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가까이 번쩍 사진 찍으면 눈 버린다."
주름살 투성이 어머니 사진을 가까이서 찍어드렸더니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어머니, 한 달 후면 아흔살 되시는 분이 눈 나빠지는 것이 걱정이 되세요?"
" 허허허 그래, 내가 생각해도 우습다."

"저 작은 단지 속에 뭐가 들었지?"
작은 수족관 기포발생기 모터 밑의 단지를 보고 어머니께서 궁금하신 모양입니다.
"궁금하시면 직접 열어 보세요"
"속에서 무엇이 나올지 몰라 무서워서 못연다."
작은 단지가 물고기들이 돌아다니는 수족관 옆에 놓여 있기 때문에
잇빨 사나운 물고기가 들어 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신 모양입니다.
" 아흔 살이나 드신 어머니께 그렇게 무서운 것도 있어요?"
"허 그러게 말이다." 

"어머니, 할머니에게 매운 시집살이 하실 그 때는 힘드셨지만
그래도 지금 생각하시면 그 때가 좋았지요?"
"그 때는 지금처럼 아프지 않고 몸이 젊었으니..." 

아이들이 어릴 때 찍은 사진들을 보니 그 때가 좋았네요.
경제적으로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그 때가 지금보다 행복하고 감사해야 할 이유들이 훨씬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옆집 사람들과 찌그러진 승합차를 함께 타고 가서  강변에서 고기도 구워먹고
까르르 웃으면서 찍은 사진들을 봅니다.
그 때가 정말 좋았네요. 불과 10 여 년 정도 밖에 안되었는데...

십년 전 사진 속 어머니의 토실한 볼가에 함박 웃음으로 웃으시는 얼굴이,
뼈만 앙상하게 남은 어머니의 오늘 아침 웃음과 오버랩 됩니다.





지금보다 장래에 더 힘이 세지고 좋아지는 나이라면 그 때는 인생의 오르막길입니다.
그러나 오늘이 내일보다 더 건강하고 좋은 때라면 그 때는 인생의 내리막길입니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좋다고 생각하고 믿는다면 우리의 인생이 오르막길로 바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꿈을 포기하고 절망한다면 아마 그 때 부터 우리의 인생은 내리막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