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최인엽 입니다.
" 미국과 유럽의 화폐전쟁 "
가장 중요한 시점에 브리프 제때 전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또 몸살이 난데다
어제 대부분을 외부에서 보내다 보니 마음만 와있을 뿐이었습니다. 우선 죄송하
다는 말씀부터 드려야 겠습니다. 2주전 브리프에 현지 바닥론 컨센서스에 대한
집중 점검을 해드렸었는데, 모든 상황들이 상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로 흐르며
바닥론의 근거였던 기술적지표들 뿐만 아니라 저희가 점검하던 Bellwether들
마저 더 낮은 저점을 향한 기대수준을 순식간에 이탈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우선 바닥론의 근거였던 분기현상(Divergence)의 붕괴를 뉴욕증시를 가장
객관적으로 대변하는 S&P500 지수를 통해 확인해 보겠습니다.
MACD상 전저점이 붕괴되자 투매가 동반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주 7000억불 규모의 구제금융안이 의회에서 통과된 이후 그만큼
신뢰, 아니 기대가 높았던 바닥론이었기에 현지의 실망도 저희 못지 않습니다.
해당 바닥론을 제기했던 그간 높은 예측능력을 확인시켜줘 왔던 현지 Guru(대가)
들도 저마다 공개사과 내지는 해명에 바쁜 모습입니다. 그러면서도 이번 예측이
빗나간 가장 큰 이유에 대해선 통계분석 기법과 가까운 기술적분석의 특성상,
최근의 금융위기 상황이 현세대의 기술적 분석가들의 경험치와 데이터가 가지고
있는 Band(수준)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라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때문에 현지 언론들의 헤드라인은 '30년내 , 50년내 최악의 수준'이라는
수식어 대신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이라는 수식어로 교체되고 있습니다.
그간 저와 함께 해오셨던 바닥론의 근거나 Bellwether들의 모니터링을 통한
저점 포착론도 이번 상황을 통해선 무용지물이기는 마찬가지 였습니다.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최소한 Bellwether들이라면 다만 몇일이라도 미리 예고를
해주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데 있습니다. 우선 금융업종 스파이더(ETF)
확인해 보시죠...
신저점을 형성하며 시장의 더 깊은 바닥으로 진행을 정당화 시켜주고 있습
니다만 미리 예고하는데는 실패했습니다.
다음은 제가 가장 신뢰하는 개별지표중 하나인 고급주택건설업체 톨 브라더스
입니다.
빨간실선(200일 장기이평선)을 기준으로 그 상단에 위치할때 미래시장의 Bull을,
그 하단에 위치할때 미래시장의 Bear를 의미하는 이 지표의 하단 진입시점 역시
Divergence 붕괴시점과 맥을 같이했기 때문에 예고능력은 없었습니다.
반면, 현지 기술업종을 대변하는 나스닥100 지수는 예고능력이 가장 높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부분을 최근 달러화 강세에 따른 미국 대표 기술업종들의 수출단가
상승으로 인한 수출경쟁력 약화 이상으로 해석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성장주 펀드로 대변되는 기술업종에서 왜 가장 빠른 신호가 포착되었는지는
임의 소비재 업종 하나 더 살펴보고 계속 이어나가겠습니다.
지난 9월초 Bellwether들의 보조 확인지표로 증시가 바닥을 지났다면 미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선방영하는 임의 소비재(XLY) 업종 스파이더를
소개해 드렸었고 당시엔 빨간실선(장기200일이평선)을 상향돌파하는 모멘텀
이 발생했었습니다. 그도 잠시였을뿐 이후 내내 하락세를 보여 실물경기의
잠식 속도도 점차 가속화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황을 정리해 보면 이번 7000억불 상당의 구제금융안 발표 시점이 오히려 증시
폭락의 도화선이 되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생각합니다. 지난 9월 15일 리먼브라더스가 최종 파산에 이르기 직전까지 버냉키
나 폴슨 역시 메이저 금융기관에 대한 더 이상의 파산은 없을 것임을 공공연히
호언장담해 왔음을 함께 목도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 약속을 어겼고
결국 리먼은 파산했습니다. 대부분 막연하게 이런 초대형 금융기관의 붕괴가
있었기에 세계경제에 미치는 여파가 크구나라고 이해하시겠지만 제가 보기엔
다분히 의도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리먼 브라더스 파산은 유로화 공격용 조치로 활용되고 있다는 말입
니다. 리먼의 파산으로 리먼과 관계된 부실자산의 규모는 세계가 감당하기 힘든
정도로 부풀려 졌고 이로인해 7000억 달러 상당의 어마어마한 구제금융안이
미국의회를 통과했는데, 이 구제금융안이라는 허울좋은 표현의 의회 통과는
제가 지난주 소개해드린 '화폐전쟁'이라는 책의 논리를 빌면 유럽공격용 전쟁
비용 통과에 간주할 수 있습니다.
유로화는 세계경제 및 권력을 주도하는 미국의 오만에 맞서기 위해 유럽이
하나되어 1999년 태동했습니다. 초기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올 중반까지 꾸준히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여온 덕분에 명실상부한 세계기축 통화 반열에 올랐던
것이 사실입니다.
문제는 그간 서브프라임 문제 확산과정에서 체면을 구길대로 구긴 달러화 가치
대비 너무 커버린 유로화의 위상에 대해 작년 12월 부터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
이나 Bank of America로 부터 이대로 방치해선 안되겠다는 불편한 심기와
함께 달러 바닥론이 고개를 들면서 표면화 되기 시작했습니다. 아래 첨부하는
챠트는 달러화의 가치를 지수화한 US 달러 인덱스와 같이 유로화의 가치를
지수화한 Euro 인덱스입니다. 따라서 환율이 아니기 때문에 오르면 가치의
상승, 내리면 가치의 하락을 의미한다고 이해하셔야 합니다.
