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 이발사 이기섭 11-03 19:52
91 년부터 2000 년 까지 저는 무허가이발소 사장이었습니다. 제 이웃의 가까운 형님들과 그 자녀들을 제가 가위로 이발을 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돈은 받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많이 걸리던 시간이 나중에는 10 분 이하로 줄어들었습니다. 여의도의 증권관련 회사에 다닐 때에도, 제 방이 있는 산자락 아래에 의자를 하나 놓으면 그 곳이 이발소가 되곤 하였습니다. 2000 년 까지 애용하는 손님들이 많았는데, 황금돼지 동호회에서 많은 선생님들을 만나면서부터 그 이발소는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주식은 1989 년에 저의 전 재산을 가져갔지만 저는 그 아픔을 통해 몇 배의 값진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와 비슷한 다른 많은 사람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배움을 위해 나가는 학교에서 지식뿐만 아니라 친구를 얻기도 하고,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출근한 직장에서 배우자를 얻는 수도 있듯이 비록 주식시장에서 알게 된 인연이지만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되면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저는 변변한 사무실 하나 없는 회사의 사장, 무엇 하나 내세울 것 없는 필부에 불과하지만, 선생님들과 주식을 넘어 마음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모든 것이 숨결처럼 사라지고 말 그 때가 언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저는 앞으로도 계속 무면허 이발사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