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CBS 박종률 특파원] 한국의 가계부채 규모가 가처분소득의 1.5배가 넘는등 다른 아시아 주요 국가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한국인들은 평균 임금의 5분의 1을 대출이자를 갚는 데 쓰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포스트는 일부 분석가들의 말을 인용해 경기침체와 실업률 증가, 수입 감소가 이어진다면 한국 경제는 지난 1997년 IMF 구제금융 위기 때처럼 '빚거품'이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신문은 이날 한국 정부가 전날 증시를 부양하고 원화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은행에 1천억달러(약 130조원)규모의 채무를 보증하기로 한 금융시장 안정대책을소개하면서 한국의 경제상황을 이같이 진단했다.

신문은 특히 한국은 외환보유고가 2천4백억달러에 이르고 중국과 인도, 중동지역에 대한 수출 호황을 거듭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아시아 주요 경제국 가운데 가장 취약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는 지난 주 한국의 5대 은행을 관찰 대상에 올려 놓았으며, 올해 달러화 대비 원화의 가치는 30%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 당국은 경제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튼튼하며, 외국 언론들이 금융위기를 과장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그러나 지난 여름부터 전 세계적으로 금융시장이 위축되면서 한국의 은행들은 메이저 국제은행들로부터 달러를 구할 수 없게 됐고, 미국과 유럽의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값을 지불하기 위한 달러를 구하려 안간힘을 썼다고 전했다.

또 한국의 올해 수출은 28% 증가했지만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 하락이 심화됐고, 외화 차관 상환을 비롯해 원유와 석탄, 곡물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달러를 마련하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 설상가상으로 한국의 주요 수출업자들은 자재를 살 돈을 비축하거나 환차익을 노리고 달러를 비축했으며, 수많은 국민들은 원화 대비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자 달러를 집에 쌓아두기에 이르렀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지난 5년간 4.5%의 성장률을 보이며 성장을 거듭해 왔지만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수출둔화로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다고 신문은 전망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8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보고서에서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6월 제시한 4.3%보다 0.8%포인트 낮아진 3.5%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