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년 10월 미국 “주식시장이 붕괴되자 후버 대통령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려고 했다.(중략) 불경기로 비롯된 임금하락과 실업률 증가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중략) 그는 불황으로 인한 악영향을 최소화하고 불황기를 단축할 수 있도록 기업과 정부기관의 역할을 조정하기 위해 제조업과 건설업, 공공사업의 리더들을 1929년 11월 18일, 21일, 22일 그리고 27일에 백악관 회의에 소집했다. 그가 이 모든 분야의 리더들에게 전달한 사항들은 모두 비슷했다. 노동자들의 구매력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임금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중략)

기업들은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다. 노동자를 해고시키는 대신 주당 노동시간을 단축함으로써 전체 노동인구를 유지해야 했고, 자신들의 손해를 감수하면서라도 임금을 삭감하지 말아야 했다. 그리고 건축과 설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지는 못하더라도 현상을 유지해야 했다. 각 산업 분야의 리더들은 11월과 12월 5일 워싱턴에서 있었던 대규모 회의에서 이 사항들에 대해 공식적으로 동의했다. 후버 대통령의 재촉을 받은 상공회의소는 이 조치들을 확실히 담보하기 위해서 임금을 그대로 유지하고 신규 투자를 늘리겠다는 약속을 기업들에게 받아냈다.(중략) 대기업들의 임금은 1930년 대부분의 기간 동안 거의 일정하게 유지됐다. 모두가 후버 대통령과의 약속 때문이었다.”(세계 대공황 27~28쪽, 진 스마일리)

그럼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1930년의 마지막 분기에 결국 몇몇 기업들이 임금을 삭감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이 매출 하락에 대처하기 위해 노동자들을 해고하기 시작한 것이다.”(30쪽) 한 마디로, 임금 하락을 억제시키려던 정책은 1년도 채 지나기 전에 실패하고 말았던 것이다. 오히려 이런 정책은 경기침체의 깊이를 더 깊게 하고 그 기간을 더 늘리는 역할을 했다.

“1929년 10월과 12월의 불과 두 달 사이에 미국 공업생산이 10% 가까이 감소했다.(중략) 미국 경기가 정점을 통과할 무렵인 1929년에 비했을 때 3년 뒤인 1932년 7월 미국 공업생산 수준은 반에도 미치지 못했다.(중략) 1929년 5.3%에 불과하던 미국 실업률은 1933년 37.6%가 되었다.”(금융공황과 외환위기 1870-2000 113~115쪽, 차명수) 

왜 이런 비참한 결과가 빚어졌을까? 세계대공황에는 여러 원인들이 작용했다는 것이 경제학계의 정설이지만, 임금 삭감을 억제하고 고용을 유지시키려했던 후버 대통령의 정책도 여기에 기여한 것 역시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럼,일자리의 유지와 임금 하락의 억제 그리고 투자의 확대는 경기후퇴를 막는 데에 필수적인 일일 것 같은데, 왜 그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을까?

경기가 하강에서 상승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늘어야 한다.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증가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이익이 증가해야 한다. 기업은 이익을 목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기침체가 극심한 때에 임금하락을 억제시하고 투자를 유지 혹은 확대시킨 정책은 기업 이익이 증가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역할을 했다. 오히려 이익을 감소시키거나 손실을 키웠다. 그렇다면 경기는 점점 더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냉정한 경제 원리이다.

경제에서는 이처럼 겉으로는 정당하고 바람직해 보이는 일이 오히려 나쁜 결과를 빚는 일이 흔하게 나타난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사회적 일자리 창출과 투자의 확대에 목을 매고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정세균 대표까지 신년 기자회견에서 공공서비스 일자리 100만 개 창출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그리고 일자리 나누기를 정부에 제안했다. 그럼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제발 정치권이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 경제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국가경제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면 좀 더 치열하게 경제 공부를 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