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핑거스 2005/4/27(수)

놀이정신건강    어른들이 어린이에 비해 불행한 이유는 놀이를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헉헉대고 살다보니 나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진정으로 즐거움을 느끼는 놀이를 해 볼 시간과 기회를 잃고 지내기 때문입니다.  단적인 예로, 우울한 분들과의 상담진찰에서 우울증의 진단기준들을 갖고서 체크해보는데, 무엇보다 확실한 우울증의 증거는 ‘사는 데 대한 재미가 하나도 없다(loss of interest at all)'가 됩니다. 여든이 넘으신 할머니께 “요즘 무슨 재미가 있으세요?” 라고 여쭈어보니 “텔레비전 연속극 보는 게 재밌지” 하신다면 그분은 정신적으로 건강하신 것으로 봐도 거의 맞습니다.  정서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아이들을 치료할 때 흔히 ‘놀이치료(Play therapy)'라는 전문기법을 사용합니다. 아이에게 가장 편하고 친숙한 놀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아이를 편하게 하고 필요한 경우 의도적으로 퇴행을 조장하는 것이지요. 그러한 시간을 통해서, 치료자와의 정서적 재경험과 신뢰, 공감을 통해서 아이는 잃어버린 자신감을 회복하고 심리적 상처 경험을 치유받게 되는 것입니다.  친구들을 만나서 즐거운 대화를 하는 것, 운동을 하는 것도 즐거운 놀이를 하는 마음입니다. 심지어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을 보면 공부를 즐겁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분야의 일들을 즐기면서 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노는 부모들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의무감 때문에 놀아주는 아빠는 안 놀아주는 아빠보다는 훌륭하지만 이왕이면 자녀와의 놀이도 즐길 수 있다면 더욱 좋은 것입니다. 아이들은 기가 막히게 민감하거든요. 아빠가 자신들과 노는 게 정말 즐거우신지가..  개인적으로 저에게 달리기는 어린 시절로 달려가는 통로입니다. 유년으로의 기행이며, 퇴행입니다. 달릴 때 저는 시간을 잊고, 때로는 공간 개념도 잊어버립니다. 어느 새 35년 전 초등학교 시절로 갔다가, 때로는 20년 전 풋내기 청년시절로 가기도 합니다. 충분히 옛추억을 재경험하기 위해서는 장거리가 좋겠지요. 한두 시간의 달리기를 마칠 때는 먼 과거로의 여행 후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경험을 합니다. 제 심장이 태어난 날로부터 40여 년 동안 한번도 안 멈추고 뛰어준 것, 수십 년이 지나도 한결같은 것.. 이런 것들은 순식간에 우리 자신을 먼 과거와 현재를 쉽게 오가게 해주는 견인 역할을 해줍니다.  달릴 때 행복하고, 지금 살아가는 세상의 근심을 잊을 수 있고, 부끄러웠던 과거의 기억들을 용서할 수 있습니다. 행복하고 포근했던 기억들을 다시 체험하면서 좋은 이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느끼고, 세상에 대해서 좀 더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새벽에 오늘은 어떤 놀이를 하면 즐거울지 행복한 고민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