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하겠다는 것이지요. 한국은행이 돈을 푼다는 것은 화폐를 그만큼 더 발행하는 것이고, 통화를 환수한다는 것은 화폐발행 잔액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을 뜻합니다. 그 방법이 무엇이든 그리고 어떻게 이뤄지든 상관이 없습니다. 이번에는 아마 RP 매입을 통해서 화폐를 풀 것입니다.

10조 원이라면 화폐발행잔액의 약 1/3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인데, 이런 무모한 결정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참으로 경이롭습니다. 참고로, 1997년 IMF 위기가 발생한 가장 큰 원인 두 가지 중 하나가 바로 1991년의 화폐발생잔액 증가율이 무려 42.%를 기록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책당국은 물론이고 경제학자 등 경제전문가 사회에서는 이런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지요.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군요.

처방은 원인에 직접 하는 것이 원칙인데, 이런 기초적인 일조차 정책당국은 모르는 것 같습니다. 현재의 금융경색은 외국자본의 이탈 때문에 발생했고, 외국자본의 이탈은 환율상승에 따른 환차손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그렇다면 환율이 점진적으로 하락하면 외국자본의 유입은 환차익을 누릴 수 있고, 환차익이 꾸준히 발생하면 외국자본 유입은 증가할 것으로 봐야 합니다. 이 경우에는 부작용이나 후유증을 남기지 않고도 현재의 금융경색은 의외로 쉽게 풀릴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금융경색을 풀기 위해서는 환율이 점진적으로 꾸준히 떨어지는 것이 가장 근원적인 처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환율 하락 속도는 외국자본이 환차익을 충분히 누리기에는 지나치게 빠릅니다. 따라서 환율 하락 속도를 좀 늦춰줄 필요가 있지만, 이런 근본적인 문제에는 정책당국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것 역시 답답한 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