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기엔 너무 큰 大馬 AIG…차마 내치지 못했다 코스모스펀드 09-17 19:19
FRB 850억달러 지원…급한 불 껐지만 아직 첩첩산중 ◆월가 패닉 진정◆ 미국 정부가 결국 파산위기에 몰린 세계 최대 보험사 AIG를 구제하는 길을 선택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3월 월가 5대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에 대한 지원과 지난 6일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대한 지원 후 더 이상 구제금융은 없다던 방침을 수정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6일(현지시간) AIG에 2년간 850억달러 규모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미국 정부는 양대 국책 모기지 업체에 대한 지원 당시 더 이상 구제금융은 없다며 부실 금융회사들이 문제가 발생하면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자체적인 해결 능력이 없으면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문을 닫도록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었다. 최근 구제금융 실시 이후 정부 부채 증가에 따른 부담 등으로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월가 4대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유동성 위기에 몰려 정부에 구원 손길을 내밀었지만 이를 외면했다. 경영에 실패한 민간기업에 대한 구제는 더 이상 없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부실기업에 대한 추가 구제금융은 없다던 정부 당국 방침은 AIG가 유동성 위기에 몰려 파산설이 나돌고 있는 상황에서도 유지되는 듯했다. AIG에 대한 지원 결정이 있기 하루 전까지만 해도 FRB는 업계가 스스로 해결하도록 독려했다. FRB는 골드만삭스와 JP모건에 긴급자금 700억~750억달러를 AIG에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을 뿐 AIG에 정부자금 지원 불가 방침을 고수했다.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 신청으로 몰락의 길을 걷게 놔뒀던 미국 정부가 이처럼 당초 방침을 바꿔 AIG에 전격적인 구제금융을 제공하기로 한 것은 AIG가 몰락하면 증권사나 투자은행 몰락과 달리 엄청난 파장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보험사 특성상 보험 가입자 등 소비자 재산이 걸려 있고 관련 채권 등을 보유한 금융회사도 워낙 많아 AIG 몰락시 금융시장은 물론 경제 전반에 감당하기 어려운 파장이 몰아닥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AIG 덩치가 리먼브러더스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미국 금융당국이 구제 쪽으로 방향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AIG 직원은 11만6000여 명으로 리먼브러더스(2만6000여 명)보다 4배 이상 많고 2007년 매출은 1100억달러로 리먼브러더스(600억달러) 2배에 육박한다. 또 총자산 규모는 1조달러를 웃돌고 총부채는 9717억달러에 달해 리먼브러더스보다 훨씬 크다. 특히 AIG는 각종 증권ㆍ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다른 금융회사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무너졌을 때 업계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AIG 부실 문제가 파생상품 부문에 한정돼 일반 보험 등 다른 부문은 건강한 상태기 때문에 AIG 구제가 수월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내려졌다는 분석이다. FRB는 발표문에서 현 상황에서 AIG 도산이 이미 상당한 정도에 이른 금융시장 취약성을 더 심화시키고 자금조달 비용을 크게 높이는 데다 가계 자산을 감소시킴은 물론 경제 활력을 더욱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FRB는 AIG가 파산하도록 방치하는 것보다 정부가 자금을 지원해 살리는 것이 국가경제와 국민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패터슨 뉴욕주지사도 "AIG와 리먼브러더스가 다른 케이스란 점"을 강조했다. 그는 "AIG는 주 대상이 일반 고객"이라며 전 세계 130여 개국에 고객 7400만명가량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AIG 구제는 경영을 잘못해 위기에 처한 업체를 살리는 데 따른 '도덕적 해이' 문제와 리먼브러더스는 몰락하게 놔둔 것과 비교해 형평성 문제를 둘러싼 논란도 제기된다. [뉴욕 = 위정환 특파원 / 서울 = 오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