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양책으로 거품 붕괴 막겠다고? 코스모스펀드 10-21 17:09
부동산 시장이 거품 붕괴 초기 단계에 진입하자 이명박 정부는 무리한 주택 공급 확대책과 집값 떠받치기 정책을 편다. 이같은 부양책은 오히려 주택 시장의 장기 침체라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56호] 2008년 10월 08일 (수) 11:26:12 선대인 (<부동산 대폭락 시대 온다> 저자)     ⓒ뉴시스 주택업계는 9월 말 현재 실제 미분양 주택 수가 전국적으로 25만 호를 넘는다고 본다. “건설업체가 벌벌 떤다.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서 건설업체는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린다. 상위 대형 건설업체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니 건설업체 출신 대통령이 저렇게 돈다발을 갖다 안기려 하는 것 아닌가?” 건설업계 사정을 잘 아는 한 서울시 고위 관계자가 최근 사석에서 한 말이다. 중견 건설업체의 한 임원도 “극심한 자금난에 내몰린 건설업계가 정부에 유동성을 공급해달라고 아우성이다. 최근 내놓는 정책을 보면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집값 거품이 꺼지는 징후가 완연해지고 미분양 물량이 급증해 건설업체의 자금난이 심각해지면서 거품 붕괴를 막으려는 정부 대책이 쏟아진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첫 부동산 대책인 8·21 대책부터, 9·1 감세안, 9·19 주택 500만 호 주택공급 대책, 9·22 종합부동산세제(종부세) 개편안 등이 잇따랐다.  이 대책은 △분양가 상한제 무력화 및 사실상의 후분양제 폐지 △최저가 낙찰제 확대 적용 연기 △지방 미분양 아파트 환매조건부 매입 △ 수도권 전매 완화 △정부 예산 120조원을 동원한 주택 공급 △뉴타운 및 신도시 추가 지정 △재개발·재건축 사업 촉진 △1가구 1주택 양도세 부담 및 상속세 부담 완화 △부유층 중심의 소득세 완화 △종부세의 유명무실화 △분당 신도시 16배 크기의 그린벨트 해제 등이 골자다. 극심한 자금난을 겪는 건설업계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고가 주택 보유자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공통점이다. 한마디로 ‘건설 및 부동산 경기 부양’과 ‘집값 거품 떠받치기’로 일관한 정책이다. 더구나 정부가 이들 대책을 내놓는 속도와 규모가 엄청나다는 점이 주목된다. 정부가 겉으로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괜찮다’고 주장하지만, 속으로는 부동산 거품 붕괴를 걱정함을 짐작할 수 있다. 정부가 제2 롯데월드 건설에 적극적인 까닭 직접적인 건설 및 부동산 부양 정책이 아니어도 같은 의도를 가진 정책이 적지 않다. 정부가 앞으로 5년간 56조원을 투입하는 ‘광역경제권 선도 프로젝트’ 사업이 대표적이다. 56조원 사업 가운데 53조원가량이 항만·공항·산업단지·도로 건설에 들어가게 된다. 정부가 새만금개발사업 추진에 속도를 붙이고, 제2 롯데월드 건설을 신속히 허가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정부가 군 내부의 반발을 무릅쓰고 제2롯데월드 건설 허가를 밀어붙이는 것은 이런 면에서 이해할 수밖에 없다. 현재 상암 DMC 초고층 빌딩이나 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 등 서울과 수도권에서 민간이 추진하는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가 많지만 당장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는 사업은 많지 않다는 게 건설업계의 진단이다. 하지만 제2 롯데월드는 다르다. 롯데그룹은 현금 동원 능력이 뛰어나다. 롯데그룹 계열사의 한 부사장은 “건설 경기를 살리려면 당장 돈을 풀 수 있어야 하는데 다른 회사는 지금 같은 신용 경색기에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수조원을 바로 동원할 수 있다”라고 자신했다. 숙원 사업인 제2 롯데월드 건설을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롯데그룹은 정부에도 같은 논리를 내세웠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나라 안팎의 경제 상황을 살펴볼 때 정부의 이같은 부동산 부양책으로는 버블 붕괴를 막기 어렵다. 정부가 대출 규제 완화를 제외하고 웬만한 부양책은 다 내놓았지만 부동산 시장이 꿈쩍도 않는 게 그 증거다. 정부의 종부세 개편 방침에도 불구하고 버블 세븐 지역의 집값은  올 들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고, 금융기관이 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매 물건도 속속 등장한다. 버블 세븐 지역에서 그동안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가격대가 깨진다는 보도도 잇따른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높은 집값, 극심한 거래 부진으로 표현되는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기간을 지나 버블 붕괴의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 집값 거품 붕괴를 부르는 시장 압력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버블 붕괴를 피하기 어렵다. 저금리와 달러 유동성 급팽창에 기인했던 전세계의 부동산 버블이 동시에 붕괴하는 징후가 뚜렷하며, 수도권 미분양 물량 급증으로 표현되는 공급 과잉 현상이 심각하다. 