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완대체의학 나날이 확산 의사가 길잡이 돼야
혐오에서 맹신까지 … 의사들 사이에서도 논란
더 큰 혼란 막기 위해 의료계·정부 공동 노력 필요
최근 몇 년 전부터 전국적으로 웰빙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요가와 건강기능식품은 물론 아로마, 최면, IMS 등의 보완요법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이같은 웰빙 바람은 병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병원을 찾았던 과거와 달리 점차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인식의 변화를 가져와 점차 열악해지고 있는 의료계의 경영환경에 새로운 돌파구로도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단순히 정통의학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동안 배척해 왔던 보완대체의학에 대해 다시 한번 눈길을 돌리는 의사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대한의학회와 대한의사협회가 국내에서 널리 유통되고 있는 보완요법 및 건강기능식품들에 대한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하면서 IMS, 도수 및 증식요법 등 일부 보완요법들에 대해 권고하지 않거나 근거자료가 불충분하다고 판정, 한차례 거센 폭풍이 일기도 했다.
그렇다면 보완대체의학이란 과연 무엇일까? 보완대체의학은 어디까지이며, 과연 어떠한 것들이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을까?
보완대체의학이란 현대의학에 속하지 않는 다양한 의학, 혹은 건강체계나 요법, 생산물의 그룹으로서 근거가 없거나 근거가 불충분한 특징을 갖고 있는 모든 의학을 가리키는 말로 향후 그 근거를 꾸준히 밝혀나가야 할 대상으로 정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대체의학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는 항목이 200가지 정도 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 중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 요법이 50가지 내외, 좀더 보편화된 것만 해도 20가지는 된다.
현재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우리나라 의사들의 시각은 5년 혹은 10년 전과 비교하면 상당히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보완대체의학에 대해 지식이나 관심도 없고 전혀 신뢰하지도 않았던 과거와는 달리, 이미 상당수 의사들이 각종 보완대체의학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며 직접 환자 진료에 적용하고 있다. 연구회나 학회들도 다수 창립되어 활발히 활동을 펼치고 있고, 몇몇 대학에서는 정규 교과목으로 채택까지 되고 있다. 오히려 최근에는 상업적 이유를 갖고 보완대체의학에 대해 지나친(?) 관심을 보이는 의사들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까지 등장할 정도다.
가천의대 통합의학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이성재 교수는 “의료인들이 보완대체의학을 계속 방치한다면 수년 후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비의료인들에 의해 검증 받지 못한 보완대체의학이 치료에 이용돼 환자의 생명이 맡겨지는 심각한 상황이 올 것”이라며 “의료인들이 선도하여 보완대체의학을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며, 과학적인 방법으로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장을 맡고 있는 전세일 교수는 “대체의학을 현대의학과 동양의학의 한계점을 뛰어넘어 해결사 역할을 하는 우수한 의학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오해”라면서, “보완대체의학을 하는 사람들은 그 요법이 과학적인 증거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의사들도 이를 해서는 안 되는 증거를 갖고 하지 말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의 혼란도 하나의 성장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이 바로 의료인들”이라고 덧붙였다.
보완대체의학은, 그 타당성에 대한 검증 여부와 무관하게, 시간이 갈수록 널리 확산되고 있다. 그에 따라 사회적 역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물론 정부에서도 그에 대한 대비를 사실상 전혀 하지 않고 있다.
현실을 고려하고 가능성을 존중하되 과학의 본질을 놓치지 않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할 때가 바로 지금인 듯하다. ■
유지영 기자 molly97@fromdoct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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