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방 ::
惡手와 稅金 펀글
09-16 13:19
아래와 같은 일이 벌어지면,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대통령은 “모든 것은 정상이며 차츰 더 호전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며칠 뒤 경제를 총괄하는 장관은 “서너 달 후에는 산업 활동이 재개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 며칠 뒤 산업을 총괄하는 장관은 “현 상황은 우려할 것이 없다. 올해는 정상적인 해가 될 것이며, 기업 경영은 3개월 후부터 정상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3개월이 지난 뒤에도 경제난이 풀리지 않자, 대통령이 다시 나섰다. “60일 이내에 실업 문제는 끝날 것”이라고 날짜까지 명확하게 제시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제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며칠 뒤에는 대통령이 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이미 최악의 상황을 지나왔으며 계속적인 일치단결된 노력만이 빨리 회복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언론까지 경제가 살아날지에 대해 의구심을 보이자, 대통령은 한 달 뒤 “경기가 가을까지는 정상화되리라고 예상한다.”고 또 밝혀야 했다.

이상의 발언들은 1929년 연말부터 5월 사이에 실제로 이뤄졌던 것들로서, [1929, 미국 대공황, Only Yesterday]라는 책(352~353쪽)에서 발췌했다. 그럼 그 결과 어떻게 나타났을까? 당연히, 경제가 살아나기는커녕 세계대공황으로 발전하고 말았다. 왜 이런 비극적인 일이 발생했을까? 경제란 자기실현성이 매우 강하므로, 불안에 떨던 국민들로 하여금 희망을 갖도록 한 것은 시의적절한 정책인데, 어쩌다가 이런 최악의 결과를 빚었을까? 경제가 진짜로 살아났다면 위와 같은 발언들은 최선의 구두정책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경제는 살아나지 못했다. 국민들로서는 경제를 더 불안한 눈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정책당국은 신뢰를 잃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은 더 컸고, 실망이 큰 만큼 절망도 더 커졌으며, 비관적인 분위기는 더욱 짙어졌다. 비관적인 분위기가 더 짙어지자 소비자는 소비를 더 줄였고 생산자는 고용과 투자를 더 줄였으며, 이에 따라 경기하강은 더욱 가속화하였다.

당시 미국의 후버 정권은 처음부터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인식했다. 경기가 빠르게 하강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인식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경기하강을 막아낼 정책은 어떤 것도 펼치지 않았다. 기껏해야 임금하락을 반대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막연하게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했을 따름이다. 경기가 하강을 지속하자 크게 당황하여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빚을 정책들만 선택했다. 특히,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고용을 유지한다는 명목을 내세워 관세인상 등 보호무역을 강화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세계적인 경제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듯이, 이 정책이 경기침체를 세계화하였고 세계적인 대공황으로 발전하고 말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위와 비슷한 일이 최근에 벌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내년 하반기부터는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언급했고, 고위 정책당국자들도 그런 비슷한 발언을 반복한 것이다. 그럼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이명박 정권은 현재의 경제난이 어디에서 출발했고 지금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를 거의 모른다. 얼마나 심각한 사태가 우리나라를 기다리고 있는지는 더 모른다. 그럼 그 결과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다행히 우리 국민들은 이명박 정권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 신뢰가 크지 않으므로 실망도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세계대공황 당시의 미국처럼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악수를 거듭한다면 그 결과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이명박 정권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 환율을 끌어올려 수출을 증가시킴으로써 성장률을 높이겠다는 정책이 물가불안을 일으켰고, 물가불안은 경기부진을 더 심화시켰다. 이에 따라 민심이 이반하자 각종 선심정책을 남발하였다. 그래도 민심이 돌아오지 않자,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내년 하반기부터는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며 민심 달래기에만 열성적이다. 그러나 국내 경기는 당분간 살아나지 못할 것 같다. 현재의 경기부진은 물가불안이 불렀는데, 이명박 정권은 물가불안을 잠재울 어떤 정책도 펼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사적으로도 물가가 안정되지 않고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궤도에 들어선 사례는 하나도 없다. 이명박 정권은 막연하게 석유 등 자원 가격이 떨어지면 물가는 안정될 것이라고 믿지만, 물가는 하방경직적인 성격이 강해서 석유 등의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물가가 스스로 안정되기는 어렵다. 성장이 지속가능하도록 물가상승률이 3~4% 정도로 안정되어야 하는데 말이다.

