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선친께서는 일제강점기에 형님을 일제징용으로 잃고 평생 비탄 속에서 지내셨는데 저는 그 한숨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 하며, 선친의 슬픈 얼굴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선친께서는 한국전쟁에서 처남들과 그 가족들의 죽음을 목도해야 하였습니다. 제 외숙모는 아이를 업고 도망치다 군경의 총에 내장이 쏱아져 쓰러지셨는데, 외삼촌께서는 죽어가는 아내의 등에서 아이를 꺼내 안고 "여보 미안하오 당신은 이미 살기가 어려우니 아이라고 살리겠소 " 라고 하시며 산으로 도망하셨다고 합니다.
그 당시 산간지방에 사는 민간인은 군경에게 빨치산에게 부역하였다고 하여 학살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녁에 내려온 빨치산이 총으로 위협하여 음식을 빼앗아 가고 산 은거지로 짐을 지고 나르도록 시켜서 한 일인데 그 것으로 인해 군경에게 죽임을 당하였으니 얼마나 억울한 일입니까?
일제강점기에는 공출로 농산물을 빼앗기고 한국전쟁에서는 밤에 빨치산으로 부터 음식 등 생활필수품을 빼앗기면서 두려움에 떨어야 했고, 낮에는 군경에게 시달리는 민초들의 삶.

어머니께서는 친정 가는 길 골짜기에서 수십 수백의 한국전쟁 사망자들을 보셨고 또 그 주검에서 풍기던 냄새를 지금도 기억하고 계십니다. 어머니 기억으로 어느 쪽인지 구분이 어려운 군대에 의해 일렬로 세워진 채 사살된 수 많은 사람들...
후성유전학에 의하면 저의 몸에도 그 기억과 고통이 고스란이 전달되었을 것입니다.  저는 부모님들의 말씀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백선엽 장군 보다도 더 한국전쟁의 본질을 잘 이해하고 있는 전 미국 동부전략사령부 중장으로 부터, 한국전쟁의 참상과 당시 최고군사전략비밀을 몇 달 전에도 직접 들었습니다.

일제에게 주권을 빼앗긴 후 영친왕이 군대사격 훈련을 참관 할 때, 사격을 돕는 조선인이 살기 위해 제대로 하지 않고 도망치는 바람에 큰 폭발이 일어났는데, 일본군 장성들과 고위군관계자들은 모두 놀라 도망쳐 숨고 엎드렸지만 영친왕은 자세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꼿꼿하게 서 있었다고 합니다. 국경에서 무슨 소리만 나도 지하 벙커로 숨는 지도자가 있다면 조금 부끄러워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쟁에 대해 아무 경험도 없고 큰 지식도 없고 당사자들로 부터 직접 들은 것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 무지로 인해 전쟁에 대해 쉽게 말하고 떠드는 것을 봅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 한 마디 해 주고 싶습니다.

"당신이 전쟁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아는지 한번 들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