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썩어가는 중국 하천
우물도 40m이상 파야 먹을 물 나와 강따라 공장 수천개… ‘독극물 하천’ 1100㎞ 江 절반이 ‘최악 수질’ 5급수
[조선일보]
“50년대에는 강물에 쌀을 씻었고, 60년대엔 빨래를 했는데, 80년대엔 강에서 물고기가 사라졌고, 90년대가 되니 암이 생겼네. 앞으로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중국에서 가장 썩은 강’이라는 화이허(淮河) 중상류 지역 주민들 사이에 불리는 노래 가사다. 하천 오염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의 불만과 자조가 담겨 있다.
7일 오후 중국 안후이성(安徽省) 화이난시(淮南市) 외곽의 화이허 지류. 낡은 목선으로 만든 선상가옥 20여 채가 강 한가운데에 떠있다. 강둑에는 주민들이 버린 생활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다. 그 뒤로 가옥이 다닥다닥 붙은 마을이 보인다. 강물은 걸레 빤 물처럼 탁하고 짙은 회색이다. 물에 손을 담그니 손가락조차 보이지 않는다. 마을에서 나오는 생활하수와 분뇨, 그리고 상류에서 흘러나오는 공장폐수가 뒤섞여 강물은 악취를 풍긴다. 이 지류는 화이난시를 관통하는 화이허와 합쳐진다.
선상가옥 주민들은 그 물로 머리를 감거나 빨래를 하고 있다. 머리를 감던 40대 여성 황(黃)모씨는 “강물로 씻으면 피부가 붓고 가려움증이 생기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며 “깨끗한 물로 목욕해 보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황씨는 피부병 후유증으로 피부가 문드러진 팔뚝을 보여주며 “아이들이 물장난을 치려고 하면 이 흉터를 보여주면서 ‘물에 들어가면 이렇게 된다’며 말린다”고 했다.
선상가옥 주민은 대부분 근처에서 채소 농사를 짓거나 건설현장 노동자 등으로 생활하는 빈민층이다. 식수는 강변에서 먼 우물물로 해결한다. 양동이에 물을 받아오던 주민 쿵시펑(孔西豊)씨는 “강의 오염물질이 지하에도 스며들어 우물을 40ｍ 이상 파야 먹을 수 있는 물이 나온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중국 7대 하천 중의 하나인 화이허는 허난성(河南省)과 후난성(湖南省)의 경계지역에서 발원해 안후이성(安徽省)을 거쳐 장쑤성(江蘇省) 훙쩌호(洪澤湖)로 흘러든다. 총 길이는 약 1100㎞. 중국 고대 하(夏)왕조의 우왕(禹王)이 치수를 했다는 유서깊은 강이고, ‘강남의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橘化爲枳)는 고사성어가 유래한 강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는 중국 하천 오염의 ‘대표’로 낙인찍혀 있다.
화이허 오염은 중국이 경제개발에 본격 나선 1980년대 이후, 강주변에 피혁·화공·염색·제지 공장 등이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최대 지류인 사잉허(沙穎河)엔 정저우(鄭州), 카이펑(開封) 등 주요 공업도시의 수천 개 공장에서 나오는 유독성 화학 폐수가 흘러든다. 여기에 농약과 화학비료 잔유물, 주민들의 생활오수가 합쳐지면서 하천은 ‘독극물 수준’이 되었다.
사잉허를 끼고 있는 허난성 선추현(沈丘縣) 주민 훠민제(?敏杰)씨는 “강물의 색깔은 간장처럼 시꺼멓고, 강가에서 1㎞ 이상 떨어진 지역에서 창문을 닫고 있어도 악취로 두통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인근 학교 학생들은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받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7월 말 집중 호우 때 사잉허, 워허(渦河) 등 화이허 상류의 댐이 범람할 위기에 처하자 10년 만에 수문을 열었다. 당시 댐에 갇혀 있던 5억4000만ｔ의 오염물질이 길이 130㎞의 검은 띠를 이루고 하류로 흘러내리면서 화이허 주변 생태계를 초토화시켰다.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720여 가구 2500여 명이 사는 선추현 황멍잉촌(黃孟營村)에선 1990년 이후 지난해까지 105명이 암으로 숨졌다. 전체 사망자 204명의 절반에 달한다.
중국 정부는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화이허 수질개선을 위해 600억 위안(약 7조8000억 원)을 쏟아붓고 오염배출공장 1000여곳도 폐쇄시켰지만,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허페이시(合肥市) 화이허수질관리소가 지난해 11월 조사한 결과, 최악의 수질인 5급수가 46.7%에 달했다.
안후이성 벙부(蚌埠) 주민 장(張)모씨는 “공장이 들어서면서 우리는 물 한잔도 마음 놓고 못 마시게 됐으니, 경제 발전이 오히려 재앙”이라고 말했다.
(안후이성(安徽省)=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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