첫번째 파란화살표 부근에 Bank of America가 달러화 바닥론을 재기했고
이후 3월 중순 베어스턴스 파산을 계기로 완전히 달러화가 바닥을 잡았음
은 이미 성공적으로 확인해 왔습니다. 그때가 두번째 화살표 부근입니다.
이후 달러화의 바닥을 확인한 미국의 부시와 재무장관인 폴슨 뉴욕연방은행장은
세번째 화살표 부근인 6월초 본격적인 달러화 부양을 통한 미국통화의 헤게모니
찾기에 돌입한다고 선언합니다. 이는 유로화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었습니다.
이런 한편, 반대편 진영의 유럽중앙은행장인 쟝 클로드 트리쉐는 그때 까지의
성공적 유로화 강세에 자신하며 자기 코가 석자인 미국의 선전포고를 무시하고
네번째 화살표 부근인 7월 오히려 미국의 상품가격 인상에 항의하는 조치로
'인플레이션 우려 증대로 금리를 인상'한다고 밝힙니다. 당시 브리프를 통해서
도 전해드렸지만 그간의 세계경제 질서는 미국의 선제적 정책금리인하라는 공개
시장 조작 정책에 나머지 선진 경제권들이 줄줄이 뒤따라 금리를 인하하는 형태로
복종을 표시해 왔었기 때문에 유럽은행장의 금리인상 발언은 미국을 자극했습
니다. 이때부터 세계각국은 미국의 'R'(Recession) 논리에 따를 것이냐,
유럽의 'I'(Inflation) 논리에 따를 것이냐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또 세계각국이
어느 논리에 따르느냐에 따라 세계경제의 주도권은 그쪽으로 넘어가게 될 구도
였구요.
바로 직전까지 미국 현지의 컨센서스와 함께해온 저희도 그랬지만 각종 선행
지표들이 바닥을 잡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미국이 주창하는 'R'논리를 따르
려는 국가는 거의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전세계가 공감할 확실한 'R'
을 보여줘야 한다는 당위성을 느끼게 되었을 겁니다.
그 과정에 이제 더이상 없을 줄로만 알았던 리먼 브라더스의 퇴출이 결정되었
고 전세계는 이제 당연히 'R'의 논리를 수긍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7월 금리
인상 이후 세 차례나 더 4.25%의 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던 유럽중앙은행
조차 오늘 결국 금리인하 동참을 선언하고 맙니다. 오늘 금리인하 결정을 발표
한 국가들을 볼까요...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BOE), 캐나다중앙은행,
스위스 중앙은행, 스웨덴 중앙은행, 중국 중앙은행 입니다.
이 의도는 그저께 미국의 정책의도에 가장 우호적이라 알려져 있는호주중앙
은행이 금리를 한방에 100 bp(1%)나 인하하면서 예고되어 왔습니다.
최근 일고 있는 리먼 브라더스 파산에 대한 여러가지 의혹들이 규명될지
모르겠지만 이런 맥락에서 충분히 이해가 가시리라 봅니다.
또한 위에 사상 초유의 7000억달러 규모 구제금융안이 유럽에 대한 전비승인
이었다는 비유는 유로에 대한 미국의 치밀한 연구에 기인합니다. 미국은 자국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질 어마어마한 구제금융안을 자체 단일 의회에서만
승인받으면 되지만, 유로경제권은 복합체인 만큼 참가국의 비용분담의 문제
를 풀기 쉽지 않아 참가국 개별적으로 대처할 수 밖에 없음을 간파했습니다.
최근 벌어지는 현상을 보면 유럽각국은 자체 대처를 하고 있으며 리먼 브라더스
파산 이후 예상밖으로 커진 부실자산 처리를 위한 구제금융에 기껏해야 수백억
달러 수준의 각개 대처를 하고 있는 상황이며, 사태의 확산으로 유동성 부족에
빠진 주요 은행들을 잃을까 속속 국유화하는 행동으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반면 이번 사태로 헤게모니를 되찾고 있는 미국 통화(달러)의 추이는 아래와
같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런 시기에 '화폐전쟁' 이라는 책을 읽어 느끼는 바가 큰 상태에
사태이해에도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들께도 추천드리구요...
선전포고 없는 경제전쟁이 미국진영(미,영,호주)과 유럽간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달 까지의 외국계 자금 철수가 미국계 자금위주였다면,
최근엔 심각해진 유동성 고갈에 직면한 유럽계 자금들의 철수행렬이 이어
지고 있습니다.
방금 우리나라도 금리인하를 결정했다는 속보가 들어왔군요... 당연히 따라야
겠지요. 하지만 따라간다고 하더라도 미래 우리의 국익을 대변하기 위해 무엇을
대비해야 할지 올바른 대처방안을 확립하기 위해선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선행되어야 겠지요.
이제 공식적으로 FRB의 역실적장세 단축 시도는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상관
없이 연장모드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지 최근 역실적장세 선호업종인
유틸리티업종만이 다시금 Out-perform 하는 현상이 포착되고 있군요.
기술적분석을 통한 저점 예측에 실패한 현지 대가들의 저점 낮춰잡기에 대한
의견들에 대해선 분분하지만 중론이 없어 소개해 드리지 않겠습니다. 다시
한번 이번 저점붕괴를 예고해 드리지 못하고 상황설명에 지나지 못함을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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