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손’과 ‘보이는 손’의 ‘악수’가 필요하다 코스모스펀드 10-21 17:07
‘보이지 않는 손’과 ‘보이는 손’의 ‘악수’가 필요하다 세계 금융 상황은 갈수록 더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새 대통령은 보이지 않는 손(시장)과 보이는 손(정부)을 적절히 통합시켜야 금융위기를 수습할 수 있다. [57호] 2008년 10월 14일 (화) 14:02:06 김응택 (숭실대 경제학과 방문교수)     ⓒEPA 부시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7000억 달러 구제금융 법안에 서명한 뒤 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침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7000억 달러 구제금융 법안에 서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 의회가 금융기관에 대한 구제책을 통과시켰다. 미국 정부는 이 엄청난 돈을 어떻게 쓸까? 과연 이 돈은 월가의 금융위기를 진정시킬 것인가? 누가 가장 큰 수혜자로 등장할까? 누가 그 돈을 갚을 것인가? 7000억 달러는 미국 국채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은 나와 있지 않다. 불확실성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고통받는 미국 국민은 이번 구제안의 결과를 관용할 용의가 있는가? 이번 구제안은 11월5일 대선 결과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새로운 대통령은 전례 없는 경제위기를 어떻게 헤쳐갈 것인가? 결국 새로운 대통령이 이러한 아주 복잡한 세계경제 속에서 ‘보이지 않는 손‘(시장)과 ‘보이는 손’(정부)을 어떤 식으로 적절히 통합시킬 것이냐가 21세기의 주된 과제로 남을 것이다. 공화당 출신인 부시 대통령은 처음부터 일련의 불운을 겪었다. 일부는 전임 행정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지만 대부분은 자초한 것이다. 2001년 9월11일은 미국 역사에 21세기판 진주만 공격을 당한 날로 기록될 것이다.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 자본주의 심장인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을 공격한 것이다. 그는 미국 군사력의 심장인 펜타곤을 공격하는 데도 성공했다. 공중 납치된 또 다른 비행기는 백악관으로 돌진하다가 펜실베이니아 들판에서 폭파됐다. 이 믿을 수 없는 일이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에서 한 무리의 유치원생과 책을 읽는 동안 벌어졌다. 너무나 충격적이서 대통령은 처음에는 믿으려 하지 않았다. 오사마 빈 라덴은 누구인가? 그는 왜 그토록 미국에 분노했나? 그는 한때 옛 소련군을 몰아내기 위해 싸웠던 아프가니스탄 ‘자유의 전사’가 아니었던가? 당시 소련을 상대로 싸울 때 그가 미국 정부로부터 충분한 재정 지원을 받았으며, 잘 훈련되고 전폭 지지를 받았다는 사실은 문서로 기록돼 있다. 그러던 그가 완전히 미국에 등을 돌렸다. 왜, 그리고 어떻게 그는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을까? 미국이 자기 조국 사우디아라비아를 민주화하겠다는 공약을 지키지 못했을 때 그는 의사가 되고 싶었다. 그가 미국에 끼친 경제적·신체적·정신적 피해는 헤아리기 불가능하다. 9·11 테러는 미국의 아프간 공격을 불러들였다. 곧이어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이란·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했다. 그 가운데 이라크를 침공했다. 이란과 북한 문제는 오늘날까지도 미결 과제로 남아 있다.     ⓒReuters=Newsis 미국 자동차 회사는 외국 자동차 회사와 힘겨운 경쟁을 한다. 위는 포드 자동차 생산 라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 대학 교수는 동료인 린다 빌름즈와 함께 쓴 <3조 달러 전쟁>에서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 투입한 비용이 3조 달러 이상이라고 추산했다. 왜 미국은 이라크를 공격했는가? 이건 미래 사가들이 풀어야 할 주요 과제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저서 <소란의 시대>에서 에너지가 주된 동인이라고 주장한다. 