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만 남았구나..." 이기섭 08-01 12:25
"외삼촌이 돌아가셨어." 이종 동생 한테서 온 갑작스런 소식입니다. --- "음력 구월부터 몸이 부은 어머니는 보리파종을 끝으로 몸져 누우셨지.  동짓달이 지나자 부기가 쪽 빠지고 몸이 북어처럼 마른 어머니가 무서워지는 거야. 오전 내내 절구방아를 찧어야 겨우 점심과 저녁 피죽을 끓여 먹을 수 있던 그 때 열 한살 먹은 내가 한나절 동안 방아를 찧어 어머니에게 손바닥만한 흰개떡을 하나 만들어 드렸지. 맛있게 드시고 난 어머니께서 '내가 누으니 우리 어린 딸이 고생이구나. 내가 일어나야 할텐데 아무래도 내가 오래 살지 못할 것 같다.' '우리 막둥이가 보고싶구나' 섣달이 된 어느날 어머니가 막내 아들을 찾으셨다. 가족이 둘러 앉았을 때 어머니는 누운 채로 아들을 품에 안으시고 눈물을 흘리셨다. 그리고 내게  '아망니야 너를 너무 고생시켜 미안하구나. 내가 할 일을 네가 대신 했는데 그 빚을 갚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   그런데 철모르는 막둥이 아들은 어머니 가슴에 안기자 품을 파고 들면서 나오지도 않는 젖을 빠는 거야." --- 그날 돌아가신 분은 외할머니십니다. 아망니는 어머니의 어릴적 이름인데 숨을 거두시는 어머니 품에 안겨 아무것도 모른체 가슴을 파고 들면서 젖을 빨던 외할머니의 막둥이가 바로 오늘 돌아가셨다는  외삼촌이십니다. "이제 나만 남았구나..." "어머니, 왜 어머니만 남았어요? 막둥이 아들이 같이 살고 있고 어머니의 딸도 셋이나 있는데요." 그렇게 말씀은 드렸지만,  제 생각은, 외할머니께서 막둥이 아들을 품에 안고  마지막 숨을 거두시던 그 때에 가 있었습니다. 언젠가 마지막 누운 자리에서 저는  무엇을 가슴에 품고 안타까워 할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