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망상(의처증,의부증)의 치료 코스모스펀드 01-02 19:10
이름: 핑거스 2005/4/24(일) 부정망상(의처증, 의부증)의 치료    신경정신과에서 상담을 하다보면 가장 중요한 치료자의 조건 중 하나가 감정의 조절이라고 할 수 있는데, 때로는 이 부분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경험합니다. 아마도 다른 분야의 경우처럼 치료자가 경험이 많아지고, 연륜도 쌓이면서 자기방어에도 능숙해지면 감정의 조절도 용이해지겠지요. 조금 슬픈 현실이지만 현재 우리 제도는 정신과 의사의 열정적인 상담을 그리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의료보험이라는 잣대 안에서 운신의 폭이 좁은 많은 정신과 의사들은 길게 상담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부끄럽지만 5분 이상 상담하지 않는 이들도 많습니다. 주로 약물처방을 내는 치료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최근에는 이 분야에서 워낙 약들이 부작용 없이 좋게 개발되어 있어서 다행입니다..)  저와 같이 부부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경우에 자주 경험하는 것이 바로 소위 ‘의처증’과 ‘의부증’에 관한 것입니다. 특히 처음에 한 쪽 배우자만 방문하는 경우에는 객관적 사실 여부를 판단하기 매우 곤란해집니다. 다른 정신병이나 망상장애에서는 망상(객관적으로는 타당치 못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굳게 옳다고 생각하는 믿음, 사고의 장애)이 널리 퍼져 있지만 부정망상의 경우에는 배우자의 부정 한 가지에 주로 집중되어 있어서 많은 부분이 지극히 정상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워낙 자기 합리화도 잘 하고, 체계적인 방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의사들도 완전히 동조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합니다. 한 마디로 의처증은 ‘자신감이 많이 부족한 남편의 열등감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의처증은 남편은 실직을 하고 아내가 일을 하게 되거나, 자기 일에 대해서 불만이 많은 남편, 건강에 자신이 많이 없거나 성 기능의 저하, 알코올 의존, 경제적 타격을 입은 경우 등에서 증상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겉으로는 상대를 비난하고 자신은 강한 척 하지만 실상은 반대로 열등감에 휩싸여 있는 것이므로, 사실 측은하게 봐야 합니다. 자신이 버림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이혼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치료를 받게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신이 병이 있음을 인정해야 치료가 쉽습니다. 그래서 불안이나 우울증으로 오시는 분들은 열심히 다니게 되고 치료를 고맙게 생각하게 되지만, 이와 같은 부정망상의 경우에는 자기가 병임을 거의 깨닫지 못하고 전적으로 상대방의 문제만 보게 되므로 치료가 매우 어렵습니다. 통원치료가 안 되고, 증세가 심해지면(증상이 심해지면 자기 일에 집중하기 어렵고, 폭언이나 폭력도 생깁니다) 강제로 입원하게 되거나 이혼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밟기도 합니다.  이 전문의는 누구 편에 서는지에 매우 민감하므로 초기에는 동시에 부부를 놓고 치료를 하기 보다는 시간을 달리해서 따로 일대 일 심층치료가 좋습니다. 약물치료는 필수적인 것입니다. 상담만으로 부정망상이 좋아지는 경우는 없습니다. 이미 망상 수준이라는 것은 보다 확실한 치료법을 여러 가지 모두 동원하여도 쉽지 않은 것입니다. 어떤 방법으로든지 환자 당사자가 그 전문의를 찾는 일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유능한 치료자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망상에 동조를 해서도 안 되고(그렇게 되면 병이 심해지는 것이고), 너무 직접적인 부정을 보여서도 치료관계는 깨지게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