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 형수님께서 차려 주시는 점심상은 늘 우그러진 양은밥상이었습니다.
그 양은밥상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제사라도 지내고 싶으니 돌아가신 날이라도 알게 해주세요"
일제 징용으로 끌려가신 아버지의 형님이 돌아오시지 않자 아버지께서는
어느날 무당인 외숙모를 불러 샘보리 집에서 굿을 하셨습니다.
한참 굿을 하던 숙모의 눈빛이 변하더니 컬컬한 남자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후 균형을 잃고 숙모가 밥상 위에 주저앉았고 그 때 양은밥상이 우그러졌습니다.
그날 무당굿의 피해상황은 양은 밥상이 조금 우그러진 것 뿐입니다. 

요즘 몇몇 대형 종교단체의 교직자들의 행태를 보니 형님 생각이 납니다.
형님께서 간경화로 고생하실 때, 오랫동안 교회집사로 믿음이 독실한 큰 누님께서
그 곳에 가면 병이 나을 것이라면서 제 반대에도 불구하고 형님과 형수님을 부흥회 하는 어떤 기도원에 보냈습니다.
그 곳에서 교직자는, 개떡만한 밀가루반죽  조각을 돈을 주고 사서 복수가 차  남산 만한 형님 배 위에 붙이게 하고,
찬송가를 부르며 예배에 계속 참여하게 했습니다.
그 곳에서 부흥회가 끝나고 부산 쪽에서 열리는 다음 부흥회까지 형님을  데리고 갔는데
그 때 형님께서는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감사의 눈물이 아니라 극심한 고통의 눈물이었는데,  형님께서는 집에 가고 싶다고 형수님께 사정을 하셨습니다.
그 때부터 형님의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었고 얼마 후 제가 종합병원에 모셔다 드린 그 길로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René Wildang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