입니다.

독거노인의 싸늘한 시신을
경찰병원에 안치하고 들어와 앉았습니다.

가끔씩 겪는 일상이지만
겪을 때마다 담담해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