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더 큰 채권시장까지 투입 등떠밀려

올들어 주가 폭락세가 쉼없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상장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인 연기금의 투자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23일 증권전산 자료를 보면, 연기금은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유가증권시장 상장주식을 8조8953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순매수 규모는 은행(1조5284억원), 보험(4조2234억원)은 물론 증권사(8조6537억원)의 순매수 규모보다 많은 것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은 가입자들의 노후 생계수단이라는 점 때문에 지금까지 안정성을 중시하는 보수적 자산운용을 원칙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세계 금융위기가 본격화하면서 연기금은 코스피지수가 1500선 아래로 떨어진 지난 9월 이후 지난 21일까지 올해 전체 순매수액의 64%인 5조7317억원어치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같은 기간 증권사들이 사들인 2조922억원의 갑절이 넘는다. .

하지만 주가는 이후에도 폭락세가 이어져 연기금의 손실만 더욱 커졌다. 연기금이 올들어 순매수한 주식의 평균 매수단가를 코스피지수로 보면 1431선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11월20일 현재 코스피지수(1003)로 올해 연기금의 신규투자에 따른 평가손실률을 계산하면 29%,평가손실액은 2조6천억원에 이른다.

투자위험이 매우 커진 상황에서 연기금이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들인 것은 주가를 떠받치려는 정부의 뜻에 따른 것이라는 의혹이 많다. 실제로 9~10월 주식 매수에 열을 올렸던 연기금은 최근 주가가 더 싸졌음에도 주식 매수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11월 들어서는 21일까지 4741억원어치를 사들였을 뿐이다. 가격수준을 고려한 매매를 하기보다, 시장에 외국인투자가들의 매도세가 강할 때 매도주식을 떠안아주는 구실에 치중했던 셈이다.

주식시장에 이어 채권시장에도 연기금을 본격 투입하려는 움직임도 가속화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를 조성하기로 했으나, 자금사정이 어려운 금융회사들한테서 기금을 마련하기 어렵자 연기금에 손을 내밀고 있다. 채권시장안정펀드는 회사채와 은행채, 할부금융채, 카드채,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보증권(CBO) 등을 사들이는 펀드로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만큼, 투자위험도 매우 크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한국투자공사(KIC)로 하여금 외국환평형기금이 보유한 10조원 규모의 원화로 국내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 원화자산에도 투자할 수 있게 법을 고치기로 해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공사는 정부와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을 위탁받아 국외시장에서 외화자산에만 투자할 수 있게 돼 있다. 경제개혁연대(소장: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이렇게 법을 고치면) 주식시장 침체 상황에서 국민의 돈이 주가부양 수단으로 동원될 것”이라며 “국내 자산운용업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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