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은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미 51조원에 이르는 감세와 재정지출을 단행했다”고 자랑한다. 기획재정부는 한 발 더 나아가 “올해 1월에만 예산집행 금액이 33.2조원에 달하여, 지난해 14.3조원의 2배 이상에 달한다.”고 구체적인 자료까지 제시한다. 또한 “지난해 말에도 회계연도 개시 전 11조7천억 원을 배정해 연말까지 6조7천억 원 규모의 사업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고 자랑하기도 한다. 그밖에 “사회간접자본 사업의 선금 지급비율을 20~30%에서 30~40%로 확대하는 등 예산 조기집행 여건을 조성했고, 예산집행 특별점검단을 운영하여 집행점검 체계를 구축하여 집행 부진 사업 및 낭비 소지 사업 위주로 현장점검도 실시하고 있으며, 지난 2일에는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등 5개 국책금융기관에 1조5천억 원을 현금출자한 데 이어, 30일에는 잔여 출자금 8천억 원을 집행한 바 있다.”고도 선전한다.

그럼 경기가 살아났을까? 앞으로라도 살아날까? 이것은 한 마디로 가당찮은 얘기다.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은 -20.6%를 기록함으로써 세계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것은, 이명박 정권이 변명하듯이, 세계 경제의 부진 탓일까? 세계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은 -3.8%를 기록했고, 독일은 -2.0%를 기록했으며, 영국은 -5.9%를 기록했다. 수출의존도가 186%에 이르는 싱가포르조차 -14.0%를 기록했을 따름이다. 한편, 우리나라 수출의존도는 약 40%로서 싱가포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 경기하강이 세계에서 가장 빠를까? 이명박 정권이 자랑하듯이, 세계 어느 나라에 못지않게 과감한 경기부양 정책을 펼쳤는데 왜 이런 처참한 결과가 빚어졌을까? 이명박 정권은 이런 사실을 점검이라도 해봤을까? 오직, 우리나라의 극심한 경기후퇴가 세계 경제가 부진하고 이에 따라 우리 수출이 그만큼 빠르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이명박 정권은 변명에 열중할 따름이다. 그럼 이 변명이라도 사실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은 2008년 11월 -19.5%, 12월 -17.9%, 올해 1월 -32.8%를 기록함으로써 급감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달러 기준 감소율이다. 우리 원화 기준으로는 수출이 오히려 크게 증가했다. 즉, 원화 기준 수출 증가율은 11월에 약 20% 그리고 12월에는 약 16%를 기록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4/4분기의 성장률이 무려 -20.6%를 기록한 것은 수출 때문이 아니라고 해야 한다. 이것은 세계 경제의 부진 때문에 우리 경제가 지금처럼 어려워진 것은 더더욱 아니라는 점을 여실히 증명한다. 제발 이명박 정권은 이제라도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 경기가 급격하게 후퇴한 원인을 뒤늦게나마 치열하게 찾았으면 좋겠다. 그런 노력이라도 기울였으면 좋겠다. 선전선동 활동에만 매진하지 말고 말이다. 경기가 갑자기 빠르게 후퇴한 근본 원인은 외면한 채 경제정책을 펼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이해하기 쉽게 비유를 들어보자.

미열이 나고 머리가 아플 경우에 해열제와 진통제만 잔뜩 먹으면 어떻게 될까? 만약 그 원인이 간에 있다면, 독한 약을 잔뜩 먹으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말이다. 독한 약은 간을 혹사시켜 건강을 더 나쁘게 할 따름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요란한 선전선동 속에서 대증요법만 펼치고 있다. 그러면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겠는가? 이미 그 결과는 여실히 드러났지 않은가. 4/4분기 성장률 -20.6%라는 최악의 실적으로 말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제발 경기부진의 근본 원인을 찾아서 처방해야 한다.

내가 이처럼 격정적으로 이명박 정권의 경제정책을 따지는 것은 1월 수출 증가율이 우리 화폐 기준으로도 약 4%나 줄었기 때문이다. 원화 기준의 수출마저 떨어진다면, 그리고 그 감소율이 장차 점점 더 커진다면 우리 경제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제발, 올해 원화 기준 수출마저 1월에는 감소한 이유라도 치열하게 찾아야 한다. 변명에만 급급하지 말고 말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주종 수출품 중 하나인 반도체(DDR2 512MB)의 가격은 2008년 말 0.35달러에서 1월 말에 0.42 달러로 20% 올랐고, 2월 4일 현재 0.54달러를 기록하여 지난해 말에 비해 50% 이상 급등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겠는가? 한 마디로, 경기반전의 기회가 드디어 찾아오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개구리 한 마리가 봄이 왔음을 알려주듯이 말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의 경제정책은 이런 기회마저 날려버리려는 것 같다.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제발 경기가 자연적으로 상승하는 것이라도 이명박 정권의 경제정책이 방해하지나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