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경제예측보고서를 아직까지 내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당분간은 경제예측보고서를 내지 못할 것 같다. 사실 지금처럼 경제예측이 어려운 때는 과거에는 없었던 것 같다. 경제의 내생변수들은 대부분 경기를 상승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정책변수는 그 반대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어서, 상승할지 아니면 하강할지를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정책만 중립적이라면 경기는 상승할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 것 같은데, 정책당국은 자꾸만 경기를 하강시키려고만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09년 대통령의 신년사에 경제위기라는 단어가 29번이나 반복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경제위기가 닥쳤으니 소비자는 지갑을 닫고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하지 말라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권유한 꼴이 아닌가! 이래서야 어찌 경제난을 돌파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고 경제부처 장관과 경제자문회의 위원들이 참여하는 경제비상대책회의까지 꾸리겠다고 하나, 이게 경제난을 돌파하는데 무슨 도움을 주겠는가? 이명박 정부 내에는 경제를 진단할 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뿐만 아니라, 어떤 원인이 현재의 경제난을 불렀는지조차 아무도 모르고 있는데 말이다.

원인을 찾아야 올바른 처방을 할 수 있을 터인데, 원인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정책당국자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원인을 모르면 처방은 올바를 수 없다. 만약 폐결핵에 걸려 열이 오르는데 해열제만 열심히 처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병은 계속 악화될 뿐이다. 정책당국은 원인을 찾아 올바른 처방을 하기는커녕 책임회피와 변명에만 급급한 실정이다.

2008년 상반기에는 물가불안이 심각해지기 시작하자 석유가격 폭등 때문이라고 변명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석유가격이 1년 전에 비해 거의 1/3 수준까지 떨어졌어도 물가불안은 여전하다. 아니, OECD 국가 중에서 최악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경제정책의 실패가 없었다면 이런 일은 도저히 벌어질 수 없다. 석유가격의 하락이 변명의 여지를 없앴음에도 불구하고 반성하는 기미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변명과 책임회피에 급급하면 반성할 수 없고, 실패를 반성하지 않으면 성공의 길을 찾아갈 수 없을 따름이다.

2008년 11월부터는 갑자기 금융경색이 심화되고 이에 따라 건설업과 중소기업이 심각한 자금난을 겪게 되었는데, 경제정책 당국은 이번에도 그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찾으려고 하지 않았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은행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터이니 대출을 늘리라고 독려했을 따름이다. 그러나 이것은 아무런 효과도 거두지 못했다. 은행에 빌려줄 돈이 없을 정도로 금융경색이 심각했는데, 정책당국은 이런 사실조차 몰랐던 것이다.

금융경색의 여파로 경제난이 심각해지자, 세계적인 금융위기 때문이라고 변명하기에 바빴다. 그렇지만 2008년 11월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경기하강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수출은 2008년 11월에 19.0%와 12월에 17.4%가 줄었는데, 세계적인 경제위기 때문이라고 보기에는 그 감소율이 너무 높다. 실제로 이렇게 수출이 가파르게 감소한 나라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지식경제부는 그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가를 찾아 올바른 대책을 세우기는커녕, 이런 수출위기에 대해 공세적·도전적 시장개척으로 맞대응하겠다고 나섰다. 이것은 또 얼마나 무모한 일인가? 공세적이고 도전적으로 시장개척에 나서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세계적으로 경기가 부진할 때에는 수출을 늘리면 늘릴수록 가격만 떨어질 뿐이고, 가격이 떨어지면 수출은 오히려 줄어들곤 한다. 정책당국이 이런 사실조차 모른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2008년 4/4분기의 전기비 성장률은 이미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될 만큼 국내 경기의 하강 속도는 매우 빠르다. 그럼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그 하나가 수출의 감소이고 다른 하나는 금융경색이다. 그럼 수출 감소와 금융경색은 왜 나타났을까? 당연히 그것은 환율 때문이다.

