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진득하게 해야한다. 멍에자리 따뜻해질만 하면 그만두고,
이 것 저 것 하다 보면 반거충이가 되고 만다. 알긋냐?"
열 두 가지 재주 지닌 사람 끼니도 해결 못하니 한 가지라도 끝까지 매듭을 잘 지으라며
형님께서 제게 하신 말씀에 약방 감초처럼 빠지지 않던 '반거충이'

('반거충이'는 '반거들충이'의 준말로 무엇을 배우다가 중도에 그만두어
다 이루지 못한 사람을 뜻합니다.)

제가 눈썰미는 좀 있어서 일을 남 보다 못하는 편은 아니었고,  
호기심이 많아 이 것 저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 저 때문에 형님께서는 걱정이 많으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최초의 직장이었던 출판사 편집부에서 부터 20 대 중반에
주식과 인연을 맺기까지 여러가지 일을 시도한 것이 많은데,  주식과의 인연이
끊어질 듯 하면서도 50 이 눈앞에 다가 올 때 까지 제 본업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여러 고비와 수 많은 마디에서 도약하지 못하고 힘들 때는 그만 둘 생각도 들었지만 
어찌하다 여기까지 이르고 보니, 이제는 일의 가리사니가 확연하게 보입니다.

삶의 여백이 많아 훨씬 느긋해도 좋을 젊은 때는 오히려 촐싹대다가
설익은 밥을 먹기 일쑤였는데, 남은 생의 길이가 짧아진 지금에는 오히려
여유와 기다림의 가치를 깨닫고 느긋해집니다. 
지천명의 나이가 눈앞에 이른 지금은 노모와 가족의 생계를 해결하고,
저를 신뢰해주시는 또 다른 식구들이신 주주님들의 경제적 자유를 지켜 드리기에
부족하지 않을 만큼 세상과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 형님께서 자주 해주신 말씀 덕분에 제가 반거충이는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