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의 선전선동은 역시 탁월하다. 환율 폭등으로 외환시장이 불안해지고, 이에 따라 여기저기에서 아우성이 터져 나오자, 그리고 경제정책 당국에 대한 원성이 쏟아지자, 이 문제를 전혀 다른 각도에서 물 타기를 했다. 즉 ‘높은 환율이 수출에 유리하여 경제회복에 도움을 준다.’는 점을 적극 부각시킨 것이다. 이것은 선전선동의 가장 효과적인 수법인 ‘새로운 아젠다 창출’로서, 환율 상승이 불러오는 정치적 역효과들을 거의 완벽하게 봉쇄했다. 참으로 대단한 이명박 정권이다. 그러나 선전선동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 선전선동으로 진실을 이기려고 할수록 그 피해는 누적될 뿐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우리 경제가 당면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현안이 무엇인가를 소홀하게 했다는 사실이다. 지금부터 이 문제를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환율 상승은 가장 먼저 외국에서 돈을 빌려온 국내 기업들과 금융기관들에게 엄청난 환차손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만약 환율이 1천원일 때 1억 달러를 빌려왔다면 우리 돈으로 1천억 원을 빌려온 셈이지만, 환율이 1,550원으로 상승한 지금은 1,550억 원을 갚아야 한다. 외국인의 국내투자도 마찬가지의 환차손을 입어야 한다. 이런 환차손이 발생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연히 국내 금융기관들과 기업들은 서둘러 외채를 갚고, 외국 투자자들 역시 투자자금을 서둘러 회수하기 마련이다.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연히 국내 금융시장은 극도의 신용경색에 시달려야 한다. 그러면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산업생산은 크게 위축된다. 이런 일은 지난해 4/4분기에 리얼하게 겪은 바 있지 않은가! 전기대비 경제성장률이 연률 21%나 감소했지 않았는가 말이다. 그런데 정책당국이 앞장서서 환율 상승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선전한다? 이것은 경제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짓에 불과하다.

둘째, 환율 상승은 수출 증가에도 결코 도움을 주지 못한다. 수입 원자재 및 부품과 소재의 가격을 폭등시키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 경제는 심각한 경기 부진에 시달리고 있으므로 수출 가격을 올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반면에,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 원자재의 가격 상승으로 원가부담만 가중시키는 것이다. 결국 수출의 채산성만 떨어질 따름이다. 물론 현대자동차처럼 환율 상승을 이용하여 해외 판매 특히 미국에서의 판매를 증가시킨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뛰어난 판매 전략이 뒷받침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해고당하면 자동차를 되사주겠다는 전략 말이다. 이런 부분적인 현상으로 전체를 호도해서는 안 된다.

셋째, 석유 등 에너지와 공업용 원자재는 물론이고 식량 자원까지 거의 모두 수입하는 우리나라에서는 환율 상승이 곧바로 물가 불안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다시 4%를 넘어섰다. 석유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환율상승 때문에 물가가 더욱 오른 것이다. 이처럼 물가가 상승하면 같은 소득으로 더 적게 소비해야 하므로 국내 경기는 하강압력을 받기 마련이다. 실제로 지난해에 국내 경기가 지속적으로 하강했던 것도 환율 상승이 불러온 물가불안 때문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물가상승률이 경쟁국들보다 더 높다면, 우리나라 수출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림으로써 수출에까지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 빤하다.

