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의 변동을 결정하는 것은 수요와 공급의 상호작용이다. 환율도 마찬가지이다. 외환에 대한 수요가 더 많아지면 환율은 오르고, 외환의 공급이 더 많아지면 환율은 떨어진다. 그럼 외환에 대한 수요와 공급은 무엇이 결정할까? 그것은 국제수지이다. 국제수지가 적자이면, 외환의 공급이 줄어들어 환율은 상승한다. 반면에, 국제수지가 흑자이면, 외환의 공급이 증가하여 환율은 하락한다. 그런데 국제수지는 하나가 아니다. 크게 두 가지의 종류가 있다. 그 하나는 경상수지이고 다른 하나는 자본수지이다. 이 둘을 합하여 종합수지라고 부른다.

그 중 경상수지는 상품과 서비스의 교역 격차를 뜻한다. 즉, 우리나라 상품과 서비스의 수출이 그 수입보다 많아지면 경상수지는 흑자를 기록하고, 반대로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아지면 경상수지는 적자를 기록한다. 그리고 자본수지는 자본의 유출과 유입의 격차를 뜻한다. 즉, 국내의 자본이 해외로 더 많이 유출되면 자본수지는 적자를 기록하고, 해외 자본의 유입이 더 많아지면 자본수지는 흑자를 기록한다. 환율의 변동은 이 두 가지의 국제수지가 상호작용을 하여 결정한다. 다시 말해, 경상수지가 적자이더라도, 자본수지 흑자가 더 크다면 종합수지는 흑자를 기록하는데, 이 경우에는 외환의 공급이 증가하여 환율은 하락 압력을 받는다. 반대로, 경상수지가 흑자이더라도, 자본수지 적자가 더 크다면 종합수지는 적자를 기록하는데, 이 경우에는 외환의 공급이 줄어들어 환율은 상승 압력을 받는다. 그럼 자본수지와 경상수지는 각각 무엇이 결정할까?

자본수지는 성장률, 환차익, 금리 등이 결정한다

먼저, 자본수지는 자본의 수익률이 결정한다. 우리나라의 투자 수익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높다면, 자본수지는 흑자를 기록한다. 돈은 더 많은 이익을 찾아가기 때문이다. 그럼 투자의 수익률은 무엇이 결정할까? 이것은 좀 복잡하지만, 최대한 간단하게 말하자면 성장률, 환차익, 금리 등 크게 세 가지 변수가 결정한다고 할 수 있다. 외채의 도입과 같은 정책적 변수와 정치적 혹은 경제적 위기의식이 부르는 국내자본의 해외탈출 등 다른 많은 변수들도 자본수지에 영향을 끼치지만, 경제적으로는 이 세 가지 변수의 영향력이 가장 크고 결정적이다. 그럼 이 세 가지 변수에 대해 먼저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성장률이 높으면 수익률이 높아질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성장률이란 부가가치의 증가율을 의미하고, 부가가치란 소득을 의미하며, 소득의 증가란 이익의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익이 증가하지 않으면 소득이 증가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현실적으로 성장률이 높아져서 경기가 호조를 보이면 대부분의 사업이 큰 이익을 남긴다. 따라서 성장률이 높으면 수익률은 당연히 높아지므로, 외국 자본의 국내 투자가 늘어나 자본수지는 흑자를 기록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 환율이 비교적 오랜 기간에 걸쳐 떨어지면 환차익이 생기기 마련이고, 이런 경우에는 외국 자본이 환차익을 기대하고 국내에 유입됨으로써 자본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곤 한다.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어 보자. 환율이 1,500원일 때 1억 달러를 외국에서 빌려오면 우리 돈으로 1천5백억 원을 바꿀 수 있는데, 환율이 1,000원으로 떨어지면 1천억 원으로 빌려온 돈을 모두 갚을 수 있다. 돈을 빌려오고도 5백억 원의 이익이 남는 셈이다. 이것을 환차익이라고 부른다. 이런 환차익이 기대된다면 누구나 외국자본을 빌려오려 할 것이고, 외국인도 이런 환차익을 노리고 국내에 투자할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환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질 때에는 자본수지가 흑자를 기록했고,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때에는 자본수지가 적자를 기록하곤 했다.

