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의 여파로 라트비아의 중도우파 내각이 20일 붕괴됐다. 앞서 아이슬란드 연립정부도 지난달 26일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무너진 바 있어, 경제위기로 인한 정치불안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발디스 자틀러스 라트비아 대통령은 이날 “이바르스 고드마니스 총리와 그의 각료들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를 수리했다”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4개 정당이 참여한 중도우파 성향의 라트비아 내각은 지난 수주간 사퇴 압력에 시달려왔으며, 연정을 구성하는 주요 2개 정당도 총리의 사퇴를 권고하면서 지지기반을 잃었다. 자틀러스 대통령은 “23일 새 연정을 구성하기 위해 제 정당 지도자들과 회동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91년 소련 붕괴 뒤, 독립한 라트비아는 2004년 유럽연합(EU)에 가입해 최근 몇년간 초고속 성장을 이뤄왔다. 그러나 지난해 불어닥친 경기한파는 모든 것을 바꿔놨다. 라트비아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12%나 추락할 것으로 예견됐고, 현재 8.3%인 실업률도 올해 12.7%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됐다. 라트비아의 경제회복을 위해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금액은 75억유로(약 14조원)에 달한다.

이에 고드마니스 내각에 대한 사회적 불만이 누적돼 왔고, 지난달 12일에는 수도 리가에서 1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반정부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통신은 아울러 라트비아의 경제위기 뿐 아니라, 정치권의 부패와 족벌주의가 국민들의 불만을 더 키웠다고 분석했다.

한겨레  기사전송 2009-02-21 02:27

황보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