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가 진정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실물경제도 침체되면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세계 도처에 악재가 도사리고 있어 안전한 곳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전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이 완전히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감마저 감돌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식시장의 주가가 폭락하고 미국 달러가 급등한 것도 전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이 불안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각국의 적극적인 대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불안감이 진정되고 있지 않은 만큼 세계 경제 공황과 장기 침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할 때라고 지적하고 있다.

◆ 다우 심리적 지지선 7000 깨져

= 2일 세계 주식시장은 미국의 최대보험사 `AIG 쇼크`로 폭락세를 면치 못했다. AIG가 천문학적인 손실을 기록, 정부가 추가 금융지원에 나서면서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됐다. 다우지수는 2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지난주 말 종가보다 299.64포인트(4.24%) 하락한 6763.29를 기록하며 심리적 지지선인 7000선을 큰 폭으로 밑돌았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와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 역시 각각 4%와 4.6% 하락하는 폭락세를 연출했다. 이에 앞서 열린 유럽의 주요 증시 역시 폭락세를 보였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의 FTSE100지수와 프랑스의 주요 지수도 5~4%의 급락세를 기록했다. 미국과 유럽 증시가 동반 폭락세를 보인 것은 워런 버핏 회장이 올해 미국 경제가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한 데다 미국의 최대보험사인 AIG의 사상 최악의 손실기록 발표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 4분기 美 경제성장률 -6.2%

= 세계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금융시장이 불안감에 휩싸인 것은 도처에 악재가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가 진정되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미국 최대 보험회사인 AIG가 지난해 4분기 616억60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것은 금융권의 부실이 마무리되지 않고 오히려 확대되고 있는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앞서 씨티그룹의 경우 대규모 손실로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사회적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해 국유화한 것도 금융위기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게다가 실물경제 역시 계속해서 악화되면서 미국이 1990년대 일본이 경험했던 장기 불황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전년도 4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6.2%를 기록한 것은 충격적이다. 경기 침체가 내년까지 계속되고 회복하더라도 매우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국제유가가 10% 이상 급락한 것도 세계 주요 에너지 소비국들의 경기 침체 심화로 석유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가가 폭락하고 1조7000억달러가 넘는 재정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면서도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상황이 불안한 데서 비롯되고 있다. 전 세계 금융시장이 초토화된 상황에서 달러화가 유일한 안전자산 역할을 할 것이란 인식에서다.

◆ "36개월 동안 침체 지속될지도"

=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세계 경제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미국의 경기 침체가 올해까지 침체되는 것은 물론 2011년에도 성장률이 2%를 넘지 못해 36개월 동안 침체가 지속될 수 있다면서 적절한 대응이 없다면 L자형의 불황이나 일본이 1990년대에 경험한 장기 침체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도 미국 상황이 점점 90년대 장기 침체를 겪은 일본 상황과 흡사해지고 있다면서 장기 침체 가능성을 지적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 = 위정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