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용식 칼럼니스트] 주식시장에 조예가 깊은 사람들은 흔히 ‘남들이 살 때 나는 팔고, 남들이 팔 때 나는 사면, 그 주식투자는 무조건 성공한다.’고 말하곤 한다. 뛰어난 수익률을 자랑했던 미국 월가의 전설적인 주식투자자 중 한 사람은 거래소 앞 구두닦이가 주식투자에 관해 자랑스럽게 얘기하면 팔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샀다고 하지 않던가.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주식투자에 나서면 주가는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다음이고, ‘친구 따라 장에 갔던 사람’들이 주식시장에서 떠나면 주가는 내릴 만큼 내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주식시장은 쉽게 과열되기도 하고 쉽게 냉각되기도 하는데, 주식시장이 과열되면 언젠가는 주가는 폭락하기 마련이고 지나치게 냉각되면 언젠가는 주가는 다시 상승으로 돌아서곤 한다. 이런 일이 종종 벌어지는 것은, 이미 앞의 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수요가 시간이동을 하기 때문이다.

 그럼 나도 그렇게 투자하면 성공할까? 맞는 말이긴 한데, 이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남들이 사고 있어서 나는 팔았는데 가격이 더 오르면 더 큰 이익을 놓치고 만다. 대표적인 예를 하나 들자면,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의 미국 주식시장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 바 있다. 다우 지수가 1000 근처에서 상승하기 시작하여 2006년에는 한때 1만4000에 이르기도 했으니, 도중에 주식을 매도한 사람들은 그 이익을 충분히 누릴 수 없었다. 물론 중간에 잠시 주춤거린 때도 있었지만, 장기적인 상승세에는 변함이 없었다.

 또한 남들이 팔아서 나는 샀는데, 가격이 더 떨어지면 손해를 봐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1990년대 중반 이후의 일본 주식시장을 들 수 있다. 1989년 거의 4만에 육박했던 니케이 지수는 그 후 줄기차게 하락하여 2009년에는 한 때 8000 아래로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물론 도중에 반등한 적도 몇 차례 있었지만 장기적인 하락세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런 때에 다른 사람들이 대부분 주식을 팔아서 나는 주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했다고 판단하여 주식을 매입했다면 실로 엄청난 손실을 봐야 했을 것이다.

 이 두 사례로만 보자면, ‘남들이 살 때 나는 팔고 남들이 팔 때 나는 사는 일’은 매우 위험한 투자인 셈이다. 과거의 막연한 경험칙에 의해 주식투자에 나서는 것은 그 투자기법이 어느 것이든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런 투자는 ‘친구 따라 장에 가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그럼 어떻게 해야 그런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주식시장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면 그런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특히 경제학의 가격원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수요가 공급에 비해 더 많아지면 가격은 오르고, 수요가 공급에 비해 더 적어지면 가격은 내린다는 영원불멸의 진리를 주식투자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현 경제학이 아직까지 외면하고 있는 다음과 같은 경제원리를 추가적으로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는 있다.

 우선, 주식의 수요는 소득의 축적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다시 말해 성장률이 높아지면 소득의 축적이 많아지고, 이에 따라 주식 수요도 증가하면서 주가는 상승하는 것이다. 주식 투자자에게 전기비 성장률이 다른 어느 경제변수보다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1980년대 중반 이후 2000년대 중반까지의 전기비 성장률은 선진국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이처럼 경기팽창이 지속되었기 때문에 다우 지수가 4000 수준에서 1만4000까지 줄기차게 상승했던 것이다.

 또한 소득이 축적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며, 이에 따라 주식의 수요는 쉽게 시간이동을 한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수요가 과도하게 시간이동을 하면 결국은 수요가 공동화한 때가 뒤따르고, 이 경우에는 주가는 폭락하지 않을 수 없다. 1980년대에 일본의 니케이 지수가 4만에 육박했던 것은 그런 대표적인 사례이다. 미래의 수요까지 현재의 수요에 가세하여 주가지수를 폭등시켰던 것인데, 이런 때에는 수요의 공동화 현상이 반드시 그 뒤를 따른다.

 결국 주식시장이 붕괴한 후 일본의 국내 경기는 밑바닥을 모를 정도로 추락했다. 주식도 통화의 역할을 하는데, 우리 몸의 피와 같은 역할을 하는 통화가 주식시장 붕괴에 따라 크게 줄어들었으므로 경기는 당연히 위축되었던 것이다. 그 뒤 오랜 세월 일본의 전기비 성장률은 0%대 성장률을 기록하며 선진국에서는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처럼 경기 위축이 장기화하자 4만에 육박했던 니케이지수는 한때 7천대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그럼 경제학에 조예가 깊지 않은 사람은 주식투자와 같은 재테크를 아예 하지 말아야 할까? 경기동향을 정확하게 읽어내고 내다볼 수 없는 사람은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할까? 아니다. 다음과 같은 아주 간단한 투자원칙 중 하나는 누구나 활용해도 좋다. 즉, 남들이 장기 투자를 하는 종목에는 단기 투자를 하고, 남들 단기 투자를 하는 것에는 장기 투자를 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이해하기 쉽게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이 문제를 좀 더 살펴보자.