그밖에도 환율 상승이 국내에 미치는 악영향과 부작용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은 환율 상승이 바람직한 것처럼 선전선동하고 있으니, 우리 경제의 장래가 심히 걱정될 따름이다. 특히, 이런 선전선동은 정부가 환율 상승을 용인하는 것으로 시장참여자들에게 받아들여짐으로써 환율을 더욱 높이는 역할을 하였다. 그래서 달러 환율은 한 때 1,59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경제에 있어서만큼은 이런 선전선동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제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 방법으로 선전선동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다행히 환율은 장차 떨어질 것 같다. 무엇보다, 우리 환율은 외환보유고가 거의 고갈되어 IMF 구제금융을 받은 나라들의 통화에 대해서조차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가장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파키스탄에 대해서도 우리 환율은 한 때 30% 이상 오르기도 했다. 이것은 작전세력이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고는 벌어질 수 없는 현상이다. 지난해에도 이런 일이 벌어져서 우리 국민들이 피땀으로 벌어들인 외환을 외국계 작전세력들에게 무려 400억 달러나 강탈당했는데, 지금 또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들이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니, 그들은 실패할 것이 빤하다. 작전세력은 3월을 넘기기가 힘겨울 것이고, 잘 버텨야 4월까지 일 것 같다. 외국계 언론과 국내 바람잡이들을 총동원하여 국내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그 반증이다. 즉, 그들은 투기적으로 매수했던 외환을 처분할 기회를 노리기 위해 부정적인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나처럼 초야에 묻혀 있는 사람도 그들의 촉수에 걸려 있을 정도로 그들은 필사적이다. 그 촉수를 통해서 작전의 주도세력이 누구인가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물론 지난해에는 외국계 금융기관들의 작전이 크게 성공했다. 당시에는 국제수지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서 성공할 여지가 충분했었다. 그래서 당시에 나는 외환시장 글을 이틀이 멀다하고 수많은 글들을 여기에 올렸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상황이 그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최근에는 환율이 폭등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그들이 실패한다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제수지가 대규모 흑자를 기록할 것이 확실하다. 이미 2월 무역수지가 33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고, 경상수지로는 50억 달러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될 정도이다. 이 추세는 연말까지 지속되어 올해 경상수지 흑자의 총 규모는 최소 300억 달러는 넘을 것으로 보이며, 어쩌면 5백억 달러도 훌쩍 넘어설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환율은 장차 떨어지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우리나라 환율이 파키스탄 통화보다 더 높아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진 것은 수요의 시간이동 때문이다. 즉, 6개월 후나 1년 후에 외환이 필요한 사람들이 미리 사두려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장차 환율이 안정세를 되찾으면 수요는 공동화하지 않을 수 없다. 수요가 과거로 이동해갔기 때문이다. 이런 때에 국제수지 흑자로 300억 달러 혹은 500억 달러 이상이 국내에 들여온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런 공급과잉을 누가 이겨낼 수 있을까? 당연히 환율이 폭락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아주  높다. 지금 나는 이런 사태를 걱정하고 있다.

그럼 우리 경제는 장차 어떻게 될까? 만약 환율이 짧은 기간 동안에 폭락하는 일이 벌어지면, 수출업체는 물론이고 내수업체까지 부도사태에 직면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채산성이 심각한 수준까지 악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발 정책당국이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 선전선동에만 매진하지 말고, 장차 벌어질 환율 폭락사태를 지금부터 예방하거나 그 파장을 최소화시킬 방안을 미리 마련하는 데에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환율이 점진적으로 하락하도록 미리 유도함으로써 한 순간에 폭락하는 일을 미리 차단했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참여자들 위에 군림하려는 자세부터 버려야 한다. 시장참여자들에게 납득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불안감이 짙게 배여 있는 상태에서는 그 노력이 치열하지 않으면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도 명심했으면 좋겠다.

참고로, 1998년 LTCM이 도산했을 때,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LTCM에 채권을 보유한 은행장들을 불러 모은 뒤 스스로 해결할 방법을 찾도록 강요했었다. 만약 각 은행들이 LTCM 채권을 서로 앞 다퉈 매각하면, 투매사태가 벌어져  채권 가격은 폭락하고 금융기관들은 엄청난 손실을 볼 것이 빤했고, 이에 따라 은행 도산사태가 발생함으로써 금융시스템이 붕괴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은행장들은 LTCM 관련 증권의 매각을 하지 않기로 협약을 맺었으며, 추가적인 자금지원까지 했다. 그래서 LTCM 사태는 더 이상 발전하지 않았고, 금융기관들도 채권을 거의 대부분 회수할 수 있었다.

1907년 금융공황이 발생했을 때에는 J P 모건이 중앙은행장의 역할을 했다. 금융기관 대표들을 자신의 서재로 불러 모은 뒤, 출입문에 못을 박아 합의가 도출될 때까지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다. 금융기관 대표들은 도산 위기에 처한 일부 금융기관들에게 지원금을 내놓기로 합의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 결과 금융공황이 심각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때에 비해 비교적 성공적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우리 정책당국자들에게 뉴욕연방은행이 했던 것과 같은 조치를 취할 혜안과 용기는 없을까? 시장참여자의 대표들을 불러 모아 현재의 외환시장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시킨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나라 환율이 파키스탄보다 더 높고, 올해 국제수지 흑자가 최소 3백억 달러를 넘을 것이며, 장차 환율이 폭락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린다면 그들도 납득하지 않을까?

또한 금융기관 대표들 중에는 J P 모건과 같은 리더십을 발휘할 사람은 없을까? 외채를 경쟁적으로 갚으려고 하면 할수록 환율이 더 크게 오름으로써 환차손만 더 커진다는 사실을 시장참여자들에게 인식시킬 리더는 없을까? 장차 환율이 크게 하락할 것이 빤하고, 이때에 외채를 갚으면 손해를 크게 줄일 수 있거나 오히려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킬 금융권의 리더는 진짜로 없을까? 그런 사람이 언젠가는 이 땅에도 나타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