바둑 두는 사람은 누구나 아는 얘기이지만, 한 수를 잘못 두면 더 나쁜 수가 계속하여 그 뒤를 잇는다. 좋은 수라고 믿고 두었기 때문에, 그 결과도 좋을 것으로 믿곤 한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챈 뒤에는 오히려 더 무리한 수를 남발하다가 결국은 허무하게 지곤 한다. 잘못 둔 앞 수의 체면에 연연하기 때문이다.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는 격언도 누구나 잘 안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다음 단추를 정상으로 꿰더라도 옷맵시가 나올 리 없다. 그렇다고 그대로 꿰어간다면 우스꽝스런 모습이 되고 만다. 첫 단추가 잘못 꿰이면, 그 단추부터 다시 고쳐서 꿰어야 한다. 그러나 사람이란 자신의 실수를 좀처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잘못 꿴 단추를 그대로 놔두고 어떻게든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경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이제라도 제발 이명박 정권이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다. 첫 단추부터 다시 꿰면 좋겠다. 사태의 심각성을 이제라도 제대로 인식하여, 어떤 강력한 정책을 동원하더라도 물가불안부터 먼저 잡으라는 것이다. 그래야 다음 단추도 올바르게 꿸 수 있고, 그 결과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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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1일 정부는 [2008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소득세 2%p, 양도세 3%p, 법인세 최대 5%p, 상속세 최대 17%p’ 등을 인하하여 조세부담률을 20%로 떨어뜨리고, 각종 목적세를 본세에 통합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런 세제 개편을 통해 ‘저부담→고투자→고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면 7% 성장능력을 갖출 수 있다고 자랑했다. ‘작은 정부’를 지향했다는 면에서는 바람직한 개선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반드시 고려해야 할 다른 면에 대한 관심이 충분치 못하다는 사실은 심각한 일이다. 한 마디로, 세금을 이렇게 줄이면 재정수지는 당연히 악화될 것이 빤하다. 물론 정부는 세금이 많이 걷혀 흑자를 내고 있으므로, 재정수지 악화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진짜로 그럴까? 최근의 세수 증가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까? 이 문제에는 다음과 같은 타산지석(他山之石)이 있다.

주지하듯이, 미국의 클린턴 정권은 자본주의 역사상 최장의 경기팽창국면을 이끌었다. 여기에는 재정적자 감축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재정적자 감축 → 이자율 하락 → 금융 활성화 → 경기 상승’의 선순환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클린턴은 집권 직후 ‘4년 동안 5천억 달러의 적자 축소’를 발표했다. 언론(USA TODAY)은 이것을 ‘고통의 5개년 종합계획’이라고 부르면서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구사했다(앨런 그린스펀 [격동의 시대] 224쪽). 이런 고통과 인내의 결과는 좋은 열매를 맺었다. 경기호조가 장기간 이어졌고, 세수도 크게 늘어나 재정수지가 대규모 흑자로 돌아섰다. 당시의 사정을 그린스펀은 이렇게 적었다.

“예산 흑자폭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클린턴 대통령이 1998년에는 연방 예산균형을 이룰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하자마자 정책입안자들은 급히 서둘러 이 흑자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계획해야 했다. 분명 행복한 일이었지만, 예산 문제가 다 그렇듯 성공적인 경우에도 통제는 불가피했다. 특히 워싱턴에서 그 필요성이 강조되었는데, 눈에 10억 달러라도 띄면 200억 달러만큼의 금액을 쓸 방법을 생각해내는 게 정치가들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번 흑자는 정말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의회예산처는 흑자가 10년에 걸쳐 총 6,6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았다.(중략)

