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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식 "지금의 경제위기는 공포감 퍼뜨린 자들 때문" |
[인터뷰] 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장 "지나친 공포감 조성으로 실제 필요 이상의 달러수요 발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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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웅 기자 기자, 2008-10-31 오후 4:38: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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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음 아고라와 네이버 블로그 등에서 추앙받고 있는 '미네르바'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스스로를 '고구마 파는 할배'라고 칭하면서, 지난 3월부터 다음 아고라에 많은 경제 관련 글을 올렸다.
그가 뜨게 된 건 '리먼브라더스' 파산을 맞추면서부터다. 이후 그는 지금까지 국내 증시(KOSPI)지수가 500까지 떨어지고, 외환위기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그의 글을 기사로 실을 정도다.
과연 그의 이야기가 모두 맞을까? <프리존뉴스>는 기존의 학자들이 아닌, 소위 경제 관련 재야고수라는 분들과 실제 현장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을 찾아 최근의 경기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다. 그 첫 번째로 21세기경제학연구소로 유명한 최용식 소장과 인터뷰했다.
(프리존뉴스, 이하 프) 최근의 경제동향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수준입니다. 외신과 정부, 재야고수들이 제각각 목소리를 내는 바람에 개미들은 어디로 가야할 지 갈피를 못 잡고 있습니다. 소장님께서 보시는 우리 경제의 단기전망, 그러니까 유가, 환율, 증시는 어떤 상황입니까.
(최용식 소장, 이하 최) 지금 우리 경제가 어렵다고 합니다만 사람으로 비교한다면 독감 수준 정도입니다. 하지만 언론을 포함, 지금 여기저기서 하는 말을 들으면 말기 암 환자처럼 회생할 수 없는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이게 더 큰 문제입니다.
이런 게 있습니다. 주식을 예로 들어 봅시다. 주가상승세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낙관적 전망에만 관심을 갖고, 하락세에서는 극단적인 비관론만 관심을 받습니다.
작년 가을을 한 번 보시죠. 그 때는 대부분의 언론과 금융기관들이 ‘내년 증시는 3천을 간다, 5천을 간다’고 전망했습니다. 반면 우리 연구소에서는 1800이 적정수준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만약 2000을 넘으면 장기하락세이거나 폭락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상승론이 우세했기 때문에 아무도 우리 이야기에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유가는 또 어땠습니까? 올해 6월 유가가 140달러를 넘었을 때 다들 연말까지 200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메릴린치 같은 대형 투자기관조차도 유가를 200달러로 전망했습니다. 다른 국내 경제연구소도 마찬가지구요. 우리 연구소만 유일하게 장기적으로는 50달러 대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나마 삼성경제연구소는 이후에 유가가 110달러까지 떨어진 뒤에야 ‘연말이면 8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죠.
환율도 마찬가지입니다. 작년 대비 원-달러 환율은 폴란드, 헝가리 등과 같은 나라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많이 올랐습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 우리 경제에 대한 위기감, 공포감을 조성한 사람들이 이렇게 만든 것입니다. 지금의 환율은 미래에 대한 공포감이 현실 수요에 겹쳐지면서 과수요를 형성한 것입니다.
지금 환율폭등으로 인한 KIKO 피해액이 4조 5천억 원에 달합니다. 대부분의 피해자가 중소기업입니다. 외국에서 자금을 빌린 기업의 경우에는 최소 40조 원, 금융권이 40조 원 물려 있다. 유선스를 통해 나타나는 손실도 수십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환율폭등은 물가상승요인으로도 작용합니다. 원화가치가 떨어져 수입 원자재가가 상승하니 결국 물가가 불안해지고 국가성장잠재력도 떨어지게 됩니다. 그러면 시장도 경색됩니다. 이런 피해가 지금 증시에서 나타나는 겁니다.
즉, 지금 우리나라에서 경제에 대한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가 맞느냐가 아니라 어떤 이야기가 관심을 끄는가에 의해 결정되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작년 가을에 시중에 떠도는 일반적인 전망만 믿고 증시나 펀드에 투자한 사람들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실제로 신흥시장에 투자한 사람들 중에는 이제 원금의 10%도 안 남은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심할 경우, 잘못된 경제전망이 나돌면 국가파산까지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이런 문제에 대한 인식이 없습니다. 정부도 웃기는 게 촛불시위는 수사하면서 금융위기에 관한 공포심을 조장한 사람은 왜 수사 안하는지 모르겠어요.
