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외환시장이 다시 요동을 치고 있다. 하루에 환율이 10원 이상 등락할 정도이다. 이것은 경제의 안정을 위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환율이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면 국민경제의 유지와 성장에 필수적인 각종 자원은 물론이고 수출에 필요한 각종 부품소재와 시설재의 수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이에 따라 경제활동이 전반적으로 장애를 받기 마련이다. 환율이 불과 몇 달 사이에 100원 가까이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왜 우리 외환시장은 급등과 급락을 반복할까? 그거야 정책당국의 환율방어 때문이다. 환율방어 정책을 통해 환율을 끌어올려 놓으면 시장이 환율을 다시 끌어내리는 일이 매번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정책당국은 환율 안정을 내세워 환율 방어를 해왔는데 오히려 환율 변동을 더욱 키우는 결과를 나타냈고, 그럴수록 정책당국은 환율방어에 더욱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정책당국의 환율방어가 너무 눈에 띄게 이뤄지고 있다는 데에 있다. 이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우리 외환시장에서 돈을 벌어가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지난 14일과 16일에는 엔화가 강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원화는 약세를 보인 바 있는데, 이것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안정적인 투기판을 제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값이 비싼 엔화를 팔아서 싼값의 원화를 사들이면 큰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외환선물시장에서는 최저 매도가격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매수가 이뤄지는 경우도 종종 나타나는데, 시가보다 비싼 값에 외환을 사들일 곳은 정책당국이 아니고는 어디에도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1~2달러 정도 더 높게 유지되는 것 역시 환율방어의 결정적인 증거이다.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향후에도 대규모 흑자를 기록할 것이 빤해서, 즉 외환시장에 외환의 공급이 더 많아질 것이 빤해서, 환율은 장기적으로 떨어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므로,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낮은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1개월물 선물가격보다 2개월물 선물가격이 1~2달러 정도 높은 것도 정책적인 환율방어의 결정적인 증거 중 하나이다. 이런 방식의 환율방어를 통해 외환당국은 장차 환율이 오를 것이라는 사인을 줄기차게 내보내고 있는 셈이다. 이런 치열한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하락세를 보이자, 외환당국은 역외 차액선물환(NDF)에까지 개입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도박이나 마찬가지여서 정책당국이 절대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일을 또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환율방어를 눈에 띄게 하더라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이미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만 외환당국과 국내 언론만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이미 지난해 상반기 말에는 일본과 대만이 IMF에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올해 상반기 말쯤에는 일본은행이 이례적으로 강력하게 IMF에 항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우리나라를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영향인지는 모르지만, 지난 7월 초에는 IMF 미션단과 우리 정부 사이에 ‘환율방어는 급격한 환율변동을 억제하는 수준’에서 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 합의가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외환당국이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외교에 있어서는 ‘우리는 참을 수 있는 데까지 참겠다’는 말이 전쟁선포를 의미할 정도로 아주 부드러운 말들이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IMF와의 합의 역시 마찬가지이다. 만약 그것이 어겨졌을 경우에는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다른 나라들은 우리나라에 대해 언제든지 그리고 어떤 무역보복조치도 무제한적으로 취할 수 있게 된다. 정책당국이 이런 기초적인 상식도 모르고 있다니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주 수요일(9월15일)에는 엔화 환율이 한 때 82엔 대로 떨어지자 일본 정책당국이 무려 2조엔 규모의 환율방어에 나섰다고 한다. 230억 달러에 달하는 거금이다. 우리 돈으로는 27조원이 넘는 금액이다. 한마디로 화끈하게 외환시장에 개입한 셈이다. 이에 따라 우리 외환당국도 환율방어에 한결 탄력을 받은 모습이다(이것이 나는 걱정이다). 그 영향으로 목요일(9월16일)에는 우리 환율이 3.6원이나 상승했다. 그만큼 환율방어가 대규모로 이뤄진 셈이다.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이미 심각한 반응들이 나타나고 있다.

유럽 쪽에서는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 겸 룩셈부르크 총리인 장-클로드 융커가 15일(현지시간) ‘일본 정부의 일방적인 외환시장 개입은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위한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라며 공식 항의했다. 미국 쪽에서는 하원 예결위원장인 샌더 레빈이 ‘자국 이익만을 추구하는 곳은 중국만이 아니다. 일본의 시장개입은 매우 우려된다.’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왜 일본 엔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했을까? 2008년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100엔 대를 넘겼던 환율이 그해 연말에는 90엔 대로 떨어졌고, 그 후 90~95엔대에서 등락하다가 2010년 하반기 이후에는 줄기차게 하락하여 8월말에 이미 84엔 대까지 떨어졌다. 최근에는 83엔이 무너질 지경이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국내 경제전문가들이 흔히 분석하듯이, 미국과 유럽의 경기가 부진해질 가능성이 높아서일까? 아니다. 일본의 국내경기는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에 비해서 지금도 더 부진할 뿐만 아니라 향후 전망도 밝은 편이 아니다. 올해 1/4분기와 2/4분기의 성장률은 일본이 각각 1.1%와 0.1%를 기록하는데 그쳤지만, 미국은 각각 3.7%와 2.4%를 기록했다. 영국은 각각 0.3%와 1.2%를 기록했고, 독일은 0.5%와 2.2%를 기록했으며, 유로 전체로도 각각 0.2%와 1.0%를 기록했다.

