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투' 잡은 주택투자자들의 '잠 못 이루는' 고민들 코스모스펀드 04-17 15:18
[조선일보 2007-04-17 09:02:35] 살던 집 안팔리고… 대출이자는 눈덩이… 종부세 부담까지 전업주부 김모(45)씨는 부동산 시장이 급등세를 타던 작년 11월 서울 강남권 재건축 추진 단지의 34평형 아파트를 비싸게 사들였다가 최근 가정이 깨질 위기에 처했다. 이 단지 31평형 소유자인 김씨는 소위 ‘평형 갈아타기’를 위해 은행 대출 4억원을 낀 채 11억6000만원에 34평형을 매입했으나, 올 들어 재건축 시장이 급랭(急冷)하면서 큰 낭패를 본 것. 한때 9억원을 넘던 31평형은 최근 7억9000만원에 내놓아도 팔리지 않고, 34평형은 5개월여 만에 2억원 이상 떨어져 9억5000만원짜리 급매물까지 나오고 있다. 두 집의 평가액 손해만 3억원이 넘고 대출 이자도 꼬박꼬박 내야 하는 데다, 5월 말까지 31평형을 팔지 못하면 1000만원 가까운 종합부동산세도 내야 한다. 김씨는 “왜 사고를 쳤느냐”고 질책하는 회사원 남편과 매일 말다툼을 하고 있다. 김씨처럼 고민하느라 ‘밤잠 못 이루는’ 주택 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집값이 최고점까지 치달았던 작년 11~12월에 ‘대세 상승’ 관측을 믿고 거액의 대출을 낀 채 덜컥 집을 장만했다가 최근 집값이 약세를 보이면서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주부 이모(37)씨도 많은 빚을 지고 작년 12월 송파구 O아파트 40평형을 12억7000만원에 사들였다가 심하게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남편 소유 아파트를 담보로 3억원, 시어머니 소유 아파트 담보로 5억원 등 총 8억원을 대출받아 한 달에 이자만 400만원 이상 물고 있다. 그러나 아파트를 팔려고 호가를 내려서 내놓아도 매수자가 없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대표는 “서울 강남권이나 양천구 목동, 분당 등 소위 ‘버블 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작년 말에 ‘상투’를 잡고 아파트를 비싸게 구입했다가 집값은 떨어지고 팔리지도 않고 이자·세금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시름에 빠진 상담자들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장원준 기자 wjja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