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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번 밤은 할머니께 드리자.”
산에서 주은 밤이라 크지 않고 벌레가 많이 먹기는 하였지만
무척 달콤합니다.
삶은 그 밤을 초등학교 1 학년인 큰애, 다섯 살인 둘째,
막내 두 살짜리 혜원와 함께 숟가락으로 떠 먹다가
건너 방에 누워계시는 어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세상 이치가 다 그런 것인가 봅니다.
저 또한 부모보다는 제 자식들이 먼저니 말입니다.
어제 병원에서 영양제 주사를 포함한 진료를 마치고
오후에는 오랜만에 가까운 정육점 식당에서
고기를 몇 점 드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조금 놓인 탓인지
어머니를 잊고 있었습니다.
“이겸이가 할머니 입에 넣어 드리고 오면 좋겠다.”
다섯 살짜리 아들 녀석은 조막손에 숟가락으로 파낸 노란색 밤 속을
쥐고 할머니에게 달려갑니다.
그리고 돌아와 앉아서 한 참을 받아먹다가
제가 다시 할머니에게 심부름을 시키면 마다않고 다녀옵니다.
인정이 많은 둘째입니다.
그러다가 다음에는 두 살짜리 딸에게 밤 심부름을 시켰습니다.
할머니에게 밤을 드리러 아장 아장 걸어가더니 돌아오지를 않습니다.
“이겸이가 내게 밤 심부름을 왔길레 내가 ‘ 나는 괜찮으니
너 먹어라‘ 고 해도 ’할머니 얼른 밤드시고 일어나셔야지요.’ 하면서
절대 안 먹어. 그런데 다음에는 혜원이가 밤을 손에 쥐고 내게 주기에
‘너 먹어라’고 했더니 제비새끼처럼 입을 크게 벌리는 거야.“
다섯 살짜리 아이도 자신의 몫과 남의 몫을 분간할 줄 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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