엔화 강세의 근본적인 원인은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가 매년 1,500억 달러 전후를 기록하기 때문이다. 그만큼의 외환이 일본 외환시장에 추가로 유입되기 때문에 엔화는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엔화 강세를 방어하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외환을 거둬들여 외환보유고로 쌓는 한편, 해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도해왔다. 그 결과로 엔화 환율은 그동안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최근 몇 달 사이에는 그 속도가 너무 빨랐다. 그 이유는 또 무엇일까?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중국이 엔화를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경상수지 흑자가 매년 3~4천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는데, 그동안에는 주로 미국의 국채를 사들여 외환보유고로 쌓았다. 미국 달러화가 약세를 기록하자 얼마 전에는 외환보유고를 다각화하여 금을 대규모로 사들여 금값을 폭등시킨 바 있고, 유럽 각국의 국채를 대량으로 사들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엔화가 강세를 보이자 일본 국채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그래서 엔화 강세의 흐름이 더욱 빨라졌던 것이다. 센가꾸 열도를 둘러싼 일본과 중국의 외교분쟁도 여기에 한몫을 하여 중국이 엔화에 대한 공격으로 맞대응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위와 같은 일들이 우리나라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 최근에는 중국 위엔화의 평가절상이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각국 그리고 IMF의 압력이 드디어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언제까지나 무풍지대일까? 경상수지 흑자가 매년 3~4천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이나 매년 1천5백억 달러를 넘는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는 수백억 달러에 불과하여 관심권 밖으로 벗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일본과 중국의 태도이다.

전자산업이나 자동차산업에서 우리나라와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은 이미 오래 전부터 IMF에 문제제기를 해왔고, 중국도 위엔화 절상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우리나라의 환율방어를 물고 늘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중국이 IMF에 직접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전해지고, 그 자리에서 어떤 언질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의 뭉치 돈이 최근에 국내 외환시장에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이 언젠가는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국고채(3년물) 금리는 지난해 말의 4.41%에서 9월16일에는 3.39%까지 뚝 떨어지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금리가 인상되면 국고채 가격이 떨어져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지만, 환차익이 그 손실을 얼마든지 넘어설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더 심각한 일이 외환선물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선물 매수와 매도가 단 한 번에 1,000계약이 이뤄지는 경우가 잦아진 것이다. 이런 대규모 외환매수 주문은 국내에서는 외환당국을 제외하고는 하기 어렵다. 그럼 대규모 외환매도 주문은 누가 할까? 미국의 상업은행이나 투자은행 등과 같은 대규모 금융회사들도 이런 대규모 주문은 좀처럼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중국 쪽의 기관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한마디로 우리 외환당국은 국내 외환시장에서 중국 기관과 한 판 대결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과연 누가 이길까? 외환보유고가 2조5천억 달러에 달하고 한 해의 경상수지 흑자가 3~4천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을 우리나라가 이겨낼 수 있을까?

국내 외환 선물시장의 가격동향을 보면, 외환당국이 환율을 쭉 끌어올리면 한참을 기다렸다가 충분히 환율이 올랐다고 여겨지는 경우에 매도주문이 몰리고 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외환당국은 국민들의 혈세로 달러를 사들여 그 가격을 높여놓으면, 그 과실을 중국이 따먹고 있는 셈이다. 중국으로서야 달러를 비싼 값에 팔 수 있으니 얼마나 좋겠는가?! 장차 환율이 떨어지면 중국은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겠는가?! 우리 국민이 피땀흘려 쌓아올린 국부를 이렇게 허무하게 중국에게 내줘도 좋다는 말인가!

끝으로, 우리나라의 환율방어의 경제적 성과에 대해서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환율을 끌어올리면 수출이 증가하고, 수출이 증가하면 경기가 살아난다고 알려져 있지만, 현실은 이런 일반적인 인식을 거부한다. 환율이 상승하면 잠시 수출이 호조를 보이기는 하지만, 그 기간은 기껏해야 6개월도 넘지 못한다. 장기적으로는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은 오히려 감소했던 것이 역사적 경험이다. 실제로 2001년에는 원화 가치가 12.4% 떨어졌는데 수출은 12.7%나 감소했으며, 2009년에는 원화 가치가 13.6% 떨어졌는데, 수출은 13.9%나 감소했다. 원화로 환산한 수출까지 감소함으로써 국내 경기를 더욱 부진하게 하는 압력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실제로 2001년의 성장률은 4.0%를 기록했고, 2009년에는 0.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에 환율이 하락하면 즉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 수출은 지속적으로 크게 증가했고 국내 경기도 상승하여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곤 했다.

환율 상승이 불러왔던 다른 부정적인 영향이 훨씬 더 크지만, 이 문제는 다른 글에서 여러 차례 언급했으므로 여기에서는 생략한다. 다만, 최근의 국내 경제동향을 보면 환율이 상승할 때에는 경기가 하강을 했고, 환율이 하락할 때에는 경기가 상승했다는 점만은 거듭 강조해두고자 한다. 한 마디로, 정책당국은 환율방어를 통해 스스로 국내경기를 하강시키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