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는 가라, 한옥에 살어리랏다 코스모스펀드 08-10 14:29
한국인 10명 중 4명 “아파트보다 한옥”… 7년 전 비해 시세 갑절 이상 올라 이코노믹리뷰 | 정백현 | 입력 2010.08.10 11:33 한국인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집은 무엇일까? 정원이 딸린 멋진 전원주택이라고 대답할 사람도 있고, 널찍하고 편리한 아파트를 꼽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발표된 통계를 보면 새삼 놀라게 된다. 한국인 10명 중 4명은 한옥에 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2008년 건축도시공간연구소가 조사한 '주택 형태 수요 조사'에 따르면 한옥에 살고 싶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41.9%로 나타났다. 이는 29.3%를 기록한 아파트 선호도 비율을 뛰어넘는 수치다. 한옥 선호도는 해가 갈수록 더욱 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 이코노믹리뷰 > 는 최근 들어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한옥의 우수성과 인기 요인을 분석하고 앞으로 우리 전통 가옥이 나아갈 방향을 되짚어 봤다.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 일대. 이른바 '북촌'으로 알려진 전통 한옥마을이다. '북촌'이란 지명은 조선시대에 붙여진 이름으로 '청계천과 종로보다 북쪽에 있는 마을'이라는 의미다. 조선의 정궁(正宮)이었던 경복궁과 창덕궁, 종묘 사이에 위치한 이곳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 주거지역이자, 한옥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이다. 북촌 일대는 현재 역사문화미관지구로 지정됐고, 제1종 일반주거지역 도시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북촌에서 한옥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가회동성당 주변과 정독도서관 주변을 꼽을 수 있다. 이곳에는 조선 후기와 구한말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한옥부터 해방 전후에 지어진 한옥 등 다양한 집들이 옹기종기 붙어 있다. 외국인도 한국인도 "원더풀 한옥!" 한옥을 보고 가장 큰 감탄사를 연발하는 사람들은 단연 외국인 관광객이다. 한국인 친구와 함께 북촌을 찾은 영국인 윌리엄 해리스(39)씨는 "한국에 올 때마다 이곳을 꼭 들러야 진짜 한국에 온 것 같다"고 대답했다. 해리스씨는 다섯 번째로 서울을 방문했고, 그 중 북촌 방문은 이번이 세 번째다. "5년 전 이 마을을 처음 방문했을 때 한국인 가이드로부터 한옥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한옥의 외형적 모습이 마치 한국인들의 모습을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복 특유의 곡선과 아름다움을 주택에 그대로 옮겨놨다는 느낌이랄까요. 한국 안에서 가장 한국적인 멋이 드러나는 곳은 단연 이곳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류 열풍을 타고 일본인과 중국인 관광객들도 한옥의 아름다움을 눈으로 보기 위해 대거 북촌으로 몰려들고 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경복궁의 궁궐식 정통 한옥을 본 뒤 이곳 북촌을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일본인 관광객들은 북촌 곳곳에 설치된 '포토 스팟(사진촬영지점)' 동판 위에서 한옥을 배경으로 사진을 연신 찍으며 "우스쿠시 이에데스(아름다운 집이군요)"를 외쳤다. 한옥에 대한 인기와 감탄사는 외국인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최근에는 북촌을 자주 찾아 한옥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내국인들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머리가 희끗한 노신사는 물론 한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젊은 커플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북촌을 찾는 사람들의 부류는 다양하다. 40대 이상 '한옥 선호파' 증가세 최근에는 한옥을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한옥을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과거 지저분하고 생활하기 불편하다는 인식 때문에 수요자의 시선에서 멀어졌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양상이다. 서울 안국동에 위치한 모 부동산 중개업소. 서울 하계동에 살고 있는 유성환(58)씨는 북촌의 한옥을 구입하기 위해 공인중개사와 상담을 하고 있었다. 가회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북촌 인근의 재동초등학교를 졸업했다는 유씨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생각나서 이곳에 이사 오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유씨는 1990년대 중반부터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한옥으로 돌아오면 생활이 지금보다 불편할 일이 분명 생기게 마련이다. "왜 불편함을 무릅쓰고 북촌으로 돌아오느냐"고 묻자 그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옥으로 돌아간다"고 답했다. "한옥은 한국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한국적인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넓은 아파트에 살면 몸이 편해지겠죠. 하지만 한옥에서 살면 지금보다 마음이 더 편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린 시절을 이곳에서 시작한 만큼 마무리도 이곳에서 하고 싶은 마음에 저는 북촌으로 돌아오렵니다." 유씨처럼 옛 추억과 정취를 다시 체험하기 위해 한옥을 찾는 사람은 갈수록 늘고 있다. '한옥파'의 대부분은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은 "지난해보다 한옥 집값이 20~30% 정도 올랐지만, 한옥을 찾는 사람은 그만큼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4대문 안 한옥촌 집값의 상승세는 현재 진행형이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지난해 초 3.3㎡(평)당 2500만 원대에 가격이 형성됐을 때도 북촌 한옥은 철저히 외면 받았다"면서 "한옥의 시세가 3.3㎡당 3500만 원대까지 올랐는데도 인기가 떨어질 줄 모른다"고 전했다. 3.3㎡당 3500만 원대는 웬만한 강남의 아파트보다도 비싼 시세다. 주택 매매가 한옥 > 강남 아파트 계동부동산 김재창 대표는 "서울 도심부와 가깝고, 고궁을 주변에 두고 있기 때문에 조용한 주거 환경을 원하는 수요자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옥의 인기 요인을 설명했다. 김 대표는 "서울시에서 한옥에 대한 개·보수 비용을 지원하고 있는데다 한옥이라는 주택 자체가 갖고 있는 희소가치도 부각되고 있어 경제성이 괜찮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 한옥문화과 한효동 과장은 "지저분하고 불편하다는 한옥에 대한 편견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과장은 "한옥에 대한 문화적·역사적 가치 외에 경제성에 대한 재발견이 한옥의 인기를 끌어 올렸다"고 평가하면서 "한옥의 인기가 오르고 있는 만큼 당국에서도 한옥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옥에 대한 관심도는 부유층으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가회동과 안국동, 계동 일대에서 거래된 한옥 중 일부는 부유층의 별장용 주택이나 북촌 방문객들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로의 개조를 위해 팔린 사례가 더러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저도 북촌 안에 있다. 정백현 기자 jjeom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