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 간 풍전등화를 헤쳐온 지구촌의 궤적은 정말이지 한편의 각본없는 드라마였다.

아마도 저 3년은 최초, 최대규모라는 최강의 수식어들이 역사상 가장 흔하게 도배된 시기가 아니었을까. 어떻든 유사이래 최악이라는 우려 속에 강행된 저 혁명적 처방전은 이미 상당부분의 것들을 금융위기 이전으로 되돌려 놓았다.

불과 3년 전의 눈물어린 절망이 장미빛 상전벽해로 뒤바뀐 장면에서, 이를 시장자본의 새로운 변이로 여겨야 할 것인지, 아니면 양잿물을 양껏 들이켜 죽어가는 반병신의 마지막 화색으로 여겨야 할 것인지, 저 절망의 나락에서 1300포인트나 처올라 온 코스피를 보고도 3년 전의 그때처럼 불안하기 짝이 없으니, 대체 표정관리가 안되는 이 알수없는 좌불안석은 무슨 조화란 말인가.

유사이래 최악의 양잿물을 들이키고도 오히려 주체할 수 없는 역주행으로 타오르는 반병신의 시장. 마치 환각과도 같은 저 이해불가의 미친 장면을 만들어 낸 장본인은 말할나위 없이 슈퍼박테리아 미 금융제국주의이다.

한번 죽임을 당했던 약물에는 절대로 두번 죽지않으며, 해결이 안되면 완전히 묻어버리고, 방법이 없으면 기어이 만들어 내는 것, 양잿물 아니라 양잿물 할애비를 처 먹여도 오히려 더 불타오를 제어불능의 지능적 좀비, 그것이 제왕적 미 금융자본의 실체이다.

이것이 역사상 가장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미 시장자본주의의 진정한 힘이며, 결코 멸종하지 않을 자본 이데올로기의 생명력인데. 금세기 꺼지지 않는 버블제조기 미 금융자본의 변화무쌍한 문제해결 능력에 뼈를 묻어 올인을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한 것이다.

해가 지지않는 나라 영국으로 부터 글로벌 패권을 뺏어 온 것은 팍스아메리카의 불태환지폐 초고속 윤전기였다. 이후 팍스아메리카는 위기때마다 윤전기가 삐걱거리면 문제의 부품을 즉각 암매장하고 보다 강력한 새 부품으로 문제를 해결해 왔다. 모럴헤저드고 나발이고 대체 유들유들하기 그지없는 저 팍스아메리카의 윤택한 허세와 자신감의 핵은 만능 해결사 달러 윤전기인 것. 그렇다면 런던의 윤전기와 체르노빌 윤전기는 왜 아니며 상하이 윤전기는 왜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절체절명의 위기 때마다 새 부품을 만들어 온 팍스아메리카의 설계기술과 제조노하우는 광 팔아서 하루아침에 얻어진 게 결코 아니다.

로마가 그랬듯이 미국 또한 언젠가는 불태환 윤전기의 과열로 그나마의 화재보험에 목숨을 부지하는 노후를 맞을지 모르는 일인데, 그러나 저 천년 로마의 반에 반을 겨우 채운 청년 미국을 풍맞아 건들거리는 한물간 늙은이로 취급하는 것은 크나큰 오판이다.

미 산업의 근간인 IB 7개와 빅3를 한꺼번에 잃는 영락없는 토사구팽의 장면에서 기사회생한 망할 저력이 어디 광 팔아서 되는 일인가. 오히려 여타의 맹주들을 능숙하게 아우르며 포효하는 여전한 폼새에서 제왕적 금융자본의 저력이 소름 돋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장담 컨데, 적어도 당신의 살아생전에 미국의 금융 헤게모니를 누군가에게 빼앗기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비관이라면 이골이 난 자들이 시장에서 소외되는 것은 자본의 현상에 얽매여 통찰의 큰 흐름을 잃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주식판 삼년이면 미 금융자본이 어떻게 글로벌 자본시장을 잠식하고 길들여왔는지 풍월정도는 읍조릴 것인데, 사실이지 과거 1세기의 미 금융자본 역사는 시장자본주의의 갖은 음모와 기술이 들어있는 폐악의 역사라고 보면 정확할 것이다.

꺼져가는 버블만 보일 뿐 생겨나는 버블은 보지 못하는 눈, 꺼져 간 버블의 참혹함에 버블의 싹은 저절로 인색해진 소시민 마인드. 때문에 양적완화의 모든 부산물의 생산적인 측면은 사기고, 양적완화의 "콜레트럴데미지"만 진실이라는 단방향의 고정시각인 것.

수차례 말한 바 있지만, 눈부신 변이와 진화를 거듭하는 시장자본에서 과거의 폐악은 절대로 리바이벌 되지 않는다는 역사의 사실. 그러므로 지난 시장자본의 역사의 폐악을 더듬는 시각으로는 절대로 반쯤 미쳐 돌아가는 현 시장의 에너지를 감지 할 수 없는 것이다.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는데 이 미친 시장은 대체 뭐란 말인가?

