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디트스위스의 삭티 시바 아태ㆍ이머징마켓 주식전략부 대표는 18일 서울을 방문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과연 언제 한국 시장으로 돌아올 것이냐에 대해 많이 물어들 본다"며 이같이 예상했다. 시바 대표는 한국 증시에 대한 정확한 분석력 덕분에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주식전략가 중 한 명이다. 17~18일 이틀간 서울에서만 17군데에서 투자자 미팅을 진행했다는 그녀는 "그래도 한국의 투자심리는 아주 비관적인 수준은 아닌 것 같다"며 "서울에 오기 전에 런던을 들렀는데 유럽계 투자자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 글로벌경제 노출 심한 한국= 시바 대표는 "올해 들어 11월 첫째주까지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이머징마켓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도한 자금이 680억달러에 달하는 데 그중 절반인 351억달러가 한국에서 빠져나간 것"이라며 "연말까지 이러한 매도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0월 미국 뮤추얼펀드 환매가 1984년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한 데다 헤지펀드의 환매 물량도 아직 남아있다는 것.
그렇다면 왜 한국에서만 유독 자금을 빼는 것일까. 시바 대표는 외국인 매도의 가장 큰 요인은 글로벌 경제 침체 탓이라고 분석했다.
그녀는 "이미 유럽과 미국은 침체가 시작됐고 그쪽 투자자들이 느끼는 침체는 거의 1970년대 정도의 혹독한 수준"이라며 "상황이 그 정도로 나쁘다면 글로벌 경제 노출이 심한 한국과 대만 등은 가장 먼저 투자금을 회수해야 할 지역"이라고 말했다.
시바 대표는 또 "글로벌 금융시장이 레버리지를 낮춰가는 상황에서 예대율이 100%를 넘는 아시아 국가는 호주와 한국뿐"이라며 "한국은 특히 가계대출이 높은 데다 경상수지 적자도 여전히 진행 중이라 원화약세도 피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결국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경기 불황으로 기업실적도 부진할텐데 환위험에까지 노출되면서까지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 코스피 내년 상반기 상승= 시바 대표는 그러나 이 같은 부정적인 지표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이 내년 상반기에는 한국시장으로 서서히 돌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그녀는 "유가 급락으로 경상수지 적자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선다면 원화약세도 어느 정도 진정될 것이고 외국인들도 다시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러한 전망에는 '글로벌 경기가 극심한 침체를 겪지 않는다'는 가정이 필요하다.
시바 대표는 "한국 주식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해야 할 지표는 미국의 공급관리자협회(ISM) 서비스지수"라며 "이 지표가 미국 경기침체 정도를 반영하는 데 이미 지난 10월 거의 11년 전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ISM지수가 상승국면으로 접어들면 향후 미국 경제 침체가 극심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할 수 있어 한국시장에 외국인들의 귀환을 점쳐볼 수 있다는 얘기다.
시바 대표는 또 "최근 한국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주식시장의 바닥은 실적 바닥보다 7~13개월 먼저 나타난다"며 "실적이 나아질 것을 기다렸다 투자하면 그때는 때가 늦다"고 전했다. 그녀는 "한국 기업의 주가는 현재 은행, 원자재, 산업재를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섹터에서 저평가돼 있지만 향후 상승장에서는 소위 '중국관련주'로 불리는 중공업주 등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중국 랠리 계속된다증시바닥은 실적바닥보다 7~13개월 앞서서 나타나 실적 나아지길 기다렸다 투자하면 그때는 늦어 = '중국 관련 수출주'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단지 싸기 때문만은 아니다. 향후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실현되면 그동안 중국 경기 하강 영향으로 지나치게 할인됐던 부담을 덜고 제값을 받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 시바 대표는 "중국 증시가 지난 몇 주간 랠리를 보이고 있지만 이 같은 랠리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H주의 경우 이미 저점 대비 30%가 올랐지만 여전히 낮은 상태"라고 말했다.
H주가 최고가에 거래되던 지난해 초에는 주가수익비율(PER)이 38배까지 나갔지만 지난 10월 27일 최저가에서는 PER가 6.6배에 불과했다는 것. H주의 평균 PER가 15배 수준이고 현재 8.9배까지 올라와있다는 것을 감안해도 상승 여지가 남아있다는 얘기다.
시바 대표는 지난 2007년 12월 '2008년 아태 증시 전망'을 내놓으면서 중국 증시 '매도' 의견을 발표해 시장을 놀라게 했었다. 당시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중국 증시가 버블이라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수급여건, 내수 등을 이유로 버블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기 때문. 중국 증시를 팔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은 시바 대표가 유일했다.
시바 대표는 "그때는 이미 버블이 정점에 달했을 때였다"며 "하지만 2008년 11월 현재 중국 증시는 저평가 상태이기 때문에 내년에도 당분간 랠리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