프 30일 새벽에 이상태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 연준과의 달러-원 스왑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하면서, 증시는 개장과 동시에 폭등했습니다. 달러-원 환율도 떨어졌고, 그동안 일부 언론에서 이야기하던 CDS 이자도 1% 가까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번 달러-원 스왑은 우리 경제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거라 보십니까.
최 원-달러 스왑을 하게 되면 손실 없이 시장에 안정감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이런 것까지 구차 하게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초기에 시장의 공포감만 제대로 잡았어도 이렇게까지는 사태가 번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프 소장님께서 홈페이지를 통해 말씀하시는 걸 보면 ‘잘못된 경제 진단이 파국을 부른다’고 하셨는데요, 이 글을 보면 요즘 일부에서 우상 숭배하듯 하고 있는 모 인사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거 같습니다.
최 저는 그런 주장을 하는 자들을 외국계 금융기관의 앞잡이들이라고 봅니다. 외국계 기관들이 지금까지 한국 증시에 투자한 금액이 252억 달러입니다. 그런데 한 때는 이들이 한국 주식을 2천700억 달러 가량 보유했었습니다. 10배 이상의 수익을 낸 겁니다. 이 중에서 작년까지 475억 달러를 회수했고 올해에도 보유주식을 팔아 400억 달러 가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 지난 2000년에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증시가 1050선이었습니다. 경제성장률 또한 8%대로 전망했죠. 그런데 하반기부터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등 갑작스럽게 증시에 대한 어두운 전망이 어디선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외국 금융기관들이 연초에 주식선물을 매도해놓고, 만약 주가가 오를 경우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현물도 함께 매수했던 겁니다.
이 해 주가는 연말에는 500대로 떨어집니다. 외국 기관은 선물거래로 20배 이상 벌었죠. 물론 주식 현물은 그대로 갖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주가가 1000을 넘어서자 다시 떼돈을 벌었죠. 올해도 그와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듯 합니다. 여기에 대한 확실한 사실은 구체적인 통계가 나오는 내년 1분기 후에나 알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일부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적자 이야기를 하는데 호주, 뉴질랜드의 경상수지 적자는 우리의 5배가 넘는데도 아무 문제 삼지 않습니다.
이런 패턴이 전형적인 일반화의 오류입니다. 즉, 다른 나라와 정확하게 비교를 한다든지 우리나라 경제상황에 대해 객관적으로 봐야지 외국계 기관의 리포트나 외신에 너무 휘둘리는 겁니다. 언론조차 그렇게 따라가면 안 됩니다. 언론의 초심, 즉 보도할 때 균형감각을 잃어서는 안 되는 겁니다.
프 지금 강만수 장관과 현 정권 경제팀에 대한 불만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소장님께서는 강 장관과 경제팀의 문제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최 처음에 경제 살리기에 나선 것까지는 좋았다고 봅니다. 수출 늘리고 내수를 진작하는 것도 맞습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환율의 중요성도 함께 봐야 한다는 겁니다. 특히 환율시장에 개입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후유증과 부작용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거 같습니다.
지금의 환율 급등락은 우리 경제가 불안하다는 분위기로 인해 금융기관들이 현실의 외환수요가 아닌, 미래 수요를 현재의 시장수요로 끌어와서 생긴 문제입니다. 지금 필요한 달러가 100이고 내일 필요한 달러가 100인데, 내일 필요한 달러를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오늘 200달러가 필요한 거라 이 말이죠.
문제는 이럴 때 정부가 환율시장을 안정시키려면 시장상황에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급등락이 발생하면 그때마다 찔끔찔끔 시장에 개입하는 바람에 별 다른 충격을 주지 못했습니다. 이러니 외국인과 기관들조차 ‘아, 한국 정부도 환율을 어떻게 하지 못 하는구나’하는 인식을 환율시장에 심어준 것입니다. 원래는 3일 이상 확실하게 달러 가치 하락세를 만들어 외환의 미래수요가 현재로 오는 것을 막았어야 했습니다.
프 최근 정부는 금융위기가 실물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는다고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소득세율 등을 낮추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소장님께서는 이를 어떻게 보십니까.
최 노태우 정권 당시를 생각해 봅시다. 당시 노무현 정권보다 더 부동산 가격이 뛰었던 걸 기억하실 겁니다. 그런데 원래는 그 때 주택건설경기가 매우 나빴습니다. 이때 정부는 부동산 경기를 살린답시고 신도시를 건설하고, 주택 200만 호 건설계획을 추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신도시 건설에 참여한 업체들이 주택건설경기가 나빠 경영위기를 겪자 정부에서 다양한 특혜를 줍니다.
