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가는 길.... 남은벤치 09-14 22:05
장날.. 대추 밤을 돈사야 추석을 차렸다 이십 리를 걸어 열하룻장을 보러 떠나는 새벽 막내달 이쁜이는 대추를 안 준다고 울었다. 절편 같은 반달이 싸리문 우에 돋고 건너편 성황당 사시나무 그림자가 무시무시한 저녁 나귀 방울에 지껄이는 소리 고개를 넘어 가까워지면 이쁜이보다 삽살개가 먼저 마중을 나갔다. 노천명 시인의 [장날] 이란 시입니다. 밤송이도 한껏 부풀어 햇살을 터뜨리고 우리들 마음도 두둥실 보름달로 부푸는 추석입니다. 하지만 시인이 말한 그 옛날의 정취 아련하게..그러면서도 가슴 뭉클하게 하는 얘기들.. 이제 먼 얘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향수를 기억하질 못하며 삽니다. 누구나 부자가 되어버렸으니까요. 심지어는 팔월 한가위에 달 구경 하는 이들도 수를 셀 수 있을 정도랍니다. 재미있는 텔레비젼 때문일까요? 사람 사이의 인정만큼이나 정서도 메말라버렸습니다. 요즘 들어서는 송편 빚어먹는 집들도 드문 세상이더군요. 송편이 그냥 떡일 뿐이니까요. 그 안에 가족간의 정이 들어가는 것이라는 걸 잊어먹었나 봅니다. ㅎㅎ..물론..입에 들어가는 것도 고급이 되어버렸지만.. 평소 눈으로 보고 즐기는 음식들로 넘쳐나는 세상이니 명절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일런지도 모릅니다. 애 써서 만드는 음식들이 많지 않다보니 고생은 덜하지만 그만큼 추억도 줄어버렸습니다. 이제 명절이라는 것은.. 추억 하날 다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어쩜 지난 추억을 반추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면 몸이 힘들고.... 가지 않으면... 마음이 힘든 것이 명절에 고향 가기라던데 그래도 이 기회 아니면 언제 친정 찾을까 싶어 전 오후 일찍 전주를 향해 길을 떠납니다... 님들께서도 넉넉한 마음으로 정도 나누고 사랑도 나누는 팔월한가위 명절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