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 설명은 어디까지? 코스모스펀드 01-03 19:37
이름: 핑거스 2005/11/16(수) 암 진단 설명은 어디까지?   오후에 지난 주 암 수술한 지인의 문병을 다녀왔다. 암이 참 흔해졌다. 내가 의뢰했던 환자분이고 현재 그 대학병원 초빙교수로 일을 하고 있어서 환자의 수술기록과 최근 상태를 기록한 병록지를 상세하게 열람할 수 있었다. 대장암의 T3N2M0 단계였다. 조직의 침범 정도로 보아 3기이고 임파선은 종양 근처 임파선만 침범, 다른 장기로의 전이는 없다는 의미이다.  수술은 깔끔하게 잘 되었지만 퇴원 후에도 6개월 동안 2주에 한 번씩 2박3일간의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 모두 12차례의 입원. 혹시 남아있을 수 있는 암세포의 완전제거와 재발방지 목적의 항암치료(방사선치료+약물치료)이다. 항암치료는 매우 힘들 수도 있으므로 정신적으로도 안정되어야 하고, 의지도 강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암 자체와는 물론이고 불안이나 공포, 절망과도 싸워야하므로 정신과 치료의 병행이 성공적인 치료를 위해서 보다 유리하다. 이 환자분처럼 수술이 가능했고, 완치와 재발 방지 목적의 항암치료인 경우는 그나마 견뎌낼 수 있지만, 암세포가 원격 전이가 되어버려서 수술 자체가 큰 의미가 없어서 하게 되는 전신적인 항암치료는 절망으로 인해서 훨씬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오래 전부터 의사들 사이에서 논의되는 문제는 암의 진단과 상태에 대해서 환자에게 어느 정도 상세하게 직접적으로 표현하느냐이다. 환자가 받을 충격을 염려해서 환자 자신에게는 사실을 숨기고 가족에게만 설명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가족은 가족대로 고민이다. 사실대로 말을 할 것인가, 알린다면 사실을 언제 어떻게 누가 알려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럴 때 여러분들도 자신을 예로 들어 생각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과연 여러분이라면 자신이 암에 걸렸는데 주치의가 나에게 있는 그대로 설명을 해주기를 바랄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  나의 경우라면 개인적으로 환자인 나에게 의료진이 당연히 알려주기를 바란다. 또한 의사로서의 개인적 소견 또한 가능한 환자에게도 그 사실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환자의 심리적 상태를 고려하여 될 수 있는 한 충격을 적게 받도록 하는 기술과 배려가 중요할 것이다.  누구나 죽는다. 빨리 죽고 좀 늦게 죽고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렇다면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정리할 수 있음은 모든 이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 아닐까? 최근에는 임사체험학회라는 것도 생겼음을 보았다. 죽음의 경계에 있다가 되살아난 경험을 가진 이들이나 이런 주제에 관심있는 전문가들 20여 명이 발족식을 가졌다고 한다. 대부분의 근사 체험자들의 표현에 의하면 죽는 것은 그리 무섭거나 고통스런 체험이 아니라고 한다. 그런 경험을 한 번 해본 이들은 오히려 남은 삶에 대해서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늦은 오후에 나는 수술기록과 경과기록, 정확한 검사결과, 진단 등을　꼼꼼히 검토한 후에 환자분과 가족에게 알기 쉽게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환자가 의심하는 것과 같은(암환자들의 상당수는 자신의 상태가 심각해서 치료진이 다 설명해주지 않는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심각한 상태는 아님을 설명해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음을 볼 수 있었다. 다행히 현재까지의 경과가 좋은 편이라서 설명하기 수월하였지만 과연 전이가 되어 있다든지, 보다 심각한 경우라면 나는 어땠을까? 주치의도 아니므로 아마 더욱 설명하지 못했을 것이다.  모처럼 고향에 다녀온 기분이었다. 대학병원에서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을 데리고 회진 돌던 일이 불과 얼마 전인데, 이제는 혼자서 다 일을 처리하는 상황이니 그만큼 강해져야 하고 더욱 즐겁게 지낼 수 있어야 한다고 다짐해본다. 친절한 간호사들로 인해서, 그리고 내가 의뢰한 환자분의 경과가 염려했던 것보다 좋아서 돌아오는 길은 숙제를 마친 학생처럼 마음도 가볍고 낙엽과 은행잎이 밟히는 늦가을의 정취가 눈이 시리도록 들어왔다.