새로운 대통령이 어떻게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빠져나올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가장 도전적인 과제로 남아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은 작동 불능 상태인가? 자유시장 제도는 어떻게 됐나? 미국은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주장한 대로 자유시장 제도를 옹호해왔다. 그렇다면 현재의 미국 경제위기를 해결하는 데 미국 시장경제의 구실은 과연 무엇인가? 시장경제는 곤란에 빠진 월가를 구해낼 수 있을까? 부시 대통령은 금융시장을 회복시키기 위해서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 전부가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부시 행정부는 특히 대기업과 부유한 미국인의 세금을 깎아주는 방식으로 시장을 강력히 지탱해왔다. 이제 구제금융 법안 통과로 중산층은 고율의 세금이라는 커다란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그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 가운데 하나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간의 격차이고 중산층의 감소였다. 앞으로 미국 의회에서 열릴 구제금융 청문회에서 주된 초점 중 하나는 이른바 ‘황금 낙하산’이라 불리는, 일류 금융회사 회장들의 어마어마한 봉급과 이들의 은퇴에 들어가는 엄청난 퇴직금이다. 미국 경제 좌우하는 자동차 회사 ‘흔들’ 미국을 끈질기게 괴롭힐 문제 중 하나는 국민의 턱없이 높아진 소비 성향이다. 자신들의 소득 능력을 훨씬 넘어 소비해온 것이다. 이것은 주택 거품을 야기했다. 미국 소비자들은 자신의 거주지와 휴양지의 호화 저택 용도로 더 크고 더 좋은 것을 원했다. 처음에는 미국 경제도 전례 없는 번영이라는 비정상적 경향과 보조를 맞췄지만, 이것도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플로리다와 애리조나 같은 곳에서 주택 거품이 시작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물론 미국 소비자의 소비 풍조에 기꺼이 도움을 준 은행도 책임이 있다. 이런 은행은 소비자의 신용도를 신중하게 따지지 않고 돈을 빌려줬다. 그 결과 주택 값에 거품이 잔뜩 끼었고 지난해부터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 주택 값이 폭락하자 주택 소비자들은 더 이상 모기지론의 원금과 이자를 갚을 수가 없게 됐다. 그러다 보니 은행이 부실자산을 떠앉게 됐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더 심각하다. 현재 자동차 시장은 너무 많은 회사가 너무 많이 자동차를 생산한다. 완전히 공급 초과 상태다. 미국의 세 자동차 회사인 GM·포드·크라이슬러는 다른 나라 자동차 업체들과 힘겨운 경쟁을 벌인다. 도요타·닛산·혼다·BMW·메르세데스벤츠·현대자동차 같은 외국 자동차 회사는 가격과 질, 그리고 서비스 면에서 경쟁력이 있고, 인기가 높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전체 미국 경제를 좌우한다. 앞으로 살아남느냐 여부가 미국 경제에 커다란 충격을 줄 것이다. 6.4%에 이르는 실업률은 새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주된 과제이다.     ⓒXinhua 미국 민주당 오바마 후보(왼쪽)와 공화당 매케인 후보. 에너지 또한 주요 문제다. 부시 행정부는 지속성 있는 에너지 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미국 정부가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이래 포괄적인 에너지 정책을 갖고 있지 않은 데 대해 매우 걱정한다. 중동(특히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미국의 에너지 의존도는 ‘에너지 독립’이라는 구호에도 불구하고 계속 커져왔다. 중동에 대한 미국의 석유(에너지) 의존도는 카터 대통령 시절 약 36%였는데, 지금은 60%를 넘는다. 세계 최대 에너지 그룹인 엑손모빌은 엑손 창업주의 손녀인 니나 록펠러 교수가 내놓은 일련의 ‘그린 에너지’ 제안을 무시했다. 미국 자동차 시장과 석유 시장 간에는 독특한 사이클이 존재한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매우 높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 등의 나라에 에너지를 수출해 받은 대가의 상당 부분을 범세계 테러주의자들을 지원하는 데 써 왔다. 이런 악순환 고리를 어떻게 끊어내느냐가 차기 대통령의 큰 도전이 될 것이다. 