투자 수익률의 저하와 투기 심리의 위축,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시중의 신용 수축과 금리의 지속적 상승 같은 거시 환경도 집값 하락을 부채질할 수밖에 없다. 이미 재개발 지역과 뉴타운 지역에서는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태다. 공급과잉인데 엄청난 물량 또 공급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한 정부의 중구난방식 대책이 장기적으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각종 주택 공급 확대책은 2010년대 이후 주택시장을 ‘확인 사살’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부동산 시장은 공급 과잉 상태다. 2008년 9월 말 현재 미분양 주택 수는 전국적으로 16만 호를 넘었고, 수도권에만 2만3000가구에 이르렀다. 실제 미분양 물량은 25만 가구를 훌쩍 넘는다는 것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4만 가구를 넘는다. 더구나 올해 들어 수도권에서 분양한 물량의 25%가량이 집주인을 찾지 못했다. 중대형 위주의 공급 물량이 집중 공급된 버블 세븐 지역과 수도권 남부축 등에서는 남아도는 집이 넘쳐난다. 심각한 것은 2008년 이후에도 수도권에서 지속적으로 막대한 물량 공급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2006년 하반기 부동산 투기가 다시 극성을 부리자 정부가 2기 신도시 개발 계획을 내놓은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2009년 판교 신도시 2만9000세대를 시작으로, 2010년 위례(송파) 신도시(4만6000세대), 광교 신도시(3만1000세대), 동탄2 신도시(11만 3000세대) 등에서 입주 물량이 쏟아진다. 검단 신도시(6만6000가구), 파주 신도시(3만4000가구), 김포 신도시(5만3000가구), 양주 신도시(5만8000가구) 등 모두 10개의 2기 신도시에서도 52만5023가구가 공급된다. 2010년까지 예정된 물량만 해도 30만 가구에 이른다. 여기에다 이명박 정부는 ‘8·21 대책’으로 인천 검단과 오산 세교에서 4만9000가구를 추가로 공급할 작정이다. 서울은 어떤가? 우선 뉴타운을 보자. 뉴타운은 사업지 수로는 35개이지만 한 사업 지역당 개발면적이 재개발 사업지 평균 면적의 약 40~80배에 이른다. 서울시가 1973~2007년 사이 추진한 주택재개발사업 전체 면적의 1.5배에 이른다. 이곳에서 공급될 물량은 모두 32만 호. 뉴타운 지역 외에도 준공업지역에서도 아파트 공급이 시작된다. 서울시 전체 준공업지역 면적은 27.7㎢로 뉴타운 사업지 전체 면적과 맞먹는다. 이들 준공업지역에서는 2010년대 이후 상당한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판에 정부는 9·19 대책을 통해 수도권에서 뉴타운 25개를 추가 지정하고 도심에서 180만 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들 물량은 앞으로 주택시장에 어떤 여파를 미칠까? 주택 공급 물량이 늘더라도 충분한 수요가 있다면 문제가 없지만, 과연 그럴까? 보통 주택 구입이 왕성한 연령대를 35~54세로 잡는다. 그런데 지금까지 부동산 시장을 움직였던 베이비붐 세대는 주택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는 중이다. 주택 수요가 크게 위축되는 것이다. 자녀를 출가시키고 직장에서 은퇴한 사람은 더 이상 집을 사지 않거나 기존보다 작은 주택으로 옮겨간다. 노후 불안이 갈수록 심해지는 추세에서 은퇴 세대의 주택 수요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비붐 세대의 선두 주자인 1958년 개띠는 정년을 맞는 2013년을 전후해 직장에서 은퇴한다. 2010년께부터 주택 수요 크게 위축 반면 베이비붐 세대의 끝자락에 있는 1974년생이 35세가 되는 2009년 이후로는 인구가 급격히 줄어든다. 출생자 수가 101만(1971년)→87만(1980년)→66만(1990년)→64만(2000년)→44만(2005년)으로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결국 2013년 이후부터는 주택 구입 세대가 양쪽에서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셈이다. 이것은 보수적 예측일 수 있다. LG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정년 시기는 52세 전후로 당겨지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실제 베이비붐 세대의 인구가 줄어드는 여파가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시점은 2010년께부터다. 더구나 1978년 이후 출생한 지금의 20대는 절대 숫자에서뿐만 아니라 주택 구매력 면에서도 베이비붐 세대의 빈자리를 결코 채우지 못할 것이다. 이들은 외환위기 이후 ‘고용 없는(혹은 저고용의) 성장’ 시대에 상당수가 비정규직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세대다. 동시에 2000년 이후 발생한 부동산 거품에서 철저히 불이익을 받은 세대다. 이들 중 대다수는 베이비붐 세대에 비해 경제력이 취약하다. 이들이 기성세대가 빠져나간 주택 시장을 채우기는 어렵다. 결국 이명박 정부가 경제활성화라는 미명으로 서둘러 내놓은 ‘질러대기식’ 주택 공급 확대책은 주택시장의 미래 수급 구조를 잘못 파악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이런 오판은 정부의 의도와는 거꾸로 2010년대 이후 이미 꺼져 있는 주택시장에 찬물을 끼얹어 주택시장을 장기 침체로 몰고 갈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