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쓸모없는 나무
드라마 왕건에서
궁예가 죽음을 눈앞에 두고 후회를 하는 모습은 생각 있는 분들이
깊은 상념에 빠져들게 하였습니다.
궁예의 후회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주식투자로 인한 우리의 후회가 아무리 크다 한 들
궁예의 그것에 비하겠습니까?
궁예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입장에서 인생을 정리할 기회도 갖지 못했지만
우리는 할만한 때에 우리의 투자를 검토하고 더 가치 있고 올바른 쪽으로
우리의 발길을 향하게 할 수 있는 입장에 있습니다.
어느 책에 보면
한 뛰어난 목수가 자신의 제자에게 가르침을 베풀기 위하여
실물교습을 시키는 대목이 나옵니다.
그 두 사람이 어떤 큰 나무 옆을 지나가는데 제자가 스승에게 묻기를,
" 선생님, 이 나무는 곧고 몇 아름의 좋은 나무 같은데
왜 제게 설명해 주시지 않고 지나치십니까?"
스승이 말했습니다.
" 이 나무는 재질이 약하여 가구를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고
물에 약하여 배를 만들 수도 없으니 아무도 이 나무를 욕심 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나무가 이렇게 크게 장수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저는 세상에서 혹은 증시에서 아무 쓸모가 없는 나무가 되어
장수를 하고 싶습니다.
주목받는 데이트레이더, 수익률 몇 천 퍼센트의 현란한 능력을 소유한
그런 투자가가 아닌 증권계의 쓸모없는 나무가 되어
오래도록 살아 남아 크게 자라서,
많은 사람들에게 시원한 그늘이 되어 줄 수 있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긴 여정에 지친 길손들이 쉬었다가
몸 매무새를 가다듬고 자신이 원래 향하던 바른 목적지로
힘있게 출발하는 모습을 보는 것,
그만한 기쁨도 드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바라옵건데 부디 주식으로부터 진정한 자유를 얻으시기 바랍니다.
滿庭月色無煙燭
入座山光不速賓
更有松弦彈譜外
只堪珍重未傳人 - 최충 -
뜰 가득 환한 달빛은 연기 없는 등불이요.
자리에 들어오는 산 빛은 기약 없던 손님일세.
솔바람 소리 있어 청아하게 울리니
이런 맑은 풍취를 어찌 말로 전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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