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색 쓰는 법 일러주마
같은 음식이라도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맛이 다르게 느껴진다. 또 같은 옷이라도 어떤 옷을 받쳐 입느냐에 따라 세련과 촌티가 갈리는 경우도 있다. 같은 음식, 같은 옷이라 하더라도 주변의 환경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에 따라 맛과 멋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를 결정짓는 데는 색상이 가장 큰 역할을 한다. 사람이 받아들이는 감각의 약 70%는 시각에 의한 것이고, 그중 색상의 자극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배색의 기본=보통 색을 사용할 때는 한 가지 색을 사용하지 않고 주(主)가 되는 색과 부(副)가 되는 색, 그리고 여러 색을 조합해 같이 사용한다. 이처럼 색은 늘 다른 색들에 둘러싸여 서로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를 색채 배색이라 한다.
배색에 따라 따뜻함, 차가움, 무거움, 가벼움, 안정감과 불안정 등의 이미지와 감성을 연출할 수 있다. 예컨대 디자이너들이 가장 좋아하는 검은색은 회색이나 흰색과 같이 배색하면 지적이고 세련된 도시의 이미지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빨간색과 함께 쓰면 공포.증오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된다.
배색을 할 때는 먼저 명도(색의 밝고 어두운 정도)를 결정한다. 다음으로 색상의 배색을 결정하고 마지막으로 채도(색의 맑고 탁한 정도)로 마무리한다. 색상이 비슷한 색을 배색할 때는 명도와 채도의 변화를 줘야 답답하지 않고 경쾌하다. 일상생활에서는 색의 상태를 '톤(tone)'이라고 해 파스텔 톤, 밝은 톤, 어두운 톤 등으로 표현한다. 색에서의 톤은 색의 3속성(색상.명도.채도) 중 명도와 채도에 의해 나타난다.
◆입맛이 없다면 식탁에 변화를=맛있어 보이는 이미지의 배색원리를 이용해본다. 일반적으로 주황색.빨간색 등의 따뜻한 색채가 음식을 맛있어 보이게 한다. 따라서 이런 계통의 그릇이나 테이블 보를 사용해 식탁의 분위기를 바꿔보는 게 좋다. 빨간색 계통의 야채.과일로 음식에 악센트를 줄 수도 있다. 토마토 혹은 수박을 음식 위에 얹어 빨간색을 악센트로 사용하면 음식 전체가 더욱 시원하고 맛있게 보인다.
나란히 배열하면 각각의 색이 보다 선명하게 보이는 '보색 대비'효과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 방울 토마토를 먹을 때 초록색 꼭지를 떼지 말고 흰색 접시 위에 내놓으면 빨간색과 초록색이 보색대비를 이뤄 더욱 신선하게 보인다. 비빔국수나 비빔냉면 위에 초록색 오이를 얹어 먹는 것도 같은 원리다.
반대로 파란색 계통의 식기는 식욕을 떨어뜨린다. 특히 파란색 접시에 초록색 야채 샐러드를 담으면 명도 차이가 거의 없어 답답하고 무거워 보인다.
◆지쳤을 땐 색을 바꿔보라=효과적인 색채배색을 이용하면 뜨거운 여름을 심리적으로나마 시원하게 보낼 수 있다. 무더위로 처져 있을 때라면 빨간색, 파란색 등의 순색과 흰색의 강한 명도 차이를 이용한다.
또 파란색 등의 차가운 색 계열에 흰색을 대비한 배색은 시원하면서도 활동적이고 건강한 이미지를 표현한다. 주황색 등의 따뜻한 색 계열과 흰색을 대비해 배색하면 좀 더 역동적인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 파란색과 흰색 혹은 붉은색과 흰색이 대비된 줄무늬 티셔츠를 입으면 젊고 활력 있어 보인다. 액세서리의 경우 여름에는 금색보다 은색(실버)을 많이 쓴다. 은색의 금속 느낌이 청량감을 주기 때문이다. 은색은 금색보다 덜 화려하지만 더 우아하고 기품 있어 보인다. 특히 파란색 계통을 잘 배색하면 더욱 시원하게 보인다.
글 =안은숙(서울보건대학 시각디자인과 교수)
eunsookan@shjc.ac.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사진협조: 레스토랑 구다, 에스콰이어
***배색 이렇게
□ 온화하게
살구색, 엷은 오렌지 등의 부드러운 색은 피부색에 가까워 온기 있고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노란색, 살구색, 연두색 등의 따듯한 색과 명도가 높은 회색 등이 들어간 배색은 온화하고 부드러운 감을 더해준다.
□ 도회적으로
검은색과 흰색, 회색과 파란색 등을 선명하게 대비한다. 검은색과 흰색의 명도차를 이용한 배색은 현대적으로 보이며, 파란색과 회색의 배색은 미래지향적으로 느껴진다. 은색 등의 금속 질감을 회색 톤과 배색하면 세련미와 날카로움이 나타난다.
□ 우아하게
보라색 계통은 고급스럽고 우아한 느낌을 표현하는 데 적당하다. 고가품 광고에 보라색 드레스를 입은 모델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한 분홍이나 회색이 약간 도는 보라색을 함께 쓰면 감각적이면서도 기품 있는 느낌이 난다. 보라색과 자주색을 기본으로 노랑.빨강.검정과 배색하면 더욱 선명하고 화려해진다.
□ 중후하게
어두운 파란색, 남색 등의 청색 계통이나 검정과 짙은 회색 등의 무채색 계통에선 중후하고 남성적인 느낌을 받는다. 최고급 호텔의 인테리어나 고급 세단은 대부분 검은색이나 어두운 갈색 혹은 어두운 청색 계통으로 돼 있다.
□ 발랄하게
산뜻한 느낌의 노란색과 채도가 높은 연두색에서 주황색까지 같이 배색한다. 채도와 명도가 높은 순색끼리의 배색은 매우 활동적이고 귀여워 보인다. 채도가 낮으면 무겁고 중후해 보인다.
[중앙일보 2005-06-14 20:37:42] ▶강정현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cogito3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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