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7일 환율이 한 때 1,306원까지 떨어지는 등 환율 하락세가 급물결을 타던 때, 수출업계가 정책당국을 찾아다니면서 치열하게 로비를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내게 전해졌다. 환율이 1,400~1,500원은 유지돼야 현재의 수출수준이나마 지속할 수 있으며, 지금처럼 국내 경기가 부진한 때에 수출마저 무너지면 국가경제가 무너진다는 것이 그 명분이었다고 한다. 수출 대기업의 인사들을 중심으로 여러 사람들이 환율정책에 영향을 끼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다니면서 하소연했다고 한다. 그 결과 환율은 3월 30일에 전날보다 40원 이상 오른 1,392원을 기록했다. 3월 31일에는 한 때 1,400원을 넘기기도 했다. 이게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정책당국이 앞으로도 환율을 방어할 수 있을까?

경상수지는 이미 2월에 36억 달러라는 대규모 흑자를 기록했다. 환율이 급상승하면서 파생금융상품에서 무려 28억 달러의 적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대규모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3월 무역수지 흑자는 사상 최대인 46억 달러를 기록했고, 경상수지는 70억 달러 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환율이 떨어짐으로써 파생금융상품의 손실이 크게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대규모 흑자는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 빤하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최소로 잡아도 300억 달러 최대로 잡으면 500억 달러 이상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추가로 공급되는 달러를 정책당국이 대부분 사들여야 한다. 그럼 우리 돈은 얼마나 필요할까? 환율을 1,300원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도 최소 30조원 최대 65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어쩌면 100조원 넘게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럼 정책당국은 이 돈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 국채를 팔아서? 그렇지 않아도 올해 재정적자는 100조원을 넘길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정책당국은 제발 정신 좀 차려야 한다. 국제수지가 지금처럼 대규모 흑자를 기록할 때에는 환율을 방어할 수 없다. 방어할수록 손실만 커질 따름이다. 달러를 비싸게 사서 싸게 되팔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은 외환보유고를 내다 팔아야 할 때이다. 산불이 무섭게 번질 때에는 맞불을 놓는 것과 같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폭락의 압력을 그나마 줄일 수 있고, 환율이 하락하는 기간을 더 길게 할 수 있다. 수출업체로서도 낮아진 환율에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벌 수 있다. 만약 환율이 1,300원을 유지하다가 불과 한두 달 사이에 1,000원 이하로 떨어지면 수출업체는 어떻게 되겠는가? 도산하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수출업체들도 환율을 방어해달라고 정책당국을 찾아다닐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책당국이든 수출업체든 제발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아도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슬금슬금 외환 관련 금융상품을 매각하고 있다. 지금처럼 비싼 때에 팔았다가 나중에 환율이 떨어지면 되사서 큰 이익을 남기겠다는 심산이다. 외국계 금융기관만 또 떼돈을 버는 일이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려고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