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신종플루 진료 대기시간 '4시간'

연합뉴스 기사전송 2009-10-27 14:47


수원 거점병원, 어린이 의심환자 장사진

(수원=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가 연일 발생하면서 '대유행' 조짐마저 보이는 가운데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

27일 오전 경기도 수원의 거점병원 중 한 곳인 아주대학교 병원 '급성 열성 호흡기 질환 진료소'는 어린이와 부모 등 50여명이 천막 안팎에서 진료 순서를 기다리며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유치원에 다니는 딸 김모(6)양의 신종플루 감염이 의심돼 이날 오전 9시께 병원을 찾은 박모(34.여. 수원시 망포동) 씨는 타고온 승용차에서 내리자마자 재빨리 접수 데스크로 뛰어갔다.

박씨를 맞이한 검은색 양복 차림의 마스크를 쓴 병원 안내 직원은 "이미 오전 진료 접수가 끝났다"며 "오후 1시20분에 다시 진료 접수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오후 접수를 미리 할 수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박씨는 "오늘 새벽 딸 아이가 열이 펄펄 끓고 콧물도 주룩 흘렸다"면서 "불안한 마음에 부리나케 달려왔는데 4시간을 어떻게 기다리느냐"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는 "딸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지난주 처음 신종플루에 걸린 아이가 나오더니 지난 주말을 지나고는 3명이 더 늘어 부모들이 불안해한다"면서 "이번 주는 유치원에 보내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네병원에서도 간이검사를 하지만 결과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해 거점병원을 찾았다는 박씨는 "그냥 확실히 또 가볍게 앓고 지나가면 더 마음이 편할 텐데, 지금은 걱정이 크다"고 했다.

병원 직원이 기다리는 그에게 성빈센트병원, 동수원병원 등 수원지역 다른 5개 거점병원 전화번호가 적힌 작은 메모지 한 장을 내밀었다.

빨리 아이를 진료받게 하고 싶은 마음에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봤지만 3곳의 전화가 불통이었고 그나마 통화가 된 수원중앙병원과 경기도립의료원도 접수 후 2~3시간을 기다려야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박씨는 여기저기 떠돌다 시간을 보내느니 그냥 이곳에서 순서를 기다리기로 하고 아이와 함께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때 접수데스크로 한 어머니가 아이를 안고 뛰어와 "우리 아이는 고열이 심하고 콧물과 기침도 있어 신종플루가 분명한 것 같다. 빨리 진료해주고 타미플루를 좀 달라"고 다급하게 부탁했다.

보안요원으로 보이는 남자 직원은 "이곳엔 지금 어머니 같은 분들이 90%에요. 다른 병원에서 떼온 소견서를 내밀면서 '약만 주면 안되겠냐'고 하는 사람도 많아요"라며 '선착순 진료 원칙'을 고수했다.

그 어머니는 그래도 다시 "그냥 약만 좀 달라"고 떼를 썼지만 통하지 않았다.

진료소 천막 옆에는 "최근 며칠간 9월 하순보다 10배 가까운 환자가 진료 요청을 하고 있습니다. 10월22일부터 24시간 진료 체제로 긴급히 전환했고 진료 데스크도 1곳을 추가 설치했지만 내원객이 너무 많아 진료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더딘 진료에 양해를 구하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접수데스크 옆 화이트보드에는 '소아는 접수 후 진료시간까지 지연대기시간이 1시간~5시간까지 소요되고 있습니다'라는 안내도 있었다.

운동복 차림의 장모(41.화성시 반송동)씨는 "고열이 나는 아이를 안고 새벽 5시30분에 병원에 왔는데 그때도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면서 "새벽 추위에 떨면서 2시간을 기다려 진료받았고, 이제 약 나오길 기다린다"고 말했다.

장씨는 "의사가 진료를 마치고 '확진까지는 며칠 걸리니 일단 처방해주겠다'고 해 4시간 만에 약을 타간다"며 지친 듯이 고개를 가로 내저었다.

진료 대기실 의자에는 양복 차림의 한 40대 남성이 얼굴이 붉게 변한 채 '끙끙' 앓는 6세 여자 아이를 무릎에 누이고 있었다.

그는 "새벽에 아이가 열이 심해 출근도 미루고 진료받으러 왔다"면서 "1시간30분 기다렸는데 조금 전 방송에서 40분 정도 더 기다리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며 이름을 불렀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진료소는 기다림에 지친 아이들과 불안감에 한숨 짓는 부모들로 가득했다.

지난 8월21일부터 24일까지 경기도내에서 타미플루를 투약받은 사람은 모두 5만3천89명으로 집계됐다.

타미플루 투약자는 지난달의 경우 하루평균 455명이었으나 이달 들어 1천481명으로 2배 이상 급증했으며, 최근에는 하루 5천명 이상이 투약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 23일 현재 921개 학교 5천279명의 학생이 신종플루에 감염된 것으로 집계됐고 172개 보육시설과 5개 장애인시설에서도 283명의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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