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핑거스 2005/9/25(일)

회원분들께 건강과 희망이 함께 하시길    오늘은 성남하프마라톤 대회라서 일찍 잠에서 깼다.  마라톤을 시작한지 1년이 되었는데, 무엇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생겨서 다섯 시면 눈이 떠진다. 그제 통화에서 홍택이는 나보고 노인성 조기기상 아니냐고 놀렸지만, 천만에 오히려 우리 나이에 조기노화가 오거나 우울해지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 노인성이 아니면서 아침에 가뿐하게 발딱 일찍 일어나는 건 젊음의 유지요 회춘의 증거란다..^^  연습에서 30킬로 이상을 몇 번 달려봤으니 하프마라톤이 부담스러울 건 없지만 한 달 남짓 남은 풀코스를 대비해서 오늘은 실전 연습을 해보고자 마음먹고 있었다. 그래서 이틀 전부터는 carbo-loading과 water-loading도 해왔고 카보샷도 두 박스 주문해 놓았다. 이번에 제대로 된 런닝팬츠를 구입했는데, 마라톤에서 팬츠의 길이는 자존심과 반비례한다는 말이 맞는지 선수용으로 주문을 했더니 가운데 허벅지 부분은 동그랗게 패인, 남사스러울 정도로 짧은 반바지가 왔네. 런닝도 팬츠도 쿨맥스 소재인데 엄청 가벼워서 거의 입은 것 같지 않은 느낌..^^ 부드러운 인너팬티가 안에 붙어 있는 걸 보면 팬티를 별도로 입지 않는 것이 맞겠지~  우리가 어린 시절에 놀 것이라고는 밖에서 달리기, 치기장난, 다방구 같은 것이었지. 동네에 놀이터가 있었나, 축구를 할 만한 곳이 있었나.. 중학교 시절부터 체력장이라고 1킬로 달리기가 있었지만 나는 달리기를 잘하는 체질은 아니었다. 하지만 좀 더 어려운 고비에 닥치면 마라톤을 시작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지. 아무래도 운동은 즐겁게 하면서 건강에도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스물한 살부터 시작한 테니스 덕분에 그래도 늘 운동을 하면서 살아왔다. 누구에게나 그렇지만 나도 개인적인 시련이 닥치다보니 자꾸 웅크리게 되고 만사가 귀찮아지는 것 같아서 그럴수록 몸이라도 단련하자고 시작한 것이 2003년 1월부터 시작한 헬스였고, 탄천에서 달리다보니 몸과 정신까지 좋아지는 걸 느껴서 2004년 9월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달리기를 하면서 너무 속도에 욕심내지 말고 천천히라도 길게 가보는 연습은 어쩌면 우리 인생과 비슷해서 중간중간에 너무 힘들면 걷기도 하고, 주변 경치를 구경하면서 즐거운 생각을 하면서 달리다보면 힘든 걸 잊기도 하고, 어떤 고통의 순간을 넘어가면 무념무상의 경지(이것을 runner's high라고 부르는 것 같기도 하다)를 경험하기도 한다. 조급함고 욕심이 사라지고 분노가 해소되고, 즐거움과 희망을 느끼고 누구나 갖고 있는 자기 안의 ‘장한 자신’을 꺼내보는 기회가 된다.  약간 과장되게 게시판에 글을 올린 덕분인지 여러 친구들이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연락을 주었고, 원래부터 열심히 달리기를 하던 친구들도 다시 하게 되었다고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기도 하였다. 달리기를 하는 친구들은 심장이 더욱 튼튼해지고 몸 구석구석까지 피가 원활하게 흘러서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게 되면 당연히 회춘하게 된다. 앞으로 20년 이상 왕성한 생식능력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무엇보다 달리기가 주는 ‘앞으로의 이동’은 정신적으로 자신감을 크게 주게 될 것이다.  새벽부터 아이들이 아빠 잘 뛰라고 마사지 해주고 아침은 고탄수화물인 찰떡과 감자국으로 먹고 커피도 한 잔 하고 음악을 들으면서 느긋하게 이 글을 쓴다. 골인할 때 사진 찍어주겠다고 애들이 챙기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소풍가는 아침 기분과 비슷하네. 오늘은 날씨도 상쾌하고 코스도 아름다운 탄천 주변이라서 아마 매우 즐거운 fun run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기록에 너무 욕심내지는 않겠지만 평균 11~11.5km/h 정도로 달리게 될 것 같다. 목표시간은 1시간 55분이다. 우리 친구들도 오늘 즐거운 가을 휴일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