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릭 왜고너 제너럴모터스(GM) 회장과 로버트 나델리 크라이슬러 회장, 앨런 멀렐리 포드 회장(왼쪽부터) 등 미국 자동차 ‘빅3’ 업체 대표들이 19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

‘대마불사’로 여겨지던 미국 자동차 업계에 파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흘러나오고 있다.

당장 미국 3대 자동차 회사인 지엠(GM), 포드, 크라이슬러의 최고 경영자들은 의회에 나와 ‘살려달라’며 25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요청했지만, 19일 아무런 소득도 없이 워싱턴을 떠났다.

생사를 결정할 의회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자동차 산업 붕괴를 막기 위해 구제금융자금 7천억달러 가운데 250억달러를 지원하자고 요청했지만, 공화당은 거부했다. 공화당은 고효율 자동차 에너지 개발 등에 쓰도록 지난 9월에 이미 책정된 250억달러의 대출을 이용하라고 맞서고 있다. 3명의 최고경영자들이 구제금융을 요청하러 워싱턴에 오면서, 전용기를 이용한 사실도 의원들의 화를 돋웠다. 20일로 예정됐던 법안 표결은 아예 취소됐다.

대신 책임 떠넘기기 공방이 시작됐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새 법률이 필요한 게 아니라, 재무부는 이미 자동차 산업을 보호할 권한과 자금을 갖고 있다”며 “지원할 뜻이 없을 뿐이다”라고 비난했다. 데이나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의회가 이런 중요한 현안을 다루지 않은 채 휴회한다면 향후 몇달 동안 벌어질 모든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250억달러 구제금융안을 받아들일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에이피>(AP) 통신은 “많은 의원들이 21세기에 맞게 제품과 노동력을 적응시키지 못한 비틀대는 공룡에게 파산보호 신청이 더 나은 선택이 아닌지 공공연히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파산보호 신청은 자동차 업계가 받아들이기 힘든 독배다. 채무상환 기간 및 액수 등을 조정하면서 회생의 기회를 엿볼 수 있지만, 금융시장이 파탄난 현 상황에서는 어렵다. 파산을 거론하는 자체가 자동차 판매를 줄일 게 뻔하다. 지엠과 포드의 최고 경영자인 리처드 왜고너와 앨런 멀렐리는 파산보호 신청은 해법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로버트 나델리 크라이슬러 최고경영자만 잠재적 파산보호 신청에 따르는 “모든 면을 검토했다”고 말했다.
BR><뉴욕 타임스>는 “자동차 업계에 즉각적인 구제금융을 지원할 가능성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고 20일 전했다. 12월 둘째주 의회 개원 또는 내년 1월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취임 뒤에나 다시 논의될 전망이다. 문제는 그때까지 자동차 업계가 버틸 수 있느냐다. <에이피>(AP) 통신은 20일 “지엠은 몇주 안에 무너질 것이라고 밝혔고, 크라이슬러도 곧 뒤따를 것이라는 징조가 있다”며 “포드는 올해 말까지는 버티겠지만, 얼마나 더 오래 갈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