셋째,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높을 때에도 자본수지는 흑자를 기록하곤 한다. 이자율이 높으면 외국 자본의 수익률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외국 자본이 국내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는 경우에 이자율이 평균적으로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즉, 경상수지 적자를 메우기 위해서는 자본수지 흑자를 늘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이자율을 높임으로써 외국자본을 끌어들여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경상수지가 적자인 나라들은 대부분 이자율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경상수지는 가격경쟁력과 품질경쟁력이 결정한다

다음으로, 경상수지는 무엇이 결정할까? 경상수지가 흑자라는 것은 국제경쟁력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뛰어나다는 것을 뜻한다. 국제경쟁력이 더 뛰어나야 경상수지는 흑자를 기록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제경쟁력은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그 하나는 가격경쟁력이고 다른 하나는 품질경쟁력이다. 가격경쟁력과 품질경쟁력이 모두 높거나 둘 중 하나가 높으면 국제경쟁력은 높다는 것이다. 그럼 가격경쟁력과 품질경쟁력은 무엇이 결정할까?

첫째, 가격 경쟁력은 국내 물가상승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을 때에 높아지는 경향이 있으며, 생산성 향상의 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빠를 때에도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 둘의 상호작용이 가격경쟁력을 결정한다. 즉, 물가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더라도 생산성 향상 속도가 더 높다면 가격경쟁력은 향상되고, 반대로 물가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더라도 생산성 향상속도보다 더 낮으면 가격경쟁력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생산성 향상 속도가 낮을 때에는, 즉 경제성장이 정체되어 있을 때에는 물가상승률이 가격경쟁력을 결정적으로 좌우하곤 한다. 이런 사실은 우리 경제의 역사가 여실히 증명한다. 광복 후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던 우리나라가 1950년대 후반부터 경제도약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던 것은 물가 불안을 잠재운 다음부터였다. 그밖의 역사에서도 이 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편, 경제성장이 순조롭게 이뤄질 때에는 물가상승률이 지나치게 높지만 않다면 생산성 향상이 가격경쟁력을 유지시키곤 한다. 실제로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성장가도에 들어선 다음인 1963년과 1964년에는 물가상승률이 다시 20%를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수출증가율은 각각 58%와 37%를 기록했으며, 성장률 역시 각각 8.8%와 8.1%라는 아주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다른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경상수지는 당시에 지속적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지만, 수출이 위와 같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는 사실은 우리 경제의 국제경쟁력이 어느 정도 유지되었다는 것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생산성 향상속도가 빠르다면 물가가 웬만큼 불안하더라도 국제경쟁력은 유지되는 셈이다.

둘째, 품질경쟁력은 과학기술과 생산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를수록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만약 이 품질경쟁력의 향상속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다면,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더라도 국제경쟁력은 높아지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환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짐으로써 우리 수출의 가격경쟁력이 계속 떨어졌었는데, 수출이 크게 늘고 국제수지도 흑자를 기록했던 것은 품질경쟁력을 높임으로써 국제경쟁력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셋째, 환율이 점진적으로 하락할 때에도 경상수지는 흑자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환율이 점진적으로 하락하면, 기업으로서는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것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과 품질 향상 그리고 신기술 및 신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섬으로써 경쟁력을 향상시키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우리 역사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즉, 환율이 상승할 때에는 수출이 오히려 줄었고, 환율이 하락할 때에 수출은 오히려 더 증가했던 것이다. 이런 일은 일본경제에서도 장기간에 걸쳐 나타난 현상이다. 1971년 달러 당 360엔이던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1995년에는 90엔 대까지 떨어졌는데, 경상수지는 지속적으로 대규모 흑자를 기록했던 것이다. 물론 환율의 하락 속도가 기업 경쟁력의 향상 속도보다 더 높다면, 경상수지는 당연히 적자로 돌아선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