 흔히 사람들은 부동산에는 장기 투자를 하는 경향이 강하다. 집을 한 번 사면 좀처럼 팔지 않는다. 아니,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죽을 때까지 보유한다. 소득이 늘어나면 더 많은 돈을 투자하여 더 넓거나 더 비싼 집을 사기도 한다. 비싼 집일수록 가격은 더 크게 오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동산 투자가 장기적으로도 높은 수익을 올릴까? 아니다. 주택 가격지수 추이를 장기간 살펴보면, 그 수익률은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합한 것보다 크게 높지는 않다. 다른 투자에 비해서는 수익률이 오히려 더 낮은 편에 속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부동산 투자가 최선의 재테크라고 알고 있을까? 그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그 하나는, 주식과 같은 투자상품은 자칫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지만 부동산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투기바람이 한 번 일면 수요가 시간이동을 함으로써 부동산 가격이 한꺼번에 오르곤 하기 때문이다. 즉, 크게 오른 가격이 사람들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게 되어 부동산 투자가 재테크의 최고 수단으로 인식되는 셈이다.

 그렇지만 ‘부동산 가격은 천장이 1년이면 바닥은 10년’이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부동산 가격이 천장에 이르는 2~3년 동안만 투자해야 높은 수익률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부동산 시장이 천장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면 즉각 부동산 투자에서 철수할 필요가 있다. 10년 동안 가격이 오르지 않을 투자대상에 돈을 묵혀둘 이유는 없다. 다만, 내가 영원히 살아갈 집이라면 영원히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집을 높은 가격이라고 판단하여 팔았는데 자칫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려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더 오르면 집을 다시는 살 수 없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사람들은 주식이나 주식선물 투자 그리고 외환시장이나 채권시장에 대한 투자는 단기적으로 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처럼 다른 사람들이 단기 투자를 하는 투자상품에는 장기 투자를 하면 손해를 보는 일이 좀처럼 벌어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이미 다른 글에서 언급한 바처럼, 적립식으로 주식 투자를 하면 제법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내가 세계 최고의 경영자는 될 수 없을지라도 세계 최고의 경영자를 고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선물시장이나 외환시장이나 채권시장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흔히 이런 투자상품에는 단기투자를 하곤 한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거래하기도 한다. 이처럼 다들 단기투자를 한다면 나는 장기투자를 할 경우에 상당히 큰 이익을 누릴 수 있다. 다만, 대세를 잘 읽을 필요는 있다. 즉, 대세가 상승일 경우에는 매수를 하고, 대세가 하락일 경우에는 매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판단을 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렇지만 단기적인 가격변동은 좀처럼 예측하기 어렵지만 장기적인 가격변동은 훨씬 더 쉽게 예측해낼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지금은 세계적으로 금리가 아주 낮은 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췄기 때문이다. 향후 경기가 살아나면 금리는 어떻게 변동할까? 당연히 상승할 수밖에 없다. 장차 경기가 살아나면, 지나치게 낮은 금리는 자칫 물가불안을 일으킬 우려가 있으므로 각국의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상해 갈 것이다. 그렇다면 채권 선물을 매도하면 장기적으로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다른 예도 하나 들어보자. 우리나라 환율은 2009년 3월부터 줄기차게 하락했다. 한때 1,597원이었던 달러 환율은 이제 1,150원 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불과 10개월 만에 무려 450원 가령 떨어진 셈이다. 정책당국이 환율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의 시장개입에 나섰지만 그 하락세를 멈출 수는 없었다. 그 이유는 국제수지가 지속적으로 대규모 흑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국제수지가 흑자를 기록했다는 것은 국내 외환시장에 그만큼의 외환이 추가적으로 계속 유입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환율은 떨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지난해 3월에 외환선물을 매도해뒀더라면 열 배에 가까운 천문학적인 투자이익을 올릴 수 있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는 여전히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잠시 정부의 환율 방어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환율이 지나치게 하락하면 정부는 외환을 사들이곤 한다. 그럼 이런 환율방어 정책이 환율 하락을 막아낼 수 있을까? 장기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이해하기 쉽게 비유하자면, 강물이 넘칠 위험이 있을 때에는 흔히 댐이나 보를 쌓곤 한다. 그러나 그 댐이나 보에 물이 가득 찬 다음에는 다시 넘칠 수밖에 없다. 국제수지 특히 경상수지가 흑자를 지속하는 한 환율방어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경상수지가 흑자를 지속할 때에는 외환 선물에 장기간 투자를 할 경우에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그밖에도 이런 투자 상품들은 제법 많다. 대표적으로 석유와 금을 들 수 있다. 석유가격은 2008년 상반기 중에 한 때 배럴 당 140달러를 훌쩍 넘어선 바 있고, 그 해 연말에는 30달러 대까지 떨어졌다. 이게 지나치게 빠른 하락속도여서 반등이 나타났고, 2009년 중반에는 한 때 80달러를 다시 넘기도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70달러를 겨우 넘는 수준으로 떨어졌고 향후에도 하락세는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50달러 미만에서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 가격 역시 온스당 1,200달러를 넘긴 적이 있으나, 지금은 1,000 달러를 겨우 넘는 수준이고 앞으로도 계속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400달러 내외까지 밀릴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석유 선물과 금 선물을 매도하여 장기간 보유하면 큰 이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최용식 새빛인베스트먼트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