대표적인 예로 분당 신도시를 지을 때 해당지역에는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난방용 가스를 공급하고, 고속도로까지 뚫어줬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부촌인 분당이 아직도 전국에서 가장 저렴한 축에 속하는 가스비를 내고 있는 겁니다. 지금의 부동산 정책도 이런 신도시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참고로 부동산 가격 안정은 현재의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나설 경우에는 부작용이 심각해지므로, 차라리 향후 부동산 가격이 더 이상 뛰지 않도록 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는 게 필요합니다.
프 일부에서는 지금 일어나는 경제위기의 원인이 사실 서구 국가들과 중국-오일머니 간의 21세기 금융패권을 놓고 다투는 한 판 승부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소장님께서는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최 지금 우리 경제가 해외 경제에 목숨이 걸린 게 아닌데 너무 그런 주장을 많이 합니다. 세계가 불황이라고 반드시 우리나라까지 불황인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가 불황이라고 세계가 반드시 불황인 것도 아닙니다. 7~80년대 일본을 보면 당시 세계 불황 때 열심히 노력해서 2~3단계를 뛰어 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못한다는 말만 할까요.
물론 증시 급등락이나 환율문제, 경제 불황을 모두 외부 탓으로 돌릴 수도 있습니다. 이러면 우리 책임이 모두 사라지게 됩니다. 그렇다고 문제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니죠. 지금 중요한 건 우리가 그동안 경제 문제에 있어 뭘 잘못 했는가 찾아 반성하고 고치는 것입니다.
프 사실 정부와 금융기관, 증시에서 활동하는 기관, 투신 등의 이야기가 아닌, 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금과 같이 어려운 적이 별로 없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특히 언론과 금융계가 작년 하반기에 주장하던 것을 믿고 투자했다 크게 손해를 본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요, 지금의 위기에 대해 언론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겠습니까.
최 지금의 경기부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2003년부터 이어진 것입니다. 최근에는 주가 폭락, 환율 폭등, 부동산 가격 하락, 원자재가 상승으로 인한 물가상승까지 겹치면서 더 어려운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일각에서 떠드는 것처럼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려운 건 아닙니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재벌급 기업을 포함 3~4만 개의 기업이 도산했습니다. 금융기관의 3분의 1이 사라졌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까. 너무 공포감을 조성하는 겁니다.
우리나라 언론을 보면, 정부를 지나치게 옹호하는 것도 안 되지만, 너무 호들갑을 떨어서도 안 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언론들이 용어를 지나치게 자극적으로만 사용합니다. 언론은 국민을 위해 뛰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언론은 용어선택도 절제해서 해야 합니다. 늑대와 양치기 소년 우화는 알면서 왜 극단적인 용어를 사용하게 될 경우 나타날 부작용은 생각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의 상황을 보고 호들갑을 떨면 나중에 진짜 위기가 왔을 때는 뭐라고 이름 붙일 건가 싶어요. 그리고 좌파들도 자칭 사회양심세력이라면서 그런 식으로 위기감을 조성하면 안 됩니다.
프 이명박 정부가 이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조언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최 지금은 역사 속에서 지속가능성장을 이뤘던 사례를 찾아야 합니다. 이런 사례를 살펴보면 국가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물가안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현 정부는 지금의 경제 상황에 대해 원유 가격 탓을 많이 하는데 더 큰 원인은 바로 환율입니다. 지금 정부는 환율 시장에 적극 개입, 환율이 떨어질 때 거기에 가속을 더하는 한편, 파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합니다. 그러면 빠른 시일 내에 물가가 웬만큼 잡힐 것입니다.
그리고 달러를 너무 많이 갖고 있어도 안 됩니다. 일부에서는 경상수지 흑자가 무조건 좋은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데 벌어들인 외화를 갖고만 있으면 다른 나라로부터 원화를 절상하라는 압력을 받게 됩니다. 지금 우리나라 외환 규모도 사실 적정 수준보다 1천억 달러가량 많다고 봐야 합니다. 매년마다 지불하는 국고채와 통안채 이자만 12조 원에 달합니다. 이 큰 돈을 아무런 부가가치 창출효과가 없는 곳에 쓰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돈을 많이 번만큼 외부로도 많이 뿌려야 합니다. 돈이 잘 돌게 해야 하는 겁니다. 정부는 지금까지 제가 말한 점을 고려해서 경제정책을 만들어줬으면 합니다.
프리존뉴스 전경웅 기자(enoch@freezonenew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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