우선, 환율이 급상승하자 수입원자재의 가격이 급등했고, 이것이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결정적으로 악화시켜 수출할수록 적자만 늘어나는 결과를 빚었으며, 이에 따라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수출이 급감했던 것이다. 10월까지만 하더라도 수출은 2008년 내내 20~30% 대의 아주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는 사실이 이런 원인분석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수출용 원부자재와 시설재의 수입은 11월 이후 거의 전면적으로 중단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다음으로, 환율이 급상승하자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자본들이 대규모로 이탈했고,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도 환차손을 우려하여 외채를 서둘러 갚았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은 자금난을 겪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로 8월에 흑자를 기록했던 자본수지는 9월에 48억 달러 적자로 돌아섰고, 10월에는 적자규모가 무려 255억 달러에 달했으며, 11월에도 121억 달러라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이 여파로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주가지수는 한 때 930대까지 떨어졌고, 아파트는 거래조차 좀처럼 이뤄지지 못하였다.

한 마디로 말해서, 환율만 안정시켰더라면 우리 경제가 지금처럼 심각한 난국에 처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되돌아보면 경기를 호전시킬 결정적인 기회가 주어진 적이 있었다. 특히, 2008년 10월 8일 1,395원까지 치솟았던 환율이 불과 6일 뒤인 10월 14일에 1,208원까지 떨어진 때가 바로 그런 기회였다. 만약 이 때에 환율을 안정시켰더라면 수출이 급감하는 일도, 금융시장의 자금경색이 심화되어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그처럼 심각하게 냉각되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경제난이 지금처럼 심각해지는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환율은 얼마든지 안정시킬 수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 환율이 IMF 구제 금융을 받은 나라들보다도 더 올랐다는 사실을 시장참여자들에게 충분히 인식시켰더라면 환율이 다시 폭등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근거 없는 외환위기설에 강력하게 대응했더라면 그 효과는 더욱 컸을 것이다. 또한 석유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었으므로 국제수지가 크게 개선될 것이 빤한 상황이었다. 이런 사실도 적극적으로 알렸더라면 그 효과가 배가되었을 것이다.

정책당국은 위와 같은 환율 하락이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한 결과라고 선전하기에 바빴을 따름이다. 그렇지만 환율은 10월 15일부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섬으로써 정책당국의 공적 자랑을 실컷 비웃었다. 그 뒤 환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10월 28일에는 1,468원을 기록했다. 이때도 환율을 안정시킬 절호의 기회였다. 그렇지만 정책당국은 일본 및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에 매달렸고, 이 협정은 체결되었지만 결국 환율을 안정시키지는 못하였다. 일시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던 환율이 11월에 들어선 다음에 다시 폭등세로 돌아섰으며 24일에는 무려 1,513원까지 치솟았던 것이다.

정책당국의 환율안정을 위한 처방은 폐결핵 환자에게 해열제만 열심히 먹이는 꼴이었다. 터무니없는 외환위기설이 폐결핵처럼 계속 진행하여 금융시장의 불안감과 공포감을 끊임없이 키우고 있었는데, 통화스와프 협정에만 매달렸던 것이다. 환율상승의 원인을 찾지 않고 오로지 대증요법만을 고집했던 것이 결국은 수출급감과 금융시장 경색을 불렀고, 지금과 같은 심각한 경제난을 불렀던 것이다.

정책당국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에, 환율은 다행히 2008년 12월부터 하향 안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일시적으로는 상승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장기적으로는 환율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차익을 누리게 된 외국자본이 다시 유입되기 시작하였고, 금융시장의 자금경색도 한결 완화되면서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도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국내 경기도 그동안의 하강세를 멈추고 상승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한마디로, 환율이 지나치게 올랐던 것이 오히려 경제난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지나치게 떨어졌던 주가지수와 부동산 가격이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으며, 이런 금융경기 회복은 실물경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지만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경제정책들이 이런 경기의 반전을 자꾸만 방해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특히 경제위기를 강조하는 것이나, 수출의 공세적 개척 등을 앞세우는 것이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제발, 제발, 경제정책 당국은 이제 낮잠이나 잤으면 좋겠다. 그러면 늦어도 2/4분기부터는 경기가 상승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