미국 의료보험 체계 ‘붕괴 직전’ 의료보험도 골칫덩어리다. 자동차 노동자들이 경영진과 지리한 협상을 벌이는 주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의료보험이다. 보편적 의료보험이 마련되지 않는 한 자동차 회사 경영진은 언제까지나 노동자들과 이 문제로 부딪칠 것이다. 미국에서 이 문제는 너무 오랫동안 무시돼왔다. 산업화에 성공한 나라 가운데서 미국은 전 국민을 포괄하는 의료보험 제도가 없는 아주 드문 예외적 나라다. 3억 인구 가운데 6000만명 이상이 의료보험 사각지대에 있다. 노년층과 수백만 불법 체류 외국인에 대한 의료보험은 재정이 가뜩이나 열악해 허덕이는 병원에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미국의 의료보험 체계는 완전 붕괴 직전에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이건, 보이는 손이건 이런 산적한 문제를 쉽사리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7000억 달러 구제금융이 만병통치약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로 명백하다. 모든 가능성을 감안할 때 세계의 금융 상황은 앞으로 훨씬 더 나빠질 수 있다. 과연 새로운 대통령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은 보이는가? 과연 공화·민주 어느 당이 이 모든 문제를 풀 수 있을까? 어느 당도 모든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번거롭게 값비싼 선거 연습을 할 필요가 있는가? 양당의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인가? 애리조나 출신의 매케인 후보가 이끄는 공화당은 몇 가지 이유로 미국민에게는 능력이 떨어져 보이고 덜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공화당은 민주당보다 부유하긴 해도 극도로 분열돼 있는 것 같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백악관에서는 공화당 전당대회에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부시 행정부는 공화당 후보를 응원하지도 않았다. 사실 공화당 후보도 인기 없는 부시 행정부와 가급적 거리를 멀리 두려 한다. 현재 대선 후보 말고는 적극 캠페인에 나서는 전국적인 공화당 지도자는 없다. 민주당은 어떤가? 경제 회복을 위해 마술 같은 처방전을 가졌는가? 이들의 주된 선거 전략 구호는 ‘변화’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이냐다. 미국 대중은 기꺼이 민주당을 지지할 것인가? 공화당과 비교해 그들의 강점은 무엇인가? 공화당과 견줄 때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위해 단합이 더 잘 돼 있어 보인다. 힐러리를 포함한 대다수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는 민주당 후보를 위해 적극 유세에 나섰다. 심지어 공화당 지지 성향을 보였던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같은 부유한 미국인도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다. 모든 가능성으로 보아 민주당은 의회에서 지금보다 여러 석을 더 확보할 듯하고,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더 강력한 다수당이 될 것이다. 민주당 후보는 또한 공화당 후보보다 금융위기 덕을 톡톡히 본다. 그럼에도 11월 선거에서 누가 이길지 예측할 길이 없고, 또 승자가 미국 경제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더욱 예측하기 힘들다. 민주당 해리 트루먼은 1950년 신승을 거둬 미국을 놀라게 만들었다. 조지 부시도 플로리다에서 모호한 투표용지를 다시 세어보기 전까지는 승리를 선언하지 못했다. 현재 민주당 후보는 공화당에 비해 유리한 고지에 있는 듯하다. 잘 조직되어 있으며 재정도 탄탄하다. 민주당이 승리한다고 가정할 때 현 금융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우린 민주당 대통령 하에서 전례 없는 변화의 폭에 놀랄 것이다. 새로운 민주당 대통령은 ‘보이지 않는 손’과 ‘보이는 손’ 가운데 하나를 단순히 선택하는 것만으론 충분치 않을 것이다. 오히려 둘 사이를 현명하게 적극 조정해야 한다. 새 대통령은 경제 용어로 말하면 케인스식 경제 모델인 ‘적자 재정’을 다시 창조해야 한다. 결국 이런 모델이 세계화한 21세기에도 적합할 것이다. 번역·권웅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