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제 유치가 빠지기 시작하였는데 이가 흔들리는 것을 알게 된 형님께서 이를 빼 주시겠다고 합니다.
저는 아프지 않게 빼주실 것으로 굳게 믿고 입을 벌렸습니다.
형님께서는 제 이를 몇 번 흔들어 보시더니 이를 냅다 입 안쪽으로 확 밀었습니다.
엄청난 고통과 함께 이는 입 안쪽으로 드러 누웠고 잇몸에서 피가 났습니다.
그 이후 저는 형님께 발치를 부탁한 적이 한 번도 없었으며 다음 부터는 흔들리는 치아는 스스로 해결했습니다.
고통스런 기억이 있어서 아이들의 흔들리는 유치는 제가 아프지 않게 빼 줍니다.

저의 발치 비결은 '수면발치' 입니다.
아이들 이를, 실 한 가닥은 입 안쪽으로 다른 한 가닥은 잇몸 밖으로 매듭을 지어 묶은 다음 잠들게 합니다.
이 안쪽과 바깥쪽으로 두 곳에 매듭을 짓는 이유는 이를 이가 난 방향으로 발치할 수 있게 하여,
통증을 최소화하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잠 잘 때 입을 벌리고, 매듭을 이가 난 방향으로 수직으로 빠르게 당겨서 발치를 합니다.
아이들은 이가 빠진 줄도 모르고 계속 잡니다.

몇 일전 둘째 애가 치과에 갔다가 영구치가 유치에 가로막혀 잇몸을 뚫고 나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치과의사 선생님께서 빼주겠다고 하는데도 둘째 애가 굳이 아빠 한테 뺀다고 우겨서 그냥 집으로 왔습니다.
아버지를 치과 의사선생님 보다 더 믿는 아들이 대견스러워, 둘째 아들이 잘 때 입을 벌리고
어금니를 빼주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자면서 입을 굳게 다물고 벌리지를 않아 몇 번 시도 끝에  결국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아빠, 왜 어제 저녁 제 이를 빼주지 않으셨어요?"
아침에 둘째 아들이 저를 흔들어 깨우면서 말했습니다.
"네가 입을 꼭 다물고 벌려주지 않아서 이를 빼지 못했다. 이 번에는 치과에 가서 빼야할 것 같다.
어제 저녁에 네 이를 빼지 못한 것은 네가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결국 다시 치과에 갔는데, 어금이와 그 옆의 이까지 마취도 하지 않고 발치했다고 합니다.
아프지 않게 뺄 수 있는 기회를, 마음은 원하지만 몸이 동의를 하지 않아 결국 따끔하게 발치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상황과 여건이 무르익고 또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데도 불구하고, 
우리 때문에 그리고 스스로 그 것을 가로막는 경우가 얼마나 많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