예상대로, 여분의 수익으로 무엇을 할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국민들에게 혜택이 충분히 돌아가지 않는다고 주장해온 민주당에서는 사회 정책에 활용하기를 원했다. 보수적인 공화당에서는 세금 감면을 통해 ‘국민들에게 돌려주자’는 제안을 했다.(중략) 반면, 밥 루빈(재무장관)이나 나를 비롯한 보수주의자들은 세금 감면이나 새로운 소비 모두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믿었다. 우리는 그 흑자가 국채를 갚는 데 쓰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국채는 25년간에 걸친 적자 지출의 결과로 현재 총 3조 7,000억 달러에 달해 있었다(1969년 이후 예산은 계속 적자였다).(그린스펀 [격동의 시대] 276쪽)”

“폴 오닐과 내가 예산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2001년) 1월 중에 만났을 때, 우리를 흥분시켰던 것은 역시 흑자 문제였다. 물론 우리 둘 다 10년 동안 5조 6,000억 달러(재정 흑자)를 풀어야 한다는 의회예산처의 발표를 알고 있었다. 약 3조 1,000억 달러는 사회보장제도와 매디케어(노인의료보호제도)를 위해 손댈 수 없는 돈이므로 약 2조 5,000억 달러가 활용할 수 있는 자금으로 남는 것이다. 물론 대규모 감세정책은 조지 부시의 대선 핵심 공약이었다.”(위의 책 318쪽)

“사실 그 10년 동안의 장밋빛 예측은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었다. 너무 갑작스럽고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부시의 세금 환급 수표가 발송되기도 전에 연방 세수가 곤두박질쳤다. 상무부에서 주기적으로 조정하는 국고로 돌아오는 개인소득세의 흐름이 수십억 달러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 이르기 시작했다. 6월 부시가 감세 법안을 승인하면서 계속 상승세를 보였던 과잉 흑자가 순식간에 해결되었지만, 7월을 기점으로 다시 적자 상태로 돌아섰다. 미국 최고의 통계학자들은 이런 변화에 기습 공격을 당했다. 예산 전문가들은 수많은 소득세 신고서를 표로 만들어 잘못된 부분을 이어 맞추면서 수개월을 보냈다. 세수 결손은 분명 주식시장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되는 하락세를 반영하는 것이었다. 2001년 1~9월, S&P500 지수가 20% 이상 축소되었다. 이 때문에 자본 이득에 대한 세금이 폭락했고 스톡옵션을 행사하게 됐다.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훨씬 더 급속한 하락이었다.”(위의 책 331쪽)

이후 미국의 재정적자는 연간 7~8천억 달러까지 증가했고, 이것이 금융시장을 압박하여 금리 상승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였으며, 투자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 시장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발생시키는 데에도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최근 미국이 맞고 있는 경제난의 근원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고 해야 할 정도이다. 9·11 사태의 수습과 경기 활성화를 위해 FRB가 금리를 2000년 12월 6.50%에서 2003년 1.0%까지 떨어뜨리는 동안에는 시장금리가 약세를 보였지만, 이후에는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프라임레이트는 2003년 4.0%에서 2006년 8.25%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이자율의 이런 급상승이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의 폭발성을 더욱 키웠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제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수에 대한 정확한 추계도 없이 함부로 세금을 감면하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다. 물가도 불안하고 국제수지도 악화되는 이때에, 재정수지마저 악화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경제전문가들이 이 문제를 들고 나와, 우리 경제가 내일 무너질 것처럼 또 떠들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설령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재정수지 악화만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막아야 한다. 재정수지 악화는 시장금리의 상승을 부르고, 시장금리의 상승은 투자를 억제하는 것은 물론이고, 금융시장 불안과 부동산 붕괴에 단초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국내 주식시장의 약세가 부르는 세수감소는 물론이고, 국제 석유가격 하락과 국내경기 하강에 따른 세수감소를 다시 한 번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만약 세수결손이 크게 나타날 것이 예상된다면, 세금감면을 중단하든지, 아니면 재정지출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 당연히, 국가경제의 장래를 위해서는 후자가 더 바람직하지만, 인기영합에만 관심을 갖는 이명박 정권으로서는 이것이 여간 고통스런 일이 아닐 것 같다. 이미 4조원 대의 추경예산안을 국회에 상정하여 재정지출을 늘리려 하고 있다. 악수는 악수를 부른다더니, 참으로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