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1998 펀글 10-07 11:20
이른바 '쪽박ㆍ대박'이 속출하고 있다. 미국 월가발(發) 금융위기 파장이 한국의 금융 및 실물부문에까지 미치면서다. 개인들이 올들어 주식시장에서 무려 100조원 가량을 날린 가운데 한발 앞서 금테크ㆍ환테크에 나선 사람들은 만면에 웃음이 가득하다. 또 돈을 빌려 집을 산 사람들은 울상인 반면 주식워런트증권(ELW), 대주거래, 리버스펀드 등 하락장에서 오히려 이익이 나는 이른바 '청개구리' 상품에 투자한 사람들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여기저기서 '쪽박'=무려 100조원 이상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증권선물거래소 및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주가가 급락하면서 올들어 3분기까지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자산 가치 감소분이 104조23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국내 주식시장 직접투자에서 62조7059억원, 국내외 공모 주식형펀드에서 41조5311억원 등이다. 앉은 자리에서 적잖은 쌈짓돈을 날린 개인들은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다. 주식투자액이 반토막 난 회사원 최모(42)씨는 "이젠 손절매가 무의미한 상황이다"며 "없는 셈 치고, 그냥 내버려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 전망이 밝지 않다"면서 "개인들의 손실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쪽도 암울하다. 미분양 속출로 경영난에 빠진 중소 건설사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계약자이 늘고 있다. 건설사나 계약자나 모두 '쪽박'인 셈. 특히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10%까지 치솟아 이런 현상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용인, 인천 송도ㆍ청라지구 등 분양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지역에서마저 해약요구가 줄잇고 있다. 주변 시세가 분양가보다 크게 떨어진데다 대출금리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분양가를 대폭 깎아 달라고 요구하는 한편 이게 어려우면 위약금을 물고서라도 해약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건설사들을 난감하게 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금리 상승 등 요즘 경기 상황을 봤을 때 앞으로 해약 요구가 더욱 많아질 것같다"고 우려했다. ▶틈새에서 '대박'=대부분이 한숨 짓고 있는 가운데 남몰래 웃는 사람들도 있다. 틈새에서 대박을 낸 사람들이다. 최근 금값과 원ㆍ달러 환율이 함께 오르면서 금테크(금 관련 상품 투자) 투자자들이 대박 꿈에 부풀어 있다. 금값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에, 환율 오름세에 따른 환차익이 겹쳐 막대한 수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한은행의 금적립계좌 상품인 '골드리슈'의 수익률은 최근 1개월 14.31%, 6개월 18.8%, 1년 51.8%에 달한다. 기업은행의 금적립계좌 상품인 '윈 클래스 골드뱅킹'도 최근 2개월 간 24.9%, 판매개시일인 지난 1월22일 이후 현재까지 30.7%의 고수익을 내고 있다. 하락장에서 빛을 발하는 이른바 '청개구리' 상품 투자자들도 대박 기대감에 젖어 있다. 청개구리 상품에는 ELW, 대주거래, 리버스펀드 등이 있다. ELW의 경우 하락장에서는 '풋(put) ELW'가 빛을 발한다. 이는 일정 기간 후에 약정된 가격으로 기초자산(종목)을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것으로, 단기간에 수백%의 수익률을 내기도 한다. 다만 예상과 달리 주가가 오른다면 풋ELW는 휴지조각이 된다. 대주거래는 주가하락을 예상하는 투자가가 주식을 빌려 미리 팔고, 이후 예상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싼 값에 주식을 다시 사 주식을 되갚는 것으로, 역시 하락장에서 톡톡한 수익을 낸다. '리버스(reverse) 펀드'는 말 그대로 거꾸로 가는 펀드. 주가가 떨어질 때 이익을 보도록 구조화한 펀드로, 1개월에 8% 가량의 수익을 내고 있다. 김필수 기자(pilsoo@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