미 금융자본의 1세기 역사를 진지하게 되돌아 보라.. 그 많은 문제점들 중 해결한 것이 있었던가? 해결하지 못하고 그냥 묻어 두고 가는 것, 묻은 것이 나오면 또 묻는 것, 그것이 미국식 자본주의의 익숙한 일처리 방식이었다.

위기때마다 대부분의 석학들이 위기의 근원이라고 떠들어 댄 것은, 다만 형식적 제스춰가 필요할 뿐 사실은 간단히 묻는 일로 끝났다.

1973년 총잡이 닉슨이 그랬듯이 2008년 버냉키 또한 많은 것들을 묻었는데,

그것은 대부분 당시의 석학들이 거품물었던 오직 자본의 이데올로기가 멸망해야 끝날 시장 자본주의의 결정적 폐부였다. 인류가 결코 해결하지 못할, 그러므로 해결할 수도, 해결해서도 안되는 시장자본주의의 불편한 진실이었던 것.

물질테크노라시의 이데올로기에 인간정신의 소외를 경험한 우리가 대안으로 삼은 것은 포스트 모더니즘이었다, 문제는 저 포스트 모더니즘이 모더니즘의 완전한 해체를 통한 극복이 아닌, 방치로 외면하고 버려졌다는 데에 있다. 이에 대해 모더니즘의 마지막 지성 하이데거가 모더니즘에 의한 인간소외는 이성이 아직 덜 진화한 결과이므로, 포스트모던은 모더니즘을 극복하려는 진정한 인간정신의 결과물이 아니라고 못 박으며 이미 구시대의 유물인 모더니즘의 해악을 변호한다.

그것은 아직도 2008년의 미 금융모럴헤저드 붕괴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저명한 이론가들의 그럴듯한 변명과 닮아 있는데, 인류역사는 대체로 골치아픈 문제의 해결이 아닌 방치와 잊혀짐의 쉬운 역사를 택해 왔다.

그렇다면 대체 언제까지 묻을 수 있을 것인가?

메이저도 모르는데 일개 개미인 우리들이 대체 그것을 알턱이 있겠는가.

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시장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방치하고 묻는데 익숙하다는 사실이다. 돌이켜 보면 지난 3년 간 과다한 레버리지로 박살났던 것은 미 금융자본의 모럴헤저드가 아니라 레버리지 시스템 그 자체였다. 이미 글로벌 시장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순도높은 포르말린에 절여져 광란의 버블속으로 빨려들어 가고 있다.

잊을만 하면 튀어 오르던 금융리스크에 대한 화두는 제 아무리 침소봉대되더라도 더 이상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중동발 리스크 또한 한층 지리멸렬해진 위력으로 사실상 시장에의 영향력이 빠르게 퇴색되어 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뭐가 남았는가.. 주위를 둘러봐도 일단은 딱히 묻을 만한 것이 보이지 않는 평화의 정경이 펼쳐지고 있다. 그러니 메이저도 모르고 우리 개미들도 모르는 신천지로 빨려 들어가는 일만 남지 않았겠는가.

평화를 되찾은 지구촌- 신천지를 여행하는 투자자의 자세

현단계 글로벌 궤적은 더 이상 모냐 도냐의 혁명의 발상이 아닌 유연한 치유의 마인드로 흐르고 있다. 말도많고 탈도 많았던 미 금융자본 또한 자국의 펀더멘털에 봄볕이 든 만큼 혁명적 사고가 아닌 평화의 사고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글로벌 궤적을 해석하는 마인드는 더이상 폭락이나 폭등의 혁명적 해석이 아닌 회복의 눈높이여야 한다.

수술과 회복의 혼동이 아닌 조정의 시각으로, 냄비처럼 끓는 호들갑이 아닌 진중함과 느긋함이 요구되는 장면인 것. 

3차 양적완화가 필요하냐 마냐의 고민은 지구촌의 회복의 진정성을 염두한 것이 아니라,

팍스아메리카의 회복에 속도를 붙일 것이냐 말 것이냐의 순전히 미국에 국한된 행복한 고민인 것이다. 맏형 미국의 완연한 회복세로 한결 부드러워진 글로벌 무드에서 이제 더 이상의 새로운 정책과 결정은 불필요해 보인다. 이제 바야흐로 정상적인 사고가 지배하는 상태로의 회귀로 진입하는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설사 시장이 반병신의 몰골로 좀비처럼 비틀비틀 간다고 하더라도 추호의 의심 없이 7은 들고 가라. 양잿물에 체한 투매는 3으로 받고, 반드시 되처올려질 수익 3은 만년포트에 분산하여 끝물까지 묵혀라.

그것만으로도 시세에 배반당하는 소외감은 없을 것이며  되도 않는 리스크